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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과 저쪽

by 이혜연
이쪽과 저쪽

양자역학이 요즘 들불처럼 유행이다. 궁금해서 몇 번이나 유튜브로 찾아봤지만 정확한 개념을 모르겠다. 나비의 꿈처럼 내가 나비였던 게 꿈이었는지, 사람으로 사는 지금이 나비의 꿈속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머릿속에 어지러운 물음표만 가득 던져놓았다.


휴양림의 아침은 하얀 눈꽃이 온 세상을 덮은 설국이었다. 온통 하얀색위로 굵은 검은색의 생명들이 잠자고 있는 모습은 이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박거리는 눈 소리가 깊이 잠든 산을 간지럽혔다. 아직 얼지 않은 계곡물소리가 현실감각을 조금 깨닫게 해 줄 뿐 눈으로 보이는 풍경은 꿈결처럼 아름다웠다. 아이들과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썰매도 타고 산책도 하면서 소복이 쌓인 눈의 세계를 맘껏 즐겼다. 첫째는 서울도 이렇게 눈이 왔을 거라 착각하고 서둘러 돌아가 친구들과 눈싸움하고 싶다고 칭얼댔지만 이곳의 평화로운 풍경이 서울에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곳은 지금 진흙탕 싸움터고 여기는 새하얀 겨울 왕국이다. 조금 더 이곳의 순수한 아름다움 속에 머물고 싶지만 현생은 복잡한 도시로 어서 나오라고 재촉하니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한다. 짧은 시간만이라도 지극한 아름다움이 있는 곳에서 머물렀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고 행복일 테니까.


내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비로소 존재하는 곳.

겨울의 하얀 침묵이 아름답게 빛나는 곳을 눈으로 보고 느꼈으니 꿈결처럼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도 상상만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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