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감이 유행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우리 집에도 아이 둘 모두 A형 독감을 앓고 지나간 뒤라 그 무서움을 실감했다. 열이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새벽엔 '제발, 이 밤만 건강하게 넘어가게 해 주세요' 라며 두려움 속에 간절한 기도가 절로 나오곤 했다. 아프면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건강했다면 당연히 즐겼을 놀이와 외출, 평온한 밤에 대한 감사가 병마와 싸우고 난 후엔 배로 느껴지기도 한다.
응당 있어야 할 것들이 그대로 존재해 주는 것에서 느끼는 평안함이 있다. 신랑 옷장의 서랍장 맨 위칸은 양말 있고 둘째 칸엔 팬티, 셋째 칸엔 러닝이 있어야 한다. 습관처럼 손을 뻗어 찾고자 하는 물건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모든 일상이 어제의 반복된 패턴처럼 이어지는 날들이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의 편안함으로 자리 잡아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 귀찮음을 느끼다 급기야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까지 생기게 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썩기 마련이다.
하루에 어떤 것 하나는 어제와 다른 풍경을 갖게 하는 무엇이 있어야 삶에 숨구멍을 만들어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그러니 가만히 주저앉아 주어진 것들에 빨대를 꽂아 겨우 연명하는 삶이 아닌, 생이 주는 찬란한 꿈을 다시 한번 꿔보자. 다시 시작된 1월이 다 지나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