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주말에 혼자 무엇을 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항상 가족과 함께하는 날들이었다. 아이들이 어렸고 친정부모님과 시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시어머님은 멀리 계셔서 애들을 마음 놓고 맡길 곳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좀 컸다고 친구들 집에 초대도 받고 아이들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와 놀기도 한다. 오늘은 친한 친구네 집에 초대받아서 저녁때까지 놀고 온다고 해서 모처럼 혼자 고속터미널에 다녀왔다. 신랑이 공부할 것이 있어서 함께 못 가지만 신세계백화점에서 교환할 것이 있다며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십여 년 만에 고속터미널에 혼자 쇼핑을 나오니 소녀처럼 들뜨기 시작했다. 요즘처럼 꽃값이 비싼 날들이 없었는데 장미 5송이를 5천 원에 구매하고 나자 마음은 이미 분홍빛으로 물들어버렸다. 손에 장미를 들고 마치 신세계에 들어온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쇼핑을 다녔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홀가분함인지 3시간을 걸었는데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예쁜 은반지도 5천 원에 득템하고 꽃이 화려한 시스루 잠바도 19000원에 구매했다. 손이 무거워지는 그만큼 가슴이 설레었다. 만수르처럼 쇼핑을 했는데 5만 원이 조금 넘었나 보다. 집에 와서 신랑에게 5천 원 주고 구매한 방수앞치마 자랑도 하고, 레이스가 예쁜 검정치마도 입고서 빙그르르 돌아보며 자랑을 했다. 신랑이 너무 신나 하는 나를 보더니 한 번씩 고속터미널에 다녀오라며 웃었다.
생각해 보면 별것도 아닌 일인데 겨울 동안 고치 속에서 날개를 만들어 봄이 오면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나비처럼 설레고 벅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