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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이야기

by 이혜연
즐거운 이야기

요즘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사면 별것 없는 장바구니를 채우는데도 1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숙련된 프로그래머인 신랑은 코로나 때 여기저기서 일을 해달라고 부탁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개발을 의뢰하는 곳이 줄었다며 이직에 대해 걱정을 합니다. 인플레이션보다 무섭다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뉴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아침식사 시간이 우울해졌습니다.


봄이 온다는 입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대문밖에는 잔뜩 벼른 북풍이 성질을 부리며 날뛰고 있고, 눈이 오는데도 계절은 바짝 마른 듯 날카롭게 기침을 해대고 있습니다. 무엇하나 쉽지 않고, 즐거울 일없이 거리도 사람도 굳어가는 날들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그릴 수 있는 가장 즐거운 것, 아름다운 것, 사랑스러운 것들로 작은 성냥을 태우듯 희망에 불을 지펴 꽁꽁 얼어붙은 손을 녹여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이 오는 게 버거운 일이 되지 않도록 오늘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웃으며 다음에 오는 아침엔 환하게 웃으며 서로에게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그러니 힘내세요. 어쩌면 모든 것이 멈춘 지금이 가장 커다란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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