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그늘을 17살에 떠난 때부터 내 삶은 쉴 곳도 없이 계속 한낮 땡볕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힘껏 버티는데도 땀이 비 올 것처럼 쏟아졌고, 숨이 찼으며, 다리가 후들거렸었다. 정오의 태양 아래에선 그림자 마저 자취를 감춰 온 세상에서 하찮은 작은 점처럼 홀로 광장에 서있는 느낌이 들곤 했었다.
하지만 신랑을 만나고 가정을 이루며 함께 아침과 밤을 맞이하는 요즘은 그늘아래 있는 것처럼 시원하고 행복한 날들이 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아이들과 나를 위해 세상의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신랑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정시 퇴근을 위해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엔 일만 한다는 그는 결혼 10년간 일을 쉰 적도 주말에 우리만 두고서 어딜 간 적도 거의 없다. 항상 가족이 먼저였고, 제일 우선순위였으며 언제나 한결같이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었다. 하지만 그 단단한 보호막이 요즘 직장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정치가 어수선하고, 경제는 침체기인 데다 변화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신랑이 느끼는 불안감을 모두 잠재워줄 수는 없지만 아이들 방학이 끝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그의 오른팔로서 힘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
육아와 가정을 이루는 한 팀으로서, 서로의 인생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할 친구로서 그에게 작은 그늘을 내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