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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by 이혜연
봄이 오는 소리

소리를 삼켜낸 빗방울이 따스하게 내리며 봄이 시작됩니다. 이른 봄인데도 나무는 뾰족뾰족 아기 새 같은 새싹을 오므리고 봄비가 그친 후 나른하게 쏟아져 내릴 황금빛 햇살들을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하루 이틀 남겨진 추위의 끝이 섣부르게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진 어깨를 으스스 감싸겠지만 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봄은 문턱 넘어 꽃들을 이고 피어날 것입니다.


엄마의 엄마, 그들의 끝에 모든 자식들을 배출한 대지의 여신은 가슴을 풀어 이 시간을 기다려온 씨앗들을 하나씩 세상으로 내보낼 것입니다. 고사리 같은 손들이 하늘의 손길로 쑥쑥 자라나겠지요. 창 밖으로 바빠진 새들의 노랫소리와 향긋한 꽃내음에 가슴 셀레는 사랑을 찾는 눈길이 바빠지는 날들도 오겠지요. 어느새 그런 봄이 왔습니다. 새로운 날에 맞춰 행복해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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