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되자 이른 어둠이 창을 가리기 시작했습니다. 겨우내 마른땅의 갈증을 한꺼번에 없어줄 양인지 제법 굵은 빗줄기가 밤까지 이어집니다. 아마 밤을 적시고 아침해가 뜨도록 비가 내리다 이번 겨울, 마지막이 될 눈꽃이 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나면 양껏 생명수를 들이켠 대지 곳곳에서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겠죠.
낮게 땅 위를 덮는 야생화들과 화려하게 세상을 장식할 벚꽃들과 배꽃, 사과꽃 같은 향기로운 봄의 정령들이 다시 한번 세상을 밝히며 이제 시작하는 연인들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며 잠 못 들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뜬 마음이 온 세상을 사랑으로 물들일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오늘 밤은 포근한 어둠에 기대에 편안히 쉬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