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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꽃샘추위로 몸살을 앓다

by 이혜연
월요일, 꽃샘추위로 몸살을 앓다

따스한 바람에 마음이 앞서 봄을 찾더니 연휴 셋째 날 월요일. 전국이 꽃샘추위로 몸살을 앓았다. 새벽녘 눈이 내렸고 바람은 거세게 불어 마지막 잔가지들을 떨구어댔다.


시아버지 제사가 있어 형님댁에서 제사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수원화성을 방문했다. 잘 닦여진 성곽길을 걷다 보니 명자꽃 가지에 빨갛게 여물어가는 꽃봉오리도 보이고, 매화꽃 봉오리도 통통하니 살이 오른 게 보였다. 바람은 곱게 빗은 머리를 헝크러트리고 서둘러 갈아입은 얇은 외투를 비웃듯 체온을 식히고 있었지만 봄이 오는 걸 막지는 못한 듯했다. 볕 좋은 언덕길에 손톱만큼 작고 앙증맞은 야생화가 수줍게 피어있었고 개천은 봄의 노래로 생기를 찾은 듯 졸졸졸 계절을 흐르고 있다.


시샘하듯 불어대는 바람에 마음 흔들리지 않고 버티다 보면 노란 햇살 같은 봄을 한껏 즐길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시름시름 앓는 월요일이라도, 시샘하듯 불어대는 찬 바람에도 한 걸음씩 오는 봄을 기다리며 오늘도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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