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넉 달 사용 후기(2025. 09. 20)

진짜 빠진다! 그것도 많이!

by 알로

위고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정보전달 차원에서 글을 씁니다. 제가 이런 식으로 몇 개의 생생한 제품 후기나 여행 후기를 쓴 적이 있는데 제 글에서 정작 쓸 만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둡니다.


높은 비용 때문에 부담이 되신다고요? 그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다들 보험 가입해 두신 게 있으실 겁니다. 그러면 저처럼 납부한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을 내시면 됩니다.


미쳤나고요? 안 미쳤습니다. 사족이지만 우리 사춘기 아들이 약간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흠, 뭔가가 벌써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위고비는 넉 달째 맞고 있고, 12키로그램정도 감량하였습니다. 저는 원래 점심식사를 하고 나면 졸음이 오는 게 싫어서 고구마나 삶은 달걀, 방울토마토, 단호박, 제철 과일 등을 먹어왔습니다. 그러다보면 언제나 퇴근길에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고 싶다는 욕망이 토네이토처럼 강하게 밀려와서 화려한 조명처럼 제 몸을 감싸기 마련이었습니다. 그 강렬한 욕망의 노예가 돼 버스 차창을 내다보면 영화에서 배트맨을 부르기 위해 높은 건물에서 쏘아올린 노란 조명 표식처럼 어떤 음식의 이미지가 천천히 그러나 선명하게 공중에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부대찌개를 먹어야겠다.


오늘은 마라탕! 너로 정했다.


따끈한 국물을 먹을까 했는데 버거킹 와퍼가 할인을 한다니 오늘은 어쩔 수가 없구나.


오늘은 진한 크림스프에 치즈돈가스를 먹어야겠다.


저는 점심을 안 먹게 되면서 식단표를 아주 열심히 보게 되었는데 바로 제가 오후에 욕망하게 될 이 음식 이미지와 관련된 영감을 얻는데 매우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네, 사실 남들 다 맛있게 냠냠짭짭 먹는데 나만 풀때기나 씹으면서 그것을 못 먹어서 성질나서 그러는 겁니다.


그런데 위고비를 맞고 난 후 그것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눈을 감고 상상해봐도 떠오르지가 않았습니다,


물론 때때로 찾아왔던 극심한 배고픔조차 사라진 건 아닙니다.


나 너무 배고파!!!!


성난 호랑이처럼 포효하면서 집으로 뛰어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그런 때에는 식탁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싱크대에 서서 구운 계란을 급하게 까먹습니다.


쫀득쫀득한 흰자! 아, 너무 맛있어. 너무 좋아.


그런데 그렇게 계란 한 알을 까서 먹고 노른자 때문에 목 막히니까 물까지 홀짝 마시니까 난폭한 호랑이가 어느새 만족해서 꼬리를 흔들거리며 어슬렁거리면서 돌아가 버리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먹는 음식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위고비를 맞으면서 식단을 병행하라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데요, 많이 먹을 수가 없으니 예전에 비해 음식을 아주 신중하게 고르게 되더라는 겁니다. 밀도가 높으면서 아주 나를 만족시키는 그것을 찾아다니다보니 미식가가 다 되었습니다. 이딴 걸로 내 배를 채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가 막히게 맛있거나 차라리 건강식이 아니면 먹지도 않습니다. 빵이나 면 이런 것들은 저를 만족시킬 수 없었습니다. 많이 먹을 수가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칼국수를 상상해보세요. 새빨간 김치를 얹어 면을 호로록 건져먹고 조개도 까 먹고 또 면을 젓가락에 크게 말아서 후루룩 건져 먹다가 너무 뜨거워서 그릇에 얼른 뱉고 나중에 그 그릇에 입을 대고 국물까지 모조리 마시면 그 만족감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런데... 면을 한 세 번만 건져 먹었는데 호랑이가 가버리는 겁니다. 그가 떠난 후부터는 음식 맛이 없어지고 배가 아프며 많이 먹는 것이 고역스럽습니다. 칼국수를 앞에 놓고 그러는 장면은 정말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게 된 것입니다.


물론 사이에 몇 번의 일탈도 있었습니다. 강원도 양양에 놀러갈 때 미식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1주일 정도 위고비를 끊은 적이 있었습니다. 약을 끊자마자 사슬에서 벗어난 호랑이가 앞발로 닥치는 대로 짐승을 사냥하더니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쿨쿨 낮잠을 자더군요. 4일 동안 2키로 증량!


또 며칠 전에는 생물새우를 주문해서 먹느라고 위고비를 잠깐 끊었습니다. 주문한 생새우로 새우튀김과 버터새우구이, 감바스, 새우를 잔뜩 때려 넣은 라면을 먹어야 하는데 위고비를 맞으면서는 그것들을 즐겁게 먹을 수가 없고 보람도 없이 비린내만 풍기게 될 텐데 그렇게 하긴 싫었거든요. 가을전어와 생물새우는 먹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생물새우 주문을 앞두고 열흘 정도 전부터 위고비를 끊었습니다. 하루는 새우튀김과 새우찜, 하루는 버터새우구이와 새우라면, 하루는 감바스를 만들어 바게트와 먹었습니다.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그렇게 보름 가까이 지나고, 원래보다 용량을 줄여 위고비를 맞았는데도 휴지기가 길었는지 부작용이 나타나 약간 힘들었습니다.


위고비를 끊고 나면 대고비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부작용은 각각 다를 수 있으니 꼭 꼼꼼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말씀드렸잖아요. 정작 쓸 만한 정보는 글에 없다고요. ^ㅠ^


그럼 저는 강아지용 위고비 출시를 염원하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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