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을 하면서 대고비가 오고야 말았다!!!
오늘은 시험이 끝난 큰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강아지 산책을 다녀오고 서둘러 병원에 가느라 아침을 거른 채로 남편 차에 올라탔습니다. 사실 그보다도 어제 과식을 해서 속이 불편해서 아침 식사를 못한 것이 더 컸습니다.
네, 저는 단약을 하기 위해 위고비 용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어제는 큰아이 방에서 몰래 과자를 훔쳐다가 한 봉지를 우적우적 다 씹어 먹은 후에, (물론 그 전에 식욕이 솟구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운 계란을 하나 까서 먹었습니다.) 남편과 순댓국을 두 개 끓여서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남편은 ‘건더기를 많이 줄까 국물을 많이 줄까?’라고 물었는데 제가 ‘두 개 다 많이 줘.’라고 대답했더니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았는데 저는 맛있는 건더기를 다 건져먹고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뜨거운 국물을 남김없이 들이킨 후에야 그 표정의 의미를 알아챘습니다.
큰일났다! 벌써 약효가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저는 오늘은 어제 과식을 해서 속이 불편한 김에 하루라도 단식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아이 진료가 끝나고 병원을 나서는데 병원 바로 옆에 우리가 자주 가는 쿠우쿠우가 떠올랐습니다. 옆에 와 있는 줄도 몰랐던 거대한 호랑이가 갑자기 크아앙 하고 울었습니다. 저는 저리 가! 이 녀석아! 하면서 마음속으로 발길질을 하였지만 그 친구는 이번에는 제 머리 위에 올라앉아 앞발로 쿠우쿠우를 가리키면서 다시 한 번 크아앙 하고 울었습니다. 남편과 큰아이에게 쿠우쿠우에 가겠느냐고 묻자 아이가 동생도 없는데 우리끼리만 가는 거 좀 그렇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 아이 손을 잡아끌고 쿠우쿠우로 갔습니다. 끌려오는 큰아이의 표정이 밝지 않은 것은 ‘나 없이도 이렇게 많이 다녔겠지.’ 하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오픈 전이라 밖에서 잠깐 대기하였는데 우리 차례가 올 때까지 호랑이 녀석이 얼마나 울어대던지 공을 쥔 럭비 선수처럼 제일 빨리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마침내 자리에 앉아 급하게 초밥을 가져왔습니다. 허겁지겁, 그러나 멀쩡해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초밥을 몇 개 입에 넣었을 때였습니다. 호랑이가 머리 위에서 내려오더니 어슬렁거리면서 가려고 하더군요. 가지 말라고 꼬리를 꼭 붙들고 이번에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광어 지느러미를 초장에 찍어 입에 넣었습니다. 배가 터질 것 같은 것을 꾹 참고 꼭꼭 씹어 삼키니까 뱃속으로 그것이 엄청난 무게로 쿵 하고 떨어져 내렸습니다. 방심한 사이 호랑이가 저만큼 가고 있었습니다.
겨우 이거 먹자고 여기를 오자고 했니?
저는 화가 잔뜩 나서 바닥으로 포크를 내동댕이쳤는데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호랑이가 더 빨리 도망쳤습니다.
뭐야? 잔뜩 기대하게 만들고 이렇게 하면 되겠어?
저는 어쩔 수 없이 아이스크림을 조금 떠와서 젓가락을 찍어 먹으면서 다른 식구들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집에 와서 배가 꺼져서 초콜릿을 좀 까먹었더니 남편이 당신 어제 오늘 갑자기 많이 먹는다고 하더군요. 제가 호랑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더니 남편은 그래서 배고픔이 오기 전에 미리 뭔가를 먹어둬야 하는 거라고, 요요 오는 거 금방이라고 걱정하면서 생채소를 잔뜩 때려 넣고 그 위에 순두부를 올린 후 발사믹 소스를 뿌린 샐러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남편은 이딴 음식을 어떻게 6주째 먹고 있는 걸까요? 그렇지만 요새 상체 운동을 해서 탄탄해진 남편의 어깻죽지는 마치 훈제 닭다리처럼 마음을 잡아끄는 데가 있습니다.
그래, 나도 식단을 해보자.
저는 포크를 만지작거리다가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아주 천천히 채소들을 씹어 삼켰습니다. 그런 저를 보더니 맞은편에 앉은 남편이 낄낄 웃으면서 정말 꼴보기 싫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