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픈 체외충격파 치료기

저리 가! 족저근막염!

by 알로

양쪽 발에 족저근막염이 생겨서 정형외과 진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체외충격파 치료가 좋다고 하니까 인근 병원에서 좋은 기계를 쓰는 병원을 검색하였습니다. 제품 브랜드와 충격을 주는 방식에 대해 충분히 알아본 후 병원을 골랐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할아버지 원장님께서 직접 체외충격파를 하신다고 해서 한참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는데 자랑하던 대로 기계가 좋아서 그런지 말도 못하게 아팠습니다. 고통을 참느라고 머리카락에 얼굴을 비벼서 눈썹이 다 지워져 있었습니다. 제가 끅끅거리든 말든 의사선생님께서는 차분하게 여기도 아파요? 여기는 어때요? 하시면서 제 발바닥에 기계를 문지르며 치료를 이어나가셨습니다. 모나리자의 얼굴로 병원을 나서면서 여기에는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여전히 발바닥이 아파서 늦게까지 열어 퇴근 후에도 갈 수 있는 다른 정형외과에 가보았습니다. 젊은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셨고 무엇보다 체외충격파 치료를 하는 선생님이 너무 젊고 미남자셨기 때문에 몹시 부담스러웠습니다.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와 스무 살은 족히 차이가 날 텐데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요, 저는 부담스러운 것도 제 마음대로 못하냐 이렇게 항변하고 싶습니다. 혹시 발냄새가 나는 것은 아닐까? 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쨌든 치료가 끝나서 이제 오늘은 저 선생님을 그만 만나도 된다고 안심했는데 그 다음에 물리치료를 담당하시는 선생님도 젊은 분이라 당황했고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설이 최신식이고 전에는 받아보지 못했던 신기한 전신마사지도 받아서 기분이 좋았지만 여기에 또 올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군요. 그래도 밤늦게까지 하는 병원이 그곳밖에 없어서 (정말입니다.) 한 번 더 방문을 했습니다.


두 번째 방문을 통해 여기는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으면서 제가 아파하는 시늉을 하면 충격 강도를 조금 줄여주신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친절하고 센스 있는 선생님이신 겁니다. 제가 눈물을 닦거나 저도 모르게 꽥 소리를 내면 많이 아프시죠? 하면서 기계 강도를 살짝 낮추고 다음부터 차차 강도를 높이자고 말씀해 주셨던 거예요.


체외충격파는 아플수록 효과가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참아야 한다고 했고요, 그리고 가격은 어떻습니까? 15분 남짓한 한 번 치료에 85,000원입니다.


그러니 다음부터 강도를 높이면 안 됩니다! 사람들이 체외충격파는 너무 아프니까 치료를 한다고 안 하고 조진다고 하더군요. 네, 그냥 꾹 참고 조져야 하는 겁니다. 비싸니까요. 저는 다시 모나리자의 얼굴(그래도 아프긴 엄청 아픕니다.)로 병원을 나서면서 가난뱅이인 내게 이 병원은 사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처음에 방문했던 정형외과에 갔습니다. 할아버지 원장님께서 제 오른쪽 발을 꼭 붙드시고 병상에 누운 제가 오리처럼 꽥꽥 소리를 지르든 활어처럼 펄떡거리든 미동도 없이 치료를 계속 하셨습니다. 이 병원으로 계속 다녀야겠구나. 모나리자의 얼굴도 모자라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쓸어넘기면서 실로 오랜만에 돈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집에 와서 이 두 개의 병원을 비교하면서 제가 할아버지 원장님께서 치료하시는 것을 흉내내느라고 입술을 말아올린 후 윗니를 아랫니에 넣다시피 하고 눈을 치켜뜬 후 이런 표정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치료를 하셨다고 말했습니다.(사실 저는 엎드려 있어서 원장님 표정을 모릅니다. 그냥 제 상상 속의 모습입니다.) 남편이 제가 사다준 과자를 뜯느라고 제 얼굴을 못 봐서 몇 번이나 이런 표정을 해보여야 했습니다. 그래도 안 봐서 제가 남이 말할 때는 그 사람 얼굴을 봐야지?라고 말하니까 안 봐도 다 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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