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롬쇠에 다녀왔던 일

오로라 관광 (2019.10.31)

by 알로

요새 트롬쇠 여행이 유행인 것 같습니다. 저도 다녀왔다고 자랑하려고 오래된 일기를 뒤적거려서 올려봅니다.


오로라를 보러 떠납시다.


우리가 돈이 없지 마통이 없습니까? 그러니 떠나봅시다.


노르웨이에서는 오로라를 다들 Northern Light라고 부르더군요.


파리에서 노르웨이 오슬로는 두 시간쯤 걸립니다. 오슬로에서는 뭉크 미술관과 비겔란 조각 공원에 가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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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왼쪽 저어 끝으로 가면 피오르드가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또 그리그 생가가 있고 아름다운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미니콘서트가 황홀하다고 하지만 오슬로에서 너무 머니까 이쯤 해두고 오로라를 보러 트롬쇠로 떠납시다.


오슬로에서 트롬쇠로 떠날 때는 비행기 시간보다 조금 넉넉하게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국내 여행이라 출국 심사가 없이 금방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되지만 비행기가 티켓에 찍힌 시간보다 조금 빨리 출발합니다. 그게 뭔 소리냐 싶으시겠지만... 다들 탔는가 싶으니까 비행기가 10분 전에 출발을 해버리더군요. 아무래도 자신이 버스인 줄 아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저렴한 새벽 비행기를 이용했습니다. 잠도 못 자고... 새벽에는 더 춥습니다. 하여간에 돈이 원수입니다.)


어쨌든 빨리 출발하니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한국인 정서에 잘 맞는 비행기입니다.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길게 낮잠을 잘 수가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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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한 시간 30분이면 도착합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비행기 티켓에 도착시간 같은 것은 안 쓰여있었습니다. 그러니 한 시간 20분 정도부터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참 신나게 자다가 당황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트롬쇠에 도착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긴 극지방에 들어가므로 몹시 춥습니다. 그러니 집에서 출발할 때 채비를 단단히 해서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추위보다 물가가 더 무섭습니다. 그러니 출발할 때 마통 한도를 크게 뚫어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호텔에 묵게 되면 조식을 꼭 먹는 편이 좋겠습니다. 저는 500미리 콜라를 4,500원 가까이 주고 사기도 했으니까요. 연어 초밥 도시락이 한 개에 이만 오천 원 정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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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편이 경제적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오븐과 식세기 때문입니다. 마트에 가서 윤기가 차르르 흐르는 자연산 연어를 삽니다. 쌉니다. 여기서 유일하게 쌉니다.


오븐에 넣고 굽습니다.


냉동식품에 잘 보면 최고로 잘 나가는 생선 그라탱이 있습니다.


굽습니다.


채소도 조금 사 왔습니까?


굽습니다.


마리네이드! 저는 이런 거 모릅니다. 춥고 피곤하니까 그냥 구워서 허브 솔트 뿌려서 먹고 식세기를 돌리고 잠을 청합니다.


오로라는 업체 차량을 통해서 찾아다니며 볼 수도 있고, 개인이 렌트를 해서 오로라 스폿을 찾아가서 볼 수도 있습니다. 업체를 이용하면 1인당 하루에 15-20만 원 정도 비용이 발생한다고 들었는데 모닥불도 쬐고 핫초코도 마시고 쿠키도 먹고 화장실도 편하게 이용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우리는 렌트를 해서 방한복도 우리가 챙기고 집에 올 때는 너무 졸려서 고생을 좀 했거든요. 깊은 밤에 눈길과 빙판에서도 운전이 가능한 분들만 렌트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운전을 안 하고 옆에 앉아만 있었는데도 아주 무서워서 혼났습니다.


업체를 이용했으면 더 편했을 것을 하고 후회도 했지만 렌트가 여러모로 좀 더 경제적인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길이 가파른데 빙판이라 빙빙 돌아서 다니기도 많이 했습니다.


갈 때는 오로라 지수가 강한 날을 선택하고 일기예보도 꼭 확인을 합니다. 또한 오로라를 못 보게 될 수도 있으니 마음을 비우고 가는 편이 좋겠습니다. 저도 첫날은 괜찮았지만 둘째 날은 폭설 때문에 운전하는데 앞이 안 보일 지경이었으니까요.


트롬쇠는 피오르 관광, 극지방 박물관, 케이블카를 제외하면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케이블카를 타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눈밭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오후 4시가 되면 날이 컴컴해지니까 관광을 하려면 조금 서두르는 편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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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불편한 점은 북유럽이 인종차별이 좀 있다더니만 파리와 다르게 사람들이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이건 무례한 정도가 지나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둔한 어린이도 나중에는 투덜거렸어요. 식당에서는 자기 옆 테이블에 앉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고요.


차갑게 내 얼굴을 응시하는 파란 눈깔...


굽습니다.


아니, 아니 저녁에 뭘 구워 먹을지 생각하면서 무시하라는 말씀을 드린다는 것을 잘못 말했습니다.


저는 개썰매는 타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자연 속에서 의지가 있는 생명체에게 전적으로 내 생명을 맡기고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합니다.


가령 대장 개 이하 여러 마리 강아지들이 저를 썰매에 태우고 신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대장 개에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을 참 오래도 했구나. 아, 소중한 나의 동료들... 이제 오랜 세월 나를 믿고 따라준 가족과 자연으로 돌아가서 자유롭게 살다가 생을 마감해야겠다.'


그래서 대장 강아지 인솔 하에 모두들 땅에 파묻어 놓았던 뼈다귀까지 다 찾아서, 대자연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다 칩시다. 그런데 썰매에 태웠던 까만 머리카락을 지닌 인간이 뒤늦게 생각이 난 겁니다.


“대장, 저 사람 우는데?”


혹시라도 이런 불상사가 생길까 봐 겁이 났습니다. 나는 그 강아지들이 직장을 은퇴하고 원시 자연 속으로 돌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도 않고, 그들과 거기에 정착하기는 더 싫습니다.


그게 아니면 엄청나게 친절하고 다정한 대장 강아지가 있었단 말입니다. 썰매 뒤에 타서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마다 깔깔 소리 내서 웃는 인간이 몹시 다정하게 느껴져서 더 재미있게 해 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마음을 먹은 데에는 그녀의 헤어스타일이 자신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는 것에 친근감을 느낀 탓이 큽니다. 그래서 신나게 달리다가 바나나 보트가 마지막에 사람들을 물에 빠뜨리는 것처럼 급커브를 돌았고, 관성의 법칙을 이기지 못하고 뒤에 탑승한 손님이 얼음 위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아까 그 강아지가 말했습니다.


“대장, 저 사람 머리에서 피나는데?”


모든 인간은 한 번은 죽을 수밖에 없지만 저는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개썰매를 타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어리면 날씨도 그렇고 밤늦게 돌아다녀야 하니까 여행이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저는 기념품으로 사슴뿔로 만든 병따개를 사 왔습니다. 비쌉니다. 조금 징그럽고... 이걸 왜 사 왔나 모르겠습니다.


트롬쇠는 정말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쓰인 내용은 제가 경험한 것이 맞지만 웃자고 쓴 것이므로 이것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것이냐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ㅋ 그러니 재미로만 보시고 만약 정말 떠나야겠다는 결심이 들면 저한테 묻지 마시고 인터넷으로 서칭을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제부터 밀린 드라마를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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