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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질 거야

by 지슈


-25년 6월 발표곡 <be fine>의 배경을 담은 글입니다.


어느 봄날, 프림로즈힐 언덕에 올라 갓 튀긴 추로스를 손에 들고 먹으니 꼭 놀이동산에 온 기분이 들었다. 입가에 묻은 시나몬 설탕을 털어 내며 나는 말했다.


“나는 과자가 너-무 좋아. 특히 스트레스받으면 더!”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자꾸 미루고 있어.”


겉모습만 어른이 된 나의 고민을 진지한 표정으로 듣던 친구의 첫 대답은 한결같았다.


“음. 그래도 괜찮아.”


복사 단축키 누르듯 반자동적인 대답이 살짝 서운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엔 깊이가 있었다. 친구는 나름의 결핍이 있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었으니까. 집에 오는 길 내내 나눈 대화를 머릿속에서 필름 감듯 돌려봤다. 일주일 뒤에도, 한 달 뒤에도 그 장면은 불현듯 떠오르곤 했다.


이유는 아마도 마음 한구석에 숨겨둔 ‘못난 나’를 다독이기 위해서였을 거다. 무기력함에 침대에 누워 멍하니 시간을 보내거나 슈퍼에서 고작 2~3파운드짜리 물건을 살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 그런 불완전한 나는 마치 자전거를 처음 타다 넘어졌을 때 어른이 아이에게 ‘괜찮다’ 고 말해주듯,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말해줄 누군가를 오랫동안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크고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그럴 때마다 자주 그리고 오래 되뇌일 수 있도록 친구의 말을 빌려 가사를 썼다.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하는 말은 그냥 쉽게 지나치는 법이 없으니까.


‘괜찮아. 넌 늘 최선을 다했잖아. 그러니 괜찮아.

그리고, 괜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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