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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마주친 순간

by 지슈

-25년 7월 발표곡 <your eyes>의 배경을 담은 글입니다.

친구들과 먹은 피시앤칩스. 너무 맛있던걸?


“콜 잇 매직!“


‘절대음감을 타고나 이런 때 잘 써먹는다.’ 앙상블 수업, Coldplay의 <Magic> 알토 파트를 부르며 생각했다. 음을 찾아 헤매는 친구들을 볼 때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악보대로 부르기만 하면 되니 영어로 말할 필요도, 과제 발표처럼 긴장할 일도 없었으니까.


어느 날, 지도 교사 애니는 악보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하게 했다. 목소리를 하나로 조화롭게 만들기 위한 연습이었다. ‘나는 오선지 위 음표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데 익숙한데.’ 갑자기 진동보다 빠른 간지러움이 배에 느껴졌다.


“콜 잇 매직! 콜 잇 트루!”


첫 소절을 부르자마자 불현듯 민망함과 딴생각이 겹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런데 친구들은 웃지 않았다. 그냥 미소를 지었다. 바로 지금 노래하는 순간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음악을 ‘즐겨본’ 적이 언제였더라.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실력을 키우겠다는 다짐 하나로 늘 나를 채찍질하며 달려왔으니까.


무대 발표를 앞두고 우리는 틈만 나면 연습했다. 친구들은 말로 때로는 눈빛으로 음악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 것인지 알려줬다. 눈을 마주친 순간, 그들과 함께 웃을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구나.’


음악인이기 이전에 그저 내 이름 석자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수업의 마지막 주 나는 녹음과 공연을 차례로 해냈고 노래하는 순간마다 벅찬 행복에 어쩔 줄을 몰랐다. 마법 같은 시간, 아니면 잠깐 다른 세계로의 이행이었을까.


눈빛은 때론 말을 넘어서는 언어다. 그 안에는 온기와 감정이 담겨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색하다는 이유로 가족, 동료, 친구, 가게 손님과도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 모두에게 마법의 주문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면, 우리는 그것을.

콜 잇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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