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아닌 얼굴로

강화된 단속 속에서 흔들리는 삶들

by 운조





그는 하루아침에 숫자가 되었다.

그의 이름은 사라지고, ‘체류 신분이 없음’이라는 꼬리표가 남았다.

작업복을 입은 채, 한 손엔 안전모를 쥐고 있던 그는 이제 골목길 한구석에서 흔들리는 존재였다.


직장은 지난주에 나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용한 아침 운전팀 회의에서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적발 단속 떠요… 당장 차 가져 나가면 안 돼요.”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뒤돌아보는 순간, ‘출입 통제’라는 안내판이 빛났고, 진압복을 입은 연방요원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ICE)은 2025년 여름부터 **‘2 년 이상 체류 증명 불가 시 즉각 추방’**을 골자로 한 강화된 단속을 시행했다.

비밀스럽게 통보된 덫은 이렇게 작동했다:


교회, 병원, 학교 등 ‘보호구역’이라 여겨졌던 장소까지 진입 허가가 축소되었고.


일터에서의 급습이 일상이 되었고, 어느 날에는 농장 작업장에서 200명 이상 체포, 1명 사망한 대형 단속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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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는 친구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형… 나 지금 나갈 수가 없어요. 저희 팀 동료 두 명이 붙었어요. 차를 빼야 돼요… 부탁해요.”

친구는 단번에 알아들었다.

밤이 오기 전에 차는 끌고 나가야 했다.


도망치듯 떠난 그 차는 주차장에 숨겨졌고, 그는 한 주 동안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전화를 받을 수도 없었고, 뉴스의 단속 소식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았다.


어느 날 밤이 되자, 그에게 편지가 도착했다.

미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통계였다.

“250 일 만에 200 만 명의 체류 신분 없는 외국인이 자발적 귀환 혹은 추방되었다.”

그 숫자의 일부는 그였고, 그 주변의 친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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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 어디에 서야 할지 몰랐다.

집은 체포 리스크로 더 이상 평안한 곳이 아니었고, 일터는 ‘표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밤마다 창문 틈으로 지나가는 순찰차 불빛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숫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그의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리모콘만 쥐고 텔레비전을 보며 질문했다.

“아빠, 언제 다시 나와요?”

그는 미소 지으려 했지만, 가슴 속엔 무언가 갈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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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뒤 교회에서 자원봉사자가 말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이곳도 안전지대가 아니에요. 단속팀이 정말 학교·병원도 들어올 수 있게 됐어요.”

그 말은 날카롭게 그를 겨냥했다.


그는 새벽에 몰래 차를 몰고 텅 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가 향한 곳은 이민 변호사가 추천해준 상담소였다.

대기실 창가에 앉아 있던 그는, 한참 동안 자신이 ‘주문서’처럼 호출당하는 삶 속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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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는 결심했다.

“내가 사라지면, 누가 아이들 위해 일해?”

설사 숫자가 되어도, 그는 존재했음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교회 설교 한 페이지를 준비했다.

주제는 ‘보이지 않아도 들리는 신음’이었다.

목회자라는 이름이 불완전하더라도, 그는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는 체류 신분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이라서 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이 곧 울림이 되기를 바랐다.




> “이 이야기는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으로, 특정 인물이나 사실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