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는 없지만, 이미 한 권의 시간을 썼습니다

친구가 건넨 "네 글이 좋아"라는 말 한마디의 힘

by 운조






“네 책이 나올 날을 기다린다.”

친구가 말했다.

그리고 또 말했다.

“네가 간간이 올리는 글들이 좋아. 한꺼번에 묶어서 내셔~”

그 말은 조언이라기보다

이미 책이 있다는 전제처럼 들렸다.

아직 없는데,

이미 있는 것처럼 말해주는 사람 앞에서

나는 잠시 웃다가, 조용히 울컥했다.


내가 쓰는 글은 팔릴까.


출간할 가치가 있을까.


출간 비용은 얼마나 들까.


그리고 늘 마지막에 남는 문장.


그런데, 출간하자는 출판사는 없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책을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쓰지 않으면 흩어질 것 같은 시간들이 있었고,

말로 남기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마음들이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처음으로 알았다.

글이 ‘모인다’는 감각을.

하루하루의 조각들이

어느새 한 사람의 삶처럼 이어진다는 것을.

출판을 알아보며 현실을 배웠다.

좋은 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책은 이야기이기 전에 기획이라는 것.

그리고 기다림의 대부분은

아무 답도 오지 않는 시간이라는 것.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글들이 정말 묶일 수 있을까.

이 삶이 한 권의 책이 될 만큼의 무게가 있을까.

그럴 때마다

친구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간간이 올리는 글들이 좋아.”

매일 쓰지 않아도,

요란하지 않아도,

그 ‘간간이’라는 말 속에는

꾸준히 살아온 시간이 들어 있었다.

한꺼번에 묶으라는 말은

지금 당장 출간하라는 뜻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흩어진 이야기들을

스스로 귀하게 여겨보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아직 책은 아니지만,

이미 한 권 분량의 시간을 가진 글을.

출판사는 없지만,

이미 읽어준 사람들이 있는 글을.

언젠가 정말로

한꺼번에 묶을 날이 오면,

그 책의 첫 독자는

아마 그 친구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는

이 말을 책 속 어딘가에 적어둘 것이다.


네가 간간이 올리는 글들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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