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소녀
덴고와 아오마메 - 1q84를 읽고서
소년과 소녀는 혼자였다. 그들에게 가족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에게 가족은 가족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그런 존재였다. 그건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조그마한 소년의 눈높이에서 세계는 무서운 거인들의 세계였다. 그는 언제나 두려움을 품고 살아가야만 했다. 자신을 지켜줄 이가 스스로밖에 없기에. 그건 소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기에 그 순간 맞잡은 손이 기억에 선명히 각인되었다. 거인들의 세계 속 유일하게 나의 손을 잡아준 아이. 혼자의 세계에서 둘의 세계가 된 그 날을 어떤 순간보다도 또렷히 기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소년과 소녀 모두 이제는 거인이 되어버린 지금도 그 작고 작은 여린 손을 그리워했다. 다시 한번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만 있다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투쟁해온 모든 삶을 포기할 수 있었다.오직 그 순간 만이면, .세계가 가지고 있는 믿음의 형태를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매순간 기도하고 기도했다. 그를 만나고 싶다고.
그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음속에서 뻥 뚤려 채워지기만을 기다리는 구멍을 그녀가 아니고서는 채울 수 없었다. 아무리 수학을 공부하고, 문학을 공부하고. 세상을 이해해서 자신의 존재속 무엇인가의 공허를 채울려해도 채울 수 없었다. 그녀만이 . 그 작고 여린손만이 자신의 존재를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는 그녀를 찾고 또 찾았다. 그래서 세계에는 두개의 달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그에게 그녀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어떠한 기묘한 세계속이라도 그 둘의 존재를 나눠놓을수는 없었다. 그 둘이 만나서 세계가 완결되었을때야 두개의 달이 떠올라있는 기묘한 세계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