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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 Jul 17. 2024

애달픔

지하철 한구석, 쭈그려 앉아 책을 열심히 읽는 나이 든 이의 모습을 보고 반가움과 슬픔이 동시에 찾아온다. 책을 읽는 일이란, 평생을 알 수 없는 깨달음의 한 자락이라도 잡아보려 하는 애달픈 염원의 시소 타기임을 알기에 나는 마음속 깊이 애달픔을 품고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설령 기쁨과 슬픔의 미묘한 시소 타기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나는 삶이 아주 간단하게 기쁨으로만 가득 차면 좋겠다는 순진한 생각에 빠지고는 했던 것이다. 그는 지쳐 보였다. 그럼에도 그의 눈은 번뜩이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찾아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묵묵히 책을 읽고 있었다. 


지하철 다른 이들이 각자를 즐겁게 해주는 것들에 빠져있다. 나는 그러한 일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는 탐구의 고통 속에서라도 우리를 한순간 반짝이는 깨달음의 열원으로 이끌어주는 일에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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