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점점 커져갔다 DS팀 또한 데이터 과학 붐과 함께 팀은 점점 커졌다. 여러 직급의 DS 사람들을 뽑았고 나랑 같은 직급의 친구가 입사했다. 그리고 곧 그 친구는1년도 되지 않아서 시니어 직급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일하는 걸 봤을 때 내가 실제 데이터 사이언스 지식이나 테크니컬 한 것은 나아 보였는데, 언어의 차이인지 프레젠테이션과 프로젝트를 이끄는 실력이 그 친구가 좋았다. 승진 소식을 들었을 때 사실 좀 씁쓸했었다. 그런데 사실 말도 안 되는 것이 내가 이 회사는 먼저 들어왔지만, 그 친구는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헬스케어 회사에서 경력도 나보다 길게 있었다. 그래도 왜인지 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했다. "내가 시니어 직급이 가당키나 하냐 이제 첫 회사이고 학교 다니면서 쌓은 경력인데"
그리고 그 해 여름 드디어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여행을 갔다. 한 달 동안 한국에 있었지만 한 달간의 휴가를 낸 것은 아니고 휴가를 2주 내고 2주는 한국에서 근무하였다. 나름 괜찮았다 낮동안은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고 저녁에는 와이파이 있는 곳에 가서 미팅도 하고 일도 했다. 그리고 늦게 잠들었다. 상사에게 얘기하고 일도 유연적으로 했다. 꼭 8시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 시각으로 아침에 두세 시간 일하고 저녁에 또 일하고 이런 식으로 일을 했었다. 중요한 회의는 새벽이라도 참석했기에 다행히 큰 문제가 없었다.
잠시 옆길로 새서 참고로 이 회사는 유급휴가 PTO(Paid Time off)가 무한정이었다. 한국에서 들으면 와 진짜 좋겠다 최고다라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처음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 연말까지 휴가 안 쓰면 돈 줘야 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 이렇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리고 실제 무한정 휴가를 쓰는 직원은 없었다. 시스템이 그리고 매니저가 직원의 휴가일수를 체크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일이 있기에 남용하는 직원은 없었고 실제 크게 바뀌는 것은 없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미국 회사는 언제든 잘릴 수 있다.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몇 개월을 비웠는데도 잘 나간다면 스스로 자신이 필요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샘이다.
여하튼 난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인사도 할 겸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런데 얼마 전 승진하였던 그 친구가 메신저에 안 보였다. 그래서 또 다른 시니어에게 물어봤다 "그 친구 어디 갔어?" 그랬더니 "그 친구 잘렸어(fired)" 답을 들었다. 둘이 휴게실에서 좀 자세하게 물었더니, "그 친구 뭐 잘 모르더라고 프로그래밍 실력도 좀 그렇고 뭐 시니어에 맞지 않아서 CDS(chief data scientist)가 내보냈어"
그땐 좀 충격이었다. 스스로 그만두는 건 봤어도 잠시 한국 다녀온 사이 같은 팀에서 일하던 친구가 잘리는 것은 첨 보는 것이었다. 아마 내가 그때 시니어를 달았으면 내가 잘리진 않았을까. 여하튼 그 친구의 링크드인은 한동안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
빨리 간다고 부러워하지 말자. 한번 높은 직급을 달면 다른 회사에 갈 때 그 직급보다 낮게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 치프 데이터사이언티스트는 좋아 보이긴 하지만 회사마다 한 명뿐이다. 자리가 많지 않다. 그리고 인터뷰에서도 얘는 직급이 이리 높은데 왜 아는 게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남을 인터뷰하면서 그런 이유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직급이 있으면 그에 맞는 경력과 실력을 갖추는 것이 맘에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