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나가던 나는 회사의 이사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멀리 가는 것은 아니고 한두 블록 옆에 있는 셰어형 오피스 wework로 옮긴다고 했다. 지금이야 그 회사가 이리될 줄 몰랐지만 그 당시에는 꽤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뭐 우리 회사 입장에선 회사에 매일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비용을 아낄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옮기기 전 며칠정도 회사에 나올 것인지 무슨 요일에 나올 것인지 설문을 받았다. 아마 얼마난 크기의 공간을 렌트할 것인지 자료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사 소식을 듣고 오피스 매니저에게 뭐 이사하는데 도울 것 있냐고 물었다. 첫 번째 공기업에서 이사할 일이 있었을 때 물론 업체를 이용하긴 했지만 챙길 짐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개인 물품 있으면 섞이지 않게 챙겨가고 이사 날 출근하지 말고 재택 하라는 말이 전부였다.
그렇게 우리는 위워크 사무실로 옮겼다. 모르는 사람이 같은 층에 있으니 좀 어색하긴 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전화 부스는 내가 좋아하는 근무 장소였다. 사실 난 우리 회사가 렌트한 사무실 공간에 거의 앉아 있질 않았다. 어차피 다 메신저로 소통했기에 위워크 전화부스에 들어가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전화부스가 답답하면 카페처럼 생긴 공용공간에 가서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사무실에 나온 줄 몰랐다는 동료들도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또는 그 날 내 할 일을 끝내면 조용히 퇴근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당연히 나뿐만이 아니었다. 얼마나 자주 회사를 나올 건지 설문조사는 했고 사람들이 나름 그 설문대로 회사에 나왔지만 회사가 렌트한 그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용공간에 가다 보니 실제 사무실 자리가 텅텅 비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몸은 회사에 있었지만 오프라인으로 소통을 거의 안 하다 보니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나도 점점 일주일에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사무실 출근 시간이 줄게 되었다. 사실 재택근무라는 것이 회사 입장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직원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큰 장점이 되었다.
위워크의 장점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기에 개인적으로 내가 느낀 위워크의 단점을 말하자면 좀 산만하다. 각각의 사무공간이 나누어져 있기는 하지만 투명한 창으로 되어 있어서 복도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게 다 보인다.전혀 관련 없는 타 회사 사람들이랑 눈이 너무 자주 마주친다. 또한 공용 공간의 사용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말은 또한 분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회사는 사무실로 직원을 불러들이려고 할까. 고용주는 직원들이 집중해서 일하는지 감시하려는 것이고 직원 입장에선 막히는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려는 것이 핵심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 같은 직원은 전화 부스에 숨거나 공용공간으로 가서 자유를 누린다. 위워크의 이러한 특징은 사무실로 직원을 불러들이는 이유를 상쇄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