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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han Mar 11. 2024

5. 미국 문화 그리고 직장 적응기

5. 난 왜 프로젝트가 없지

조금씩 관련 문서를 읽으며 회사 사업의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갔다. 어렵게 쓰인 비즈니스 모델들을 읽고 어려운 표현을 잘 못하는 나는 단순한 표현으로 바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데이터를 이곳저곳에서 사서 깨끗이 한 다음에 이러이러한 환자가 어디 어디 있는지 우리가 정리해서 그 자료를 이런 회사들에게 판다는 거지?" 그런 단순한 나의 표현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 특히 화려한 언변을 가진 비즈니스 피플- 어색한 너무 직접적인 표현이었지만 어떤 직장동료는 "응 그렇지 바로 알아듣네"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의료 관련 사람들에게 검사결과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해 듣고 각각의 프로파일 등을 코드로 작성했다. 내 학교 친구도 거의 똑같은 그런 일을 하고 있었고 궁금할 때마다 쉽게 물어볼 수 있었다. 그렇게 최저임금보다 약간 더 되는 돈을 받으며 매일 일을 해 나갔다. 분위기는 자유로웠고 책상 외에 옆에 있는 휴게실에서 가서 소파에 앉아 일을 할 수 도 있었고, 탁구를 치거나 게임을 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하지 않았다. 역시 한국에서 와서 그런지 근무 시간에 그러는 것이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러는 중 다른 인턴들은 각각 독특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사일이 주어진 다기 보다 각각 제안서 비슷한 것을 내고 그 일들을 하고 있었다. 다른 인턴들이 재밌는 프로젝트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며, 왜인지 불안했지만 뭐 정해진 일의 마감이 있는데 주어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내게 와서 이러이러한 dashboard를 만들 계획이 있는데 같이 할래라는 제안을 했고 다 업무의 연장선이기에 당연히 그 일을 같이 했다.


그렇게 그렇게 인턴 기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인턴 기간을 마감하는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왔다. 각각의 인턴들은 각각 아이디어를 냈던 독특한 주제를 가지고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나는 그냥 내가 한 회사일을 그냥 보여줬다. 독특한 것이 아닌 실제 클라이언트들에게 넘어간 리포트들 그리고 그냥 하면서 내가 배운 점들 느낀 점들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 친구와 함께 만든 dashboard를 시연했다. 그럭저럭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인턴이 끝나기 며칠 전 DS(data science) 매니저가 회의를 잡았다. "널 고용하고 싶은데 당장 풀타임 예산이 없어, 혹시 컨트랙터로 일해볼래? 그 이후에 내년 초 예산이 나오면 풀타임으로 고용할게" 그 자리에선 생각해 본다 하고 난 집으로 왔다. 하지만 마음은 뛸 듯이 너무 기뻤다. 아내에게 소식을 전하고 며칠 지나 오퍼를 받아들였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그 친구의 덕이 너무 컸다. 신선할 순 있지만 독특한 프로젝트보다는 현재 실무에서 당장 하는 프로젝트를 그대로 하게 했고 고객들에게 실제로 전달되는 리포트들을 만들게 했다. 그래서 컨트랙터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달라진 건 그냥 월급 밖에 없었다. 몇 개의 서류에 사인 후에 인턴으로서 하던 일들을 그대로 했다.

'드디어 아내의 할머니 댁 2층에서 나올 수 있겠다' 우린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퀸즈에 있는 조그만 아파트를 구했다. 아내가 선생님으로 버는 돈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했기에 결혼을 하고도 최소한의 금액만 할머니께 드리고 살고 있었는데 드디어 민망하지 않게 우리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제 우리도 우리만의 주방이 생겼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좀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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