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하이킹으로 회복을 배우다
이제 라스베이거스로 갈 시간이 다가왔으나,
더 멋진 곳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 차를 세워두고 하이킹도 했다.
이미 많은 사진을 촬영했으나
쉽게 아무렇지 않은 자리조차 떠나기 어려웠다.
어디서 인지 모르지만,
내가 상상했던 미국 서부의 모습인데, 확실한 건 이런 사진은 Road Atlas나
미국 관광 관련 사이트 가면 항상 있던 사진 같은 흐릿한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진을 많이 남기고 싶어 했다.
어디를 가도 보기 힘든 광경
언덕 위에서 차바퀴자국 같아 보이지만, 그리고
멀리서 보면 그냥 모래산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그냥 저렇게 생긴 돌산이었다.
모래가 굳은 것인지, 돌산이 깎여서 모래가 있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반들반들하다
해에 가리어진 그늘은 이미 많이 어두워져 갔다.
봉우리를 다시 올라가서 햇빛이 올라온 곳을 찾았다.
약간 높은 봉우리로 걸어서 올라와보니..
밝은 빛이 드는 데스벨리를 보게 되었다
걸어서 작은 산을 올라서 가니 조금 더 큰 산이 나오고
더 가니 조금 더 큰 산이 이렇게 점점 차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데스벨리 지도를 보면 골프코스 지명이 있어서,
아니.. 이런 국립공원 안에 골프 코스가.. 있나 의심했다.
처음에는 한국처럼, 난개발 된 골프장들이 국립공원 안에 있는 줄 알고,
골프 코스 구경이나 해야겠다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이렇게 더운 곳에서 골프를 어떻게 칠까 하고 생각했는데..
실질적인 골프장이 아니라... 은유적 표현을 사용한
악마들의 골프 코스였다.
즉 이런 곳에선 악마만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표현이다.
코스는 소금 돌밭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티박스도 없고, 그린도 없었다.
돌들을 자세히 보니 돌과 함께 딱딱히 굳어 있는 소금들이었다.
소금덩어리는 바다 바닥이 드러나면서 쌓인 소금과 바람 그리고 먼지가 만들어낸, 소금 바위다.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주의글 보다 무서운 경고문을 봤다.
들어가서 걷는 게 매우 어렵고, 만약 넘어지면 뼈를 다치거나.. 소금에 베일수 있다는 말이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
자세히 보면, 소금의 결정체가 꽤나 날카롭고,
잘못하다간 크게 다칠 수 있어 보였다
이제 악마의 골프코스를 벗어나니..
호수처럼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호수일까 아님 그냥 소금일까.. 멀리서 보면
확실히 물처럼 보이는데..
호수가 아니다.
이곳에선 소금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는데,
나도 소리를 들었다.
가끔 미국이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이 드는 건, 과거 미국 19세기 산업화 진행과 서부개척시대가 한창일 때도 미국은 이러한 자연의 미래 가치가 당시의 경제적 윤택보다 더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걸 보존하기 위해서 연방법으로 제정까지 했다는 점이다.
가장 자본주의적이며, 자유를 존중하는 나라에서 공공의 가치를 주장하긴 어려웠겠지만 이러한 모습들을 후손에 보여준다는 건 여간 이타심이 아니면 힘들지 않았을까? 어떻게 평가받을지 모르는 자연을 보호해서 자기가 얻는 보상이 없더라도. 하지만, 미국의 국립공원의 관리도 재정문제 때문에 골치 아파 한데 NPS는 매년 의회에 가서 손을 빌어야 하고, 국립공원이 공공의 가치로서 연방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가, 통제가 정당한가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있어왔다
어느덧 Badwater 구간으로 들어왔다.
데스벨리의 마지막 포인트
데스벨리 구경하는 동안, 경험한 이상한 현상은 더워서 젖은 수건을 머리에 올린 뒤
걸어 나간 뒤 몇 분 만에 수건이 말라 버렸다. 이곳에는 수분이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Dry Heat이라 하는데, 건조하면서 뜨거워지는 현상이다.
평균온도가 49도인 데스벨리는 56도가 가장 더운 온도로 기록되었다.
Dry Heat 현상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내가 여기서 아무리 설명해도 상상하지 못할 것 같다
더워서 말라 버리는 것,
쉽게 말하면, 집안의 야채건조기처럼 수분을 날려 버려서 마르게 만들듯,
데스벨리는 어쩌면 엄청나게 큰 야채건조기 같이 이 안의 모든 것을 건조시킨다.
이제 데스벨리의 마지막인 Salt Flats을 향해서 걸어 내려가봤다. 마치 아주 큰 소금염전이 있는 것처럼. 소금평원이 눈앞에 있었다.
맛도 보았다..
짰다.. 아주...
마치.. 이 더운데 눈꽃이 핀거처럼.. 하얗게 된 눈길이 앞에 있었다.
사람의 발자국 같지만. 소금은 단단하게 굳어 있어서.. 발로 차도 움직이질 않는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아니라 그냥 자연히 생겨버린 소금들의 결정체끼리 모여서 만들어진 분화구 같은 모습이었다.
구경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해가 산에 가려지고 있었다.
반대편의 산봉우리만 남은 해를 반사하고 있었다
이제 해는 완전히 자취를 감쳐 버렸다. 이제 나도 데스벨리를 떠날 시간이 다가워 왔다. 계획을 바꿔서 근처 데스벨리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났지만, 이미 라스베이거스 호텔예약을 취소, 라스베이거스의 맛있는 음식이 생각나서 자리를 일어났다.
그렇게 떠나려고 하는데,
멋진 석양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지금 수년이 지났지만 이때 본 석양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이 넓은 데스벨리에 나 혼자 서 저 지는 석양을 보면서 그동안 가지고 싶어서 가지지 못하고, 이 지상에서 욕심을 내고 싶어 안달을 하던 내 모습을 돌아보며.. 정말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석양의 모습은 어디서나 멋있지만.. 이때 이 석양은.. 탄식을 자아내는 듯한 너무 웅장하고 색이 멋있었다.
이 석양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이렇게 감정에 취해서 데스벨리를 떠날 때쯤.. 차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다. 앞으로 60마일 이상을 가야 하는데.. 차 연료가 거의 없어져 갔다는 것이다. 조금만 가면 마을이 나타나겠지 했지만..
이렇게 Ashford Junction을 출발해서 가는 동안 이미 차에선 연료 경고 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은 연료 가지고는 얼마 못 간다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데스벨리가 워낙 덥다가 보니깐.. 차의 시동을 거의 끄지 않고, 시동을 걸어놓고 다녔던 것이 큰 화근이었다. 그래도 미국엔 어디나 주유소가 있으니 걱정은 안 했지만, 과연 이 기름으로 Shoshone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해서 Shoshone에 도착해 주유소를 찾으니..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정말 패닉이었다. 그리고 동네엔 아무것도 없고 지나다니는 경찰도 없었다. 렌터카 회사에 긴급구조 전화를 하려는데 이 지역에서 전화가 안 되는 것이었다. AAA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차 시동을 끄고.. 동네 공중전화 (Pay Phone)을 찾아다녔는데도.. 없었다. 차를 놔두고, 유령만 있을 법한 거리를 걷다가 다시 주유소로 돌아와 보니, 주유소 한편에. 주인이 메모를 남겨 놨다. 주유소는 문 닫은 지 오래고.. Pahrump에 가면 주유소가 있다는 것이다.. 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가는 곳까지 가보자 하고 운전을 했다. 가다가 경찰이라도 만나야 한다는 심정으로 일단 출발했다.
Nopah Range Widerness Area는 산이었는데, 엄청난 오르막 이 있었다. 경고 싸인을 보니 이곳은 야생동물 서식지로. 늑대, 방울뱀, 오소리.. 여러 가지.. 주의하라고 하는 이곳에서 차가 서버리면.. 어떻게 하나..
지나치는 차도 하나도 없었다.
오르막이 나왔다. 기름을 최대한 아끼려고 무리하게 엑셀레터를 밝지 않고. 아주 살살 조절을 했다.. 이어서 내리막이었다. 시동을 끄고, 차 기어를 중립으로 히거 내려갔다. 이렇게 몇 번을 오르막 내리막, 내리막에선 무동력으로 운전을 했다. (군대에서 들은 기술인데, 기름 없이 가는 걸 실전에서 해본 것이다) 이렇게 반복을 하고 있는데, 아마 이러다 길에서 차가 멈출 거라 생각했다. 제발 누가 날 도와줄 차량이 지나가길 바라며 기도만 반복했다.
내려가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바닥으로부터 들려 왔다.
야생동물이 차에 치인 거 같았다.. 난 돌아볼 수 없이.. 그냥 아무 일 없겠지. 노루나 큰 늑대가 아니길 바라며.. 그리고 살아 있길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내리막에서 낮은 불을 켜고 무동력으로 지나칠 때.. 늑대들의 눈이 차 헤드라이트에 반사되어 반짝반짝거리던 모습이 기억난다.
이렇게 가슴 조마조마하며, 어쩌면 정말 큰일 날 수 있겠다 하며.. 죽음의 계곡을 나오자 나에게 위험한 순간을 내가 자초했던 것이다. 그 오아시스에서 기름이 비싸더라도.. 보충할걸.. 후회는 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계곡을 건너 큰 내리막길이 연속으로 나왔다.. 그러자 저 멀리서 소도시의 작은 불빛들이 보였다. 칠흑 같은 어둠에서 그 빛은.. 아 이제 걸어가서 라도 기름을 구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갔다 이제 신호등만 지나면, 주유소였다. 에어컨도 꺼서 땀으로 범벅이 되고, 소변도 못해서.. 몸과 마음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주유소에 겨우 도착했다. 아찔한 순간이 지나갔다.
지금도 생각하면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거의 60마일을 차에 Empty 경고등이 들어오고 나서 움직인 것이.. 차는 분명히 35에서 50마일 밖에 못 간다라고 계속 보이스로 나왔다. 기름 넣어라, 기름 넣어라.. 지금 기름으로는 이것밖에 못 간다 못 간다.. 하지만, 왔다.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