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하이킹으로 회복을 배우다
LA 직장생활은 업무시간에 말도 못 할 스트레스가 쌓였다. 다름 아닌, 말을 못 하는 스트레스였다. 하는 일이 회사 조사 보고서 작성이 주 업무 여서 말을 별로 할 필요는 없었다. 백인 투성이인 회사의 분위기상 농담해 봤자 아무도 못 알아듣고, 또 업무적 얘기를 하려 해도 엄숙한 분위기였다. 창밖으로는 Santa Monica 해변이 보이지만, 사무실은 새벽에 출근해서 보스가 퇴근할 때까지 일하고, 혹여나 잘릴까 봐.. 가슴 조마조마하며 지내고 있을 때, 나의 유일한 낙은 금요일 오후에 전화 오는 미국 여행사 여직원이 자기랑 같이 여행 가고 싶지 않냐고 꼬시는 홍보 멘트였다. 여행사에 들려서 베가스 비행기 편 알아보려고 명함 줬더니, 거의 매주 전화가 왔다.
"스트레스 쌓이셨죠?
이번 주말에 뭐 하세요?
주말을 라스베이거스 가서 즐기고 오세요"
또 출퇴근길에 우연히 본 광고 문구와 함께 여행사 그 여직원의 전화가 기다려졌다. 하루는 아무 생각 없이 금요일 업무를 마치고, 무작정 공항으로 향했다. 라스베이거스 항공편을 충동구매 했다. 구매 후 바로 라스베이거스로 갔다. 여행가방도 없이...
나는 도박을 싫어한다. 아마 내 속에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대상이 어렵거나, 나보다 못하면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흥미를 잃어버린다. 카지노는 내가 상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백불정도로 룰렛하다가 1불만 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라,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맛있는 음식과 또 직장과 일에서 벗어난 먼가 신기한 곳처럼 느꼈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도 있어 LA세탁소 아저씨 외에 말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처음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온 뒤 Refresh 함을 느꼈다.
동부에서 와서 LA 교민들과 만날 일도 없고, 거주지도 Beverly Glen (Westwood) 쪽이어서 한인타운과 거리가 멀었다. 물론 UCLA 다니는 고등학교 동문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학생들과 나는 생활이 달라서 처음 한 달은 몇 번 만나다가, 나중에는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그 뒤로 한인을 보려면, 한인타운에 가서 한 달에 한번 (머리 자르러) 가고 그냥 동네에서 지냈다. 주말이 되면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로데오거리 카페에서 커피 마시거나, 집에서 게임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자는 게 나에게 휴식이었다.
라스베이거스를 들어서자마자.. 교통체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벨라지오 발레파킹은 거의 최악이었다. 그전에는 MGM이나 좀 후진 데서 잤지만, 베니스 카지노가 바로 앞에 있고, 분수가 멋있는 모습이 생각나서 이 호텔 부킹을 했지만.. 이미 엄청난 모습의 자연을 보고 온 나에겐 하나의 공해처럼 느꼈다. 하지만 익숙한 모습, 사람들의 모습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무엇을 보고 기뻐하나.
그리고, 방에서 어떻게 자는지도 모르게 잠을 잤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라스베이거스를 바로 떠났다.
서둘러야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랜드캐니언 (Grand Canyon) South Rim까지는 거의 300 마일인 데다, 생각보다 차들이 많아서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어렵게 구한 그랜드 캐니언 안의 호텔도 호텔이지만, 그랜드캐니언의 석양을 보고 싶은 생각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랜드캐니언 가는 길에는 도로 공사가 많이 있었고, 차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막히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거스를 빠져나와 남쪽을 향하는데 말로만 듣던 후버댐이 나왔다.
Hoover댐은 1933년 미국 대공황 때 FDR이 추진한 New Deal 국가 재건 정책의 하나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상징물이다. 댐의 이름은 FDR을 따르지 않고, 이전 대통령이었던 Herbert Hoover의 이름을 따서 Hoover Dam이라 명칭 하였다고 한다. (FDR은 후버가 싫어서 볼더 댐이라 칭했지만, FDR이 사망 후, 의회에서 이름을 다시 후버로 바꿨다)
댐을 통과하는 도로가 좁아서 그랬었는지 매우 혼잡했다. 차에서 내려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 주변은 잘 알고 있었다. 공부할 때 Lake Mead 주변 경제에 대해서 논문을 많이 읽어봐서 친숙했다. 특히, Lake Mead의 개발 관련 경제효과를 Computational General Equilibrium로 논문 쓰고 UNLV 교수로 가신 성박사님과 주변 관광자원과 경제효과 분석하면서 이 지역을 연구한 자료를 검토했던 기억과 새벽까지 토론의 토론을 했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잘 계시는지... 같은 연구소를 쓰면서 지역경제와 환경문제로 대화하며 참 친하게 지냈던 선배님인데, 졸업하고 나서는 서로 연락이 끊어져 버렸다
후버댐 기념관을 지나다 보면, 공사인력 동상이 있다. 한국이라면 엄청난 토목공사를 하고 나서, 그 공이 회사들이나 시행했던 정치인에게 돌아가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사람을 위한다는 것은, 물론 지시하고 기획한 사람도 중요하지만, 저기서 그 일을 직접 했던 사람의 노고를 기리는 일이 아닐까? 말로만 사람을 위한다고 하지 않고... 이런 유의 동상은 우리의 영웅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당신 자신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주게 한다. 건설 당시 2만 명 이상의 인부들이 동원되었고 사망자가 약 100여 명에 이르렀는데 공사에 따른 공사보다는 49도 를 넘는 엄청난 더위에서 공사를 하다 보니, 열사병 사망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쉴틈이 없이.. 운전만 했다. 멋있다던 그랜드캐니언 (Grand Canyon)의 석양을 못 보는 것이 아닐까 노심 초사하며 과속도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South Rim 방향으로 들어가는 길이 환상적으로 멋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들어가는 입구 사진을 못 찍었다.
그랜드캐니언 도착
이제 도착해서 서둘러 카메라를 들고 갔다.. 그리고 보았다..
우와........................................
이걸 본 나는 흥분을 가라앉지 못했다.
배도 고프고 운전하느라 많이 지쳐 있었지만..
이 압도적인 모습은 정말 웅장했다.
조금만 일찍 도착했으면 좋았겠지만.. 딱 골든 타임에 도착했다. 아마 관광책자엔 이와 유사한 사진들이 많지만 내가 직접보고 사진으로 남기게 된 건 큰 행운이었다
햇빛의 색감이 그냥 붉고, 더군다나 Grand Canyon의 토양이 붉게 붉게 반사되고, 그랜드캐년이 구름을 뿜어내는지 구름은 예사롭지 않았다. 난 개인적으로 아래 사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내가 이 사진과 같은 순간을 목격하고 기록을 남겼다는데 매우 감격했다.
공부할 때 미국 친구들이 " 너 미국에서 뭘 하고 싶냐"라고 물었을 때 난 서슴지 않고,
나의 소망은 "그랜드캐니언 가서 마운틴 바이크를 타고 싶다"
라고 한참 자전거에 빠졌을 때 농담 식으로 말했다. 자전거 타는 게 허용 안 되는 걸 알아서 나중에는 그랜드캐니언 하이킹 하고 싶은 생각은 나의 버킷리스트 (Bucket List) 중 하나였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이곳을 내려가서 직접 본다니.. 그리고 몇 년 동안 마음에 품어 왔었던 버킷리스트를 직접 해보다니,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사진을 찍는 동안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갔고 여지없이 해는 서쪽으로 서쪽으로 저물어 가고 있었다.
이때 옆에 있던 관광객들이 탄식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이건 불꽃놀이, 어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쇼를 보며 놀라는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선물에 대한 감동 그 자체였다.
더 좋은 사진을 담고 싶었지만.
일몰을 어떻게 찍어야 좋을지..
시간도 생각도 없이 셔터를 눌렀다.
영상촬영을 했었더라면..
사람들의 환호 소리와.. 그랜드 캐니언에서 올라오는 바람소리
이러한 소리가 담겨 있었으면 어땠을까?
저 구름사이에 빛나는 붉은색과 하늘색의 조화는 마치 하늘나라 (Heaven)가 보이는 모습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사진 위의 바위에 올라가서 감상을 하고 있다.
이제 해가 지면서 나머지 빛들이 구름과 조화가 되어.. 분홍색 하늘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웅장한 모습에 압도된 사람들은 아래의 사진 여인처럼
대다수 넋 나간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름이 서서히 지나쳐 가자..
마지막의 빛이 붉은 분홍색으로 보이면서 반대편의 그랜드 캐년 방향으로 빛이 옮겨가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이번 여행의 목적인 그랜드캐니언 (Grand Canyon) 하이킹을 할 채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동네 마트에 가서 하이킹에 필요한 식수, 사과, 영양과 소금이 듬북 있는 스팸 같이 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등을 구매하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뒤.. 호텔로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이제부터 이번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첫발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