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하이킹으로 회복을 배우다
사람들은 가끔 서로에게 어디가 가장 인상 깊은 해외 여행지였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그랜드캐니언 하이킹 했다고 말하니.. 다들.. 그랜드캐니언 주변길을 다니다 온 줄 안다..
그랜드캐니언 (Grand Canyon)을 아래로 하이킹한 이야기를 풀면, 과도한 뻥으로 들을 때가 많거나, 관심을 딱히 가지지 않는다. 때로는 그랜드캐니언이 어디 있고 어떤지 설명하다가 끝난 경우도 많다. 나한테는 엄청난 경험이었지만, 남에게는 그냥 내 자랑거리 늘어놓는 이야기 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에게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몸무게가 90킬로에 육박해서 몸이 가벼운 편이 아니었다. 평소 등산은 거의 안 해봤고, 걷는 거 조차 싫어했다. 직장 생활하며 잦은 회식과 술로 인해 살만 불어 가고 몸무게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그 뒤 몸무게를 70kg로 줄였으나, 지금 다시 90kg대로 돌아왔다) 여행할 지역에 대해 별도의 공부를 안 했지만, 그랜드캐년 하이킹만큼은 생명이 달린 문제라 열심히 조사하고, 준비물들을 꼼꼼히 적어 두었다.
처음에는 그랜드 캐니언 South Rim 출발해서 North Rim으로 약 22.5마일을 걸어서 갈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는 North Rim에서 다시 South Rim으로 돌아올 길이 막막했다. 만약 누군가 같이 동반했거나 렌터카를 누가 운전해 주기로 했다면, 아마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극한의 상황을 즐기는 맛이 그랜드캐니언 하이킹의 묘미이다. 하지만, 고도가 6000Ft (약 2,000미터) 수준을 전문 산악가도 아닌 내가 할 수 있을까? 거기다 약 45도를 넘는 온도를 장시간 견뎌야 하고, 얼마 되지 않는 물로 견딜 수 있을까?... 아니면 Phanton Ranch까지 Colorado River까지 다녀올까? 고민하다가 그랜드캐년 하이킹하다가 매년 200명 정도의 사망 (실족사 등) 또는 부상자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겁난다. 그냥 생각할 거 없이 왕복 12마일 (고도 3000피트)를 당일로 다녀오는 계획으로 바꿨다. 하지만 Indian Garden에 도착했을 때는 경로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인디언 가든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매우 위험 (Seek Advice)하다고 해서 사실 겁을 먹었다. 인생의 도전이자, 하고 오래전부터 마음을 먹고, 버킷 리스트에 올렸던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자 하는 각오였지만, 인디언 가든까지 가는 것도 나에겐 상당한 도전이었다.
일단 하이킹할 때 중간 쉼터에서 조차도 물이 제공되지 않고, 물이 제공되는 지역은 Indian Garden과 Bright Angel Campground에서만 물이 제공된다. (참고로 North Rim은 물이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출발 전날 저녁에 생수 1.5리터 6통을 준비하고 물은 미리 얼려두었다.
그랜드 캐니언 South Rim Trail 책자를 보니 충분히 물을 가져가야 하고, 시간계획을 잘 세워야 하며, 어두울 때는 절대로 하이킹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일단 내려갔다 올라오는 시간까지 계산을 하면 새벽에 정해진 시간에 가야만 했었다.
아침에 일어났다.
하이킹을 하러 내려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서둘러서 가야만 했다. 특히 나는 혼자 하는 하이킹이라서 두려움 반 기대반이었다.
배낭엔 물 9리터, 스팸 2통, 사과 3개, 그리고 식빵 4쪽, DSLR 카메라, 카메라렌즈 (2개).. 그리고 모르니 두꺼운 잠바.. 허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꽤나 무거웠다.
아직 해가 보이지 않는 새벽이라 날은 밝아오는데 아직 어두 침침했다.
아직 해보다는 달이 하늘 위에 떠있고, 매우 큰 달이 보였다
조금 이동해서 Grand Canyon South Rim의 Bright Angel Trail 입구로 들어서게 되었다. 나와 같은 목적으로 캐니언 하이킹하려고 약 30여 명의 사람들이 내려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에 있는 Ranger (NPS 소속 경찰 같은 거) 한 명이 시간을 기다리며 입구에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물 없다면 돌아가라, 여긴 물이 없다. 물 없으면 죽는다.. 조심해라, 여긴 다치는 곳이 아니라 죽는 곳이다. 조심해라 끝까지 조심해라"
라며 주의사항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고는 레인저가 하이커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한 명씩 지목하며 묻는데 사람들이 캘리포니아 하니 서로 환호성 질러주고, 애리조나, 네바다 등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갑자기 누가 State of Newyork 하니깐.. 먼 데서 와서 기특하다는 Wow 환호성을 친다..
나를 유심히 보던 레인저가 날 지목하더니 Only Asian 동양인 (흑인도 없었음).. 은 어디서 왔냐 해서..
"나. Seoul, Korea에서" 왔다니깐..
대답이 아니.. "어디 출신, 고향을 묻는 게 아니라,
어디서 왔냐고 미국 안에서".
그래서 그래 하이킹하려고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왔다고.. 했더니.. 다들 믿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미국 사는 사람들이 오지, 누가 비행기 타고 여기에 오는 생각을 할까 ㅎㅎ)
레인저의 주의 사항 중 가장 흔한 사고가 당나귀와의 마찰 사고라고 말한다.
그랜드캐니언 안에서의 주요 교통수단은 당나귀다. 당나귀로 물건을 나르고, 또 당나귀를 타는 투어도 있다. 여기서 사고가 나는 이유는 당나귀가 놀라서 하이커를 밀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실족사고가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당나귀를 만날 때 행동수칙과 내려갈 때 주의점들을 알려주고 난 뒤,
시간이 되자
Stay Alive!
출발 전 레인저는 개별적을 말을 건넨다. 물 있지?(Water?) 지금 이 입구의 선을 지나는 순간부터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하이킹을 하는 자신들에게 있지 레인저나, 국립공원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소리소리친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어깨를 툭 치더니.. 내가 너무 뚱뚱했나? 눈을 껌벅이며 나한테만 Good Luck 그런다.
자 이제 고요한 아침에 그랜드캐니언의 하이킹을 시작했다.
마치 옅은 안개가, 그랜드캐니언의 웅장함을 가리고 있었지만,
조금씩 저 멀리 트래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첫 통과지점인 바위동굴을 지나쳤다.
첫 관문을 통과하자.. 옆을 보면 오금이 절이는 절벽이 나왔다.
천천히 걸어가면서도 이렇게 공포스러운 것은 처음 경험했다.
난간 이런 거 없다. 안전장치는 내가 긴장하며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걸어가는 것이다. 잘못 발을 디디거나, 방심하면 바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이들이 말하는 매년 200명 발생하는 그 사람 중에 한 명이 되는 것이다.
Trail의 일반적인 길.
절벽으로 가까이 갈수록 극도의 공포감과 스릴이 느껴진다.
여기서 살려면 바위 쪽으로 붙어서 가서 벼랑 끝의 삶을 즐기려면 절벽 쪽으로 가야 한다. 당나귀를 만나자.. 난 그냥 벽에 껌처럼 붙어 있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그늘도 없고. 나무도 없어 강열한 태양을 받아가며 걸어가야 한다.
낭떠러지 아래로는 캐니언의 웅장한 모습이 더 가깝게 보였고,
또한 내가 지나가야 할 Trail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 숲이 만들어져 있는 곳이 Indian Garden 지역으로 고도 약 1,000미터를 내려가야 하고,
수평거리로는 3마일을 이동한다.
같이 출발했으나..
역시 미국인은 체력이 좋은지..
같이 출발했던 사람들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레인저가 혼자 내려가는 나를 비롯한 몇 명에게 특별히 더 주의하라고 했듯이
혼자 내려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대다수 쌍쌍이 오거나 그룹으로 5 내지 6명이 오는데,
이날 내려갈 때 혼자 내려가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혼자라서 무서운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원래 혼자는 무섭지 않고 외로울 뿐인데.
태고의 신비라 불려지는 그랜드캐니언
캐니언 바위에는 사람 손을 안 탄 이끼들 같은 소중한 생명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려가다가 사람들을 만나거나 지나치면, 서로 조심하자고 말을 건넨다
Be safe Buddy
많이 내려왔다고 생각했지만, 길이 지그재그로 되어있어서 왔던 포인트를 다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다.
조금 더 내려가 보고..
위를 보니..
이제 위에서 쳐다본 그랜드캐년이 아닌 아래서 위를 본 그랜드캐니언이 보이게 되었다.
이곳을 암벽등반한다고? 자전거로 내려간다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설마.. 영화에서만 가능하다고 실제로 보니 그랬다. 자전거로 내려간다고 농담 식으로 말했을 때, 미국 친구가 정색하며, 너 그러다 죽어 그랬던 말이 사실이었다.
그랜드캐니언의 상징을 붉은 바위를 실제로 보고 만져 봤다..
진짜 붉은 바위가 신기했다
이제 제법 내려가다가 돌아온 길을 보니.. 제법 걸어서 내려왔다. 벌써부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저기를 오늘 안으로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걱정부터 앞서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투어용 비행기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랜드캐니언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관광하는 방법의 하나가 소형 세스나 비행기를 타고 이 협곡들을 날아다며 구경하는 방식이다. 나는 해보지 못했지만 비행기 투어를 하는 사람들의 말로는 세상에서 봤던 자연경관 중에 가장 잊혀지지 않는 광경이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Colorado 강에서 래프팅 보트 타고 구경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고 멋있다고 들었다. 두 가지다 스릴 넘치고 재미와 감동이 있다고 들었다. 직접 하이킹해도 좋고, 비행기나 배를 타고 구경해도 좋다. 일단 그랜드캐니언을 가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엄청난 스케일의 장면을 직접 보는 게 중요하다.
내려가다 보니 첫 번째 쉼터인 1.5마일 쉼터가 나왔다.
비상전화와 화장실만 있었다.
걷다가 첫 번째로 만난 쉼터가 첫 번째 그늘이 이었다.
그늘 없이 이렇게 오랫동안 걷는 건 아마 처음으로 기억된다. 군대 행군도 밤에 출발해서 새벽 내내 걷기 때문에 이런 더위를 몰랐는데, 더워서 몸이 말라가는 체험을 하고 있었다.
이제 날이 밝아와서 그랜드캐니언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목적지인 Plateau 지점이 선명하게 보였다.
쉼터 이후로는 또 햇빛을 가려줄 그늘이 전혀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
아직 3마일 지점까지 밖에 못 왔는데.. 물을 아무리 많이 섭취해도. 그냥 몸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있었다.
데스벨리에서 잠깐 경험했던 Dry Heat와 유사한 현상을 벌써 3시간째 경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들어 이 멋진 광경을 보면 힘들다는 생각을 사라지게 만든다.
3마일 지점쯤 오니
그랜드캐니언이 바로 코앞에 있는 모습에
너무 매료가 되었다. 사진을 계속 찍고, 보고 또 보고
내가 이 자리에 서있는 것에 너무 행복했다.
나뿐만 아니라 나를 앞서 갔던 하이커 그룹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이들도 경치에 감탄하며 조심, 조심하며 한 걸음씩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모두들
여기서 보는 그랜드 캐니언의 모습에
발들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눈앞에 바로 있을 듯한 Indian Garden은 생각보다 가깝지 않았다.
내려오면서, 살벌한 낭떠러지를 지나왔지만,
이렇게 걸어오니 얼마나 행복한가 생각하며 계속 걸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