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하이킹으로 회복을 배우다
나는 사진작가도 아니고 사진 취미는 있었지만 잘 찍지 못하고 더군다나 하이킹, 산악등반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특히, 말목은 양쪽 모두 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았던 적이 있고, 아직 한 군데는 신경이 깰 때마다 찌릿찌릿하는 신호가 가끔 온다. 한쪽다리 인대파열 수술을 받은 지 15년 만에 또 나머지 말목 수술을 받았었다. 하이킹을 참 좋아하는데 자주 하지 못한 이유는 몸무게, 발목 인대, 군대에서 물을 뺏던 오른쪽 무릎이 핑곗거리였다.
하지만, 그랜드캐니언 하이킹 계획을 하고 마음에 두고두고 있다가 결국 싫어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만, 계획한 데로 밀고 나갔다.
길을 따라서 내려오니.. 저 멀리 보이는 불가사의한 바위의 모습이 이제 제법 가깝게 보였다.
위에서 내려다볼 때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누군가 바위를 한 개씩 올려놓은 듯한 바위 산 아니 탑이었다. 저런 식으로 생긴 바위 하나하나가 모여서 웅장한 그랜드 캐니언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랜드 캐니언 안에는 여러 가지 식물들 중,
가장 눈에 뜨인 건 우리가 흔히 사진으로 봐왔던 선인장들이 곳곳이 있었다.
이제 햇빛이 제법 들어왔지만,
저 멀리 캐니언의 모습들은 아직 그늘에 안개가 낀 신기루처럼 보였다.
대형 TV 스크린에 어마어마한 광경이 눈에 꽉 찬 느낌이었다. 히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얼굴을 때려도, 너무 좋아서 나는 웃으며 이 광경을 사진으로 계속 담았다. 실제로 그 큰 모습에 그랜드 캐니언 하이킹에 점점 더 매료가 되고 있었다.
내려가다가 또 다른 그룹을 만났다. 이번도 아버지와 딸이었다. 하지만, 딸은 하이킹이 싫었는지 투벅투벅 걸어갔는데.. 다음날, 우연히 길거리에서 다시 만나 얘기를 했었는데, 딸이 처음에 싫어하다가 내려갔다 올라오니 너무 좋았다고.. 하이킹할 때는 얼굴 표정이 매우 화가 난 표정이었는데 하이킹하고 난 다음날 보니..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나를 엄청 반겨했었다.
이렇게 걸어가다가.. 걸어가다가 그늘이 나오면 길 옆에 있는 돌멩이를 깔고 앉아서, 가져온 물로 목을 축이고, 잠시 쉬었다가 걸어갔다. 그렇게 고되지는 않았지만 하이킹 시작할 때 초심으로 돌아가 조심조심 걸어가야만 했다.
한참을 내려오니, Trail도 가파르지는 않고 약간 평평한 지역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랜드 캐니언이 너무 더워서 마치 불에 구워진 것처럼 바위색들이 붉그스름 하게 보였다.
이러한 돌들이 모여서, 위에서 보기엔 그랜드 캐니언의 색이 붉은색으로 보이게 만들어 준다.
사진 찍으며, 두리번거리고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3마일 휴게소도 지나게 되었다
3마일 휴게소를 지나자 내리막보다는 완만한 평지로 트레일이 시작된다.
약간의 평지를 걸어가며 주변을 돌아보니 선인장과 그리고 수백만 년 동안 지내온 바위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렇게 층층이 진 바위들은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저기 있어서 이러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는지,
점차 아래로 내려오자.. 마치 지구가 탄생되고 난 직후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랜드캐니언 아래는 완전 다른 세상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급수를 받을 수 있는 인디언 가든 근처로 왔다.
내려오면서 이미 7리터 이상 소비했다.
물을 마셔도 마셔도. 갈증은 계속 났다.. 내가 물대신 포카리스웨트나 이온음료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살짝 아쉬웠지만, 미리 준비해 갔던 소금을 먹어도 그렇게 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사우나 안에 있다고 생각하고 걸었다.
Stay on Trails.. 아니면..
영화에서 처럼 협곡에 빠져서 자기 손을 잘라야 할 수도 있다.
인디언 가든 (Indian Gardens) Oasis에 들어서니 녹색들이 반겨 주고 있었다.
길로만 걸어가야 하는 건 우리의 안전뿐만 아니라 그랜드 캐니언의 자연보호 차원에서 경고문이 있다.
안에 들어가지 마시오 라는 짧은 명령 어조의 말보다. "The Plants you see here are the living desert. They Grow by inch and die by the foot". "지금 보는 식물들은 사막에서 어렵게 크고 있는 나약한 것들입니다. 그들은 아주 천천히 자라지만, 당신의 무심한 발로 죽을 수 있다." 왜 들어가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천천히 자라는 선인장
실제로 식물원에 가야 볼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선인장들이 많이 있었다.
내려오면서 까마득하게 보였던 초록색 지역인 Indian Garden에 도착했다. 그늘 없는 곳을 한참 걷는 고된 시간이 지나고 나무 그늘에 들어오니, 나무가 이렇게 중요하고,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온몸의 열이 올라 있는데 나무 그늘 안에서 그동안의 더위를 식히기 시작했다.
그랜드캐니언을 자주 하이킹 왔다는 사람이 인디언 가든은 완전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위의 지상으로부터 파이프로 물을 내리면서 이곳에 식물들이 자라나고, 하이킹하는 사람들이 쉬고 갈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이었다. 그랜드 캐니언은 원래 마실 수 있는 식수가 있는 곳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인디언 가든에 들어서자 출발할 때 봤던 모든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여자 남자 할 거 없이 웃통을 벗고 미리 준비해 온 음식들을 하나씩 먹고 있었다. 나도 이곳에서 사과한 개와 스팸을 먹었다.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서로들 이런저런 이야기, 다들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는데 그 말은 내려오면서 내려오길 진짜 잘했다.
너무 멋지다. 안 왔더라면 진짜 후회했을 거다.
그러면서 서로의 행선지를 묻는다. 많은 사람들은 Phantom Ranch로 향하고 나처럼 당일로 돌아서 올라가는 사람은 없었다. 서로 조심하라고 전해주고, 같은 지역에서 오지 않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이 시간에 같은 극한 상황을 경험한다는 차원에서 동료의식 같은 모습들이 보였다.
한 사람이 그냥 자기 그룹과 같이 Phantom Ranch 가서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에 올라가자라고 꼬시는데.. 귀가 솔직히.. 솔깃했다.. 머릿속엔 호텔 체크아웃부터 자동차.. 다음 일정, 돌아가는 것 등.. 모든 게 뒤엉키게 되는 상황에 계산하고 계산을 해서.. 갈까 말까 고민을 잠시 했다. 그렇지만.. 나의 체력을 안배해서 볼 때 하루 만에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건 나에겐 무리였다.
내려오면서 많이 덥다고 느꼈고.. 더워서 너무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라고 느꼈었는데.. 사실 몇 도였는지 몰랐다. 그냥 덥다고 느꼈는데.. 온도계가 설치되어 있어서 온도계를 봤더니.. 섭씨 43.3도..... 아프리카 보다 더 더운 날씨... 아 이래서 물을 먹어도 금방 또 목이 마르고, 땀도 날아가고 그랬구나..라고 이해를 했다. 소금 섭취를 적당히 안 했으면 아마도 중간에 쓰러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하이킹할 때 가장 큰 실수가, 시계를 안 차고 갔었다. 가지고 내려갔던 휴대폰 배터리가 이미 방전된 상태라.. 몇 시였는지 몰라서, 정말로 막대기로 해시계를 만들어 시간을 추정했다.
시계를 안 차고 간 건 정말 큰 실수였다.
다시 고민은 어느 지점으로 향할까였다.
그늘이 있는 Bright Angel 캠핑그라운드 아니면, Phantom Ranch까지 갈까 그늘이 하나도 없는 Plateau Point를 갈까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