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하이킹으로 회복을 배우다
인디언가든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하고 내가 시간 계산을 해봤더니, Bright Angel 캠핑그라운드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건 무리였다. 돌아오는 중 밤이 될 거 같고, 어두운 밤길을 혼자 하이킹한다는 건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쉽지만.. 접어야 했다. 그래서 Plateau 포인트까지만 가려는데.. 인디언가든의 레인저가 걱정하면서..
"거기 갈 때 절대로 Trail을 벗어나지 말고, 충분한 물을 가져가라"라고 한다.
45도의 고열에 그늘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사막과 같은 곳을 왕복으로 3마일 조금 넘게 걸어가야 하니...
(*브라이트에인절 트레일에 레인저는 3명이 입구, 3마일 지점, 그리고 인디언가든에 배치되어 있다)
조금 걸어가니.. 다시 트레일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다.
이유는 트레일을 벗어나면, 조그만 틈새가 있고, 그 틈새는 몇백 미터 아래의 낭떠러지로 연결된다. 거기에 걸리면 그냥 죽는 목숨이니 절대로 벗어나면 안 되겠다 생각을 했다. 몇 년 전 한국인이 관광하다가 추락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괜찮지만.. 그때 팬스가 없는 곳에서 떨어졌다고 했는데. 안전은 본인이 충분히 숙지하고 따라야 한다. 내가 여기서 사고를 당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온 건 안전을 지키라는 가이드라인을 따랐기 때문이다. 만약 그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내 멋대로 한다는 건 본인이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다.
그랜드캐니언 사고 영화를 다룬 127시간이란 영화가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혼자 좁은 협곡에 빠져서 127시간 동안 견디다 생존한 영화로 충격적인 영화이다. 난 이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주인공은 절벽에 한 팔이 걸린 상황에서 물 500ml 생수 한 병으로 5일 정도를 버티고, 살기 위해서 소유하고 있던 칼로 자기 팔을 잘랐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나는 영화를 안 봤지만, 그 아찔했던 그 순간은 바로 상상이 된다.
이제 일어날 채비를 하고.. 걷기 시작했다. 인디언가든 보다 높은 언덕 쪽으로 올라가게 된다.
눈앞에는 다시 그랜드 캐니언의 웅장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양쪽 모두 어마어마한 모습들이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내려오면서 아래를 보았지만.. 이렇게 그랜드 캐니언을 감상하니.. 너무 행복했다. 이 자리 앉아서 그랜드 캐니언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있으면 일사병이 걸릴 거 같아. 조금씩 천천히 이동을 했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하이킹의 시작임을 알리는 장소 같았다.
잠시나마 햇빛을 가려줬던 나무도... 잠시 뒤에 보기로..
뒤를 돌아보면, 그랜드캐니언 하이킹을 해야만 볼 수 있는 캐니언 윗부분의 모습도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날은 점점 더 더워져 가고.. 그늘이 없어서 햇빛이 더욱 따갑고 강렬하게 느껴졌다.
엊그제 본 데스밸리와는 또 다른 행성에 온듯한 느낌이었다.
데스벨리가 화성이라면, 여기는 목성에 온듯한 느낌
실제로 가까이 오니, 꿈만 같았다.
와우.. 와우..
아무도 없어서 혼자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가 등산 갈 때 즐겨 쓰는 사파리캡 모자를 가지고 갔었다. 이 사파리캡 모자에 수건을 둘러쓰고, 목 부위에 그늘을 만들어 목을 시원하게 했다.. 그늘이 없는 곳에선 이 모자가 유일하게 더위를 식혀 주고 있었다. 더워서 물을 수건에 뿌리면 5분 뒤면 바로 뜨거워지며 말라가긴 했어도 모자가 없었으면 열사병에 바로 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다시 드라이힛 현상, 빨래 건조기나 야채 건조기 안과 똑같은 환경을 걷고 있었다.
Plateau 포인트로 걸어가는 중에 하이커 한 사람을 만났다.. 내가 어땠냐고 하자..
자기 물 좀 달랜다.. 자기는 가다가.. 물도 떨어지고 그래서 중간까지 갔다가,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물을 나눠주고 바로 해어졌다. 정말로 더웠다. 그리고 거리는 생각보다 길었고, 매우 길게 느껴졌다.
조금 가다가 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Tonto West.. 이쪽으로 조금만 가면 Campground가 나온다.
언덕에 가려졌던 부분도 서서히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제법 걸어왔다.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보면서도 그래.. 그랜드 캐니언 하이킹이 그냥 하고 싶다는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지만 이렇게 내려와서 나의 목적이 무엇이었고, 내가 여기 왜 있는지는.. 그래도 죽기 전에 이런 멋진 모습은 봐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땀을 흘린 대가가 이런 멋진 장면을 볼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그랜드 캐니언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그늘 없는 곳을 한참 걸어가다 보니.. 많이 지쳐갔다.
이제.. 목적지인 Plateau Point에 도착했다..
Plateau point는 절벽에 위치했는데, 그 밑에는 Colorado River가 요동치고 있었다.
가까이 가자.. 물이 흐르는 메아리가 들렸다.
왜 오금이 저린다는 말이 있지 않나.
절벽 아래를 보니.. 정말 그랬다.
그리고 인디언가든에서 걸어올 때 더위 말고 두려움이 생겼던 것은 다름 아닌 독수리인지 엄청 큰 까마귀 2마리가 계속해서 따라왔다. 딱히 독수리를 피할 곳도 없고.. 독수리가 머리를 공격할까 봐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늘이 없이 서있기 힘들어서.. 자세히 보니.. 절벽 끝의 바위 밑에 그늘이 보였다.
가방은 뜨거워질 때로 뜨거워졌고.. 카메라도 약간 이상해져 가는 거 같았다.
콜로라도 강을 보기 위해서 좀 더 가까이 가보았다.
아마 어디선가 본 이러한 그랜드 캐니언의 모습이 나를 이곳으로 오게 하지 않았나 싶다. 강이 흐르고 협곡에 협곡이 첩첩 히 있는 그랜드 캐니언의 모습은 너무도 웅장하고 거대해서.. 모든 것은 마음속에 담고 싶은 건 나의 욕심일 뿐.. 이런 대자연 앞에서 나는 그냥 겸손해지기 시작했다. 아마 이때 교회를 다녔더라면, 아마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을 것이지만, 나는 그냥 이 자리에서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머리에 장면 하나하나를 기억에 담기 위해서 반대편을 향해서 응시를 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