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워스" 리뷰
※주관적인 생각이 담긴 글입니다(스포포함)※
1923년의 어느 날, 영국 리치먼드에서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는 자신이 집필 중인 소설의 주인공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그리고 끝내, 그녀는 자신의 일상에서 도망치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하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뒤, 그녀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에 푹 빠져있는 임산부 로라(줄리안 무어)는 삶의 권태를 느끼기 시작한다. 또다시 세월이 흘러 2001년 유명한 소설을 둔 클라리사(메릴 스트립)는 남편인 리처드(에드 해리스)를 위한 파티에 그를 데려가려 하지만 리처드는 계속해서 파티를 거절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디 아워스"는 1900년대 초반의 버지니아 울프, 1950년대의 로라, 2000년대 현대의 클라리사의 단 하루동안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버지니아는 독립심이 강하며 당당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소설을 집필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억압당하고 주장을 내세우지 못하는 집에서 사는 버지니아는 독립을 추구하며 당돌하고 정신적으로 우울한 두 명의 소설을 써 내려간다. 버지니아는 먼 과거의 사람이지만 미래를 내다보듯 그녀의 소설 속 두 주인공은 각각 1950년대, 현대의 사람들이다. 시대를 다르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의 답은 영화 제목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 "THE HOURS"는 "세월", 시간으로 번역할 수 있다.
버지니아의 첫 번째 소설의 주인공은 1950년대 2차 세계대전 참전을 한 남편과 어린 아들을 둔 임산부 로라 브라운 부인이다. 로라는 어딘가 모르게 사이코패스와 자상한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 로라는 남편의 생일을 위해 아들과 케이크를 만들지만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감정적인 이유로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녀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소설의 창작자인 버지니아가 심리적으로 요동쳤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버지니아의 심리적 변동으로 생과 사를 오간다. 버지니아가 소설의 영향을 끼치는 것은 생과 사 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시선을 다르게 보게 한다. 로라는 어린 아들이 있음에도 뱃속에 아이에 대한 공포가 있다. 그 이유도 버지니아가 바라본 아이들이 악하기도 하고 잔혹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라는 한 호텔에 들어가 약물로 자살을 하려 한다. 특히 이 장면은 극부감으로 찍어서 로라가 누워있는 침대 밑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방을 가득 채우는 장면인데 이 장면의 연출은 죽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감탄이 나올 연출이다. 하지만 버지니아가 자신의 조카를 만나고 나서 아이들에 대한 관점이 바뀌는 순간 그녀는 로라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케이크를 만들게 한다. 이 대목은 로라 브라운의 1950년대는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속 이야기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로라 브라운 이야기 말고 2000년대 클라리사의 이야기가 있다.
두 번째 소설의 주인공 클라리사는 유명한 소설가인 리처드를 남편으로 두고 있다. 클라리사는 리처드가 소설가로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할 것임을 알고 있기에 잔뜩 신나 파티를 준비하려 하지만 리처드는 에이즈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리처드는 자신의 삶이 비관적으로만 바라보며 죽음을 원하지만 클라리사는 리처드를 위로하고 파티를 열려한다. 음식을 준비하다 그녀의 전 애인이 찾아오자 대화를 하고 클라리사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린다. 대화 내용이 슬퍼서가 아니다. 그녀가 운 이유는 그녀조차 몰랐다. 이것은 창작자인 버지니아의 내면에서 우러나온 주변인의 대한 서럼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클라리사는 전 애인과 있을 때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이 사실은 남편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출은 침대와 관련이 있다. 버지니아-브라운-클라리사순으로 챔대에 누운 채로 시작하며 각기 다른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듯 카메라가 이동한다. 세명의 이야기가 침대에서 동시에 시작되는 것은 그녀들을 동일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의 수선도 흥미롭다. 버지니아-브라운-클라리사-브라운-버지니아로 왕복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버지니아가 창작자인 만큼 이야기의 토대, 로라는 구심점이며 클라리사는 모든 이야기, 즉 하루의 마무리를 담는다.
버지니아를 비롯한 영화 속 세명의 여성들은 모두 동성과 키스를 한다. 그들은 왜 동성키스를 한 것일까. 그 이유는 남자들이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의 남편은 버지니아를 가두려 했고 로라의 남편은 로라에게 무관심하고 아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으며 클라리사는 비관적인 남편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그녀들은 의지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언니, 친구, 룸메이트에게 키스를 한다. 하루가 지날 무렵 버지니아는 남편에게 진심을 전했고 로라는 혼자 남겨지며 씁쓸한 자유를 얻었으며 클라리사는 상처를 준 리처드의 자살로 하루가 거의 끝나간다. 하지만 버지니아는 그때 깨달았다. 소설을 쓰며 미래를 엿보고 긴 세월 동안 억압받을 여성들의 모습을. 결국 버지니아는 오프닝에서 처럼 자신의 죽음으로 그동안 고통받았던 창조물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준다. 끝내 가지 못한 런던을 향해.
감독인 스티븐 달드리는 이전 영화인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남자"에서 에로틱하고 문학적인 정서의 담담하고 아련한 연출을 보여주었으며 "디아워스"에서도 담담한 아련함이 더욱 부각되었다. 자칫 엇나가는 옴니버스 소재를 자유자래로 넘나들며 감탄스러운 연출로 보여준 스티븐 달드리는 대단했고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의 ost 또한 감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