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 볼 것 없다"리뷰
※주관적인 생각이 담긴 글입니다(스포포함)※
과격하기로 악명 높은 서부경찰서 강력반 내에서도 위험인물로 지목될 만큼 난폭하지만 일에 대해서 만큼은 광기에 가까운 끈질긴 집념을 보이는 우형사(박중훈). 어느 날 한낮의 도심 한복판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피살자 중 한 명은 마약밀매 전과 3범.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하지만 그러나 그 시간 그곳에는 소나기가 몰아치고 단서는 거의 모두 비에 씻겨버린지 한참이다. 우형사와 그의 파트너인 김형사(장동건)를 비롯하여 서부경찰서 강력반 6명 전원이 사건에 투입되고 잠복근무 중인 우형사와 김형사는 사건에 가담한 짱구와 영배를 검거, 그들로부터 이 사건의 주범이 장성민(안성기)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장성민은 대낮에 비가 오는 날, 한 남자를 흉기로 머리를 찍어 살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오프닝이 놀라운 점은 카메라의 연출과 음악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장성민이 타깃과 만났을 때 나오는 비지스의 "hollyday"는 가사와 상반된 음으로 오프닝 속 일어날 살인사건을 암시하는 스릴러와 누아르의 정서를 살리는 훌륭한 음악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대사 한 줄 없이 진행되는 안성기와 송영창 배우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운명을 직감한 그들의 눈빛연기는 영화의 도입부에서 이 영화가 얼마나 훌륭한 영화인지 보여준다. 게다가 장성민이 타깃을 살인하는 장면에서 장성민은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이 보이고 그 리액션으로 타깃의 정수리에서 피가 억수같이 흐르며 장성민의 잔혹성을 보여주지만 이 장면에서 흉기가 직접적으로 보이는 장면은 거의 없으며 정수리에서 부터오는 피도 영화 스크린에서 헤드룸이 없어서 오직 관객의 상상으로 고어함을 그리게 만드는 기발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프닝 이후 우형사는 이 사건을 추적을 하면서 첫 번째 용의자를 만나게 된다. 용의자는 도주하고 우형사 또한 달리며 추적을 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인상 깊은 것은 추격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추격전의 묘미는 본디 엎치락뒤치락하는 장면이라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인정사정"에서도 과장된 액션이지만 그럼에도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두 번째 용의자를 만났을 때는 추격과 액션을 결합한 장면을 보여준다. 특히 카메라가 그들의 액션을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그림자를 담으며 신선한 연출을 보여준다. 세 번째 용의자는 싸움이 아닌 자동차를 타고 추격전을 벌인다. 총 세 가지의 추격전에서 공간과 액션, 도구, 장치가 모두 다르게 사용하여 중복되는 장면 없이 이어지며 액션의 신선함과 독창성을 유지하며 가장 인상적인 추격전으로 보인다.
마지막 기차에서 장성민을 잡는 장면의 서스펜스는 극강의 스릴을 선사하며 액션의 끝에 충격까지 선사한다. "인정사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인간적인 형사라는 것이다. 박중훈의 캐릭터는 장난기와 진지하고 거친 느낌을 동시에 가진 형사로 그려지며 범인을 잡을 때는 분노 만을 사용하고 범인을 체포하는 도중 실수로 범인을 사살한 장동건은 죄책감을 심하게 느끼는 등 이명세 감독은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굉장히 섬세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인정사정"에서 가장 최고의 장면은 마지막 장성민과 우형사의 결투일 것이다. 영화 내내 서로의 실루엣만을 보며 기싸움과 눈치싸움을 하던 와중 드디어 마주한 두 남자의 대립은 결투를 시작하기 전 자신의 주먹을 다듬는 장면을 보기 만해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신경전속에서 내리는 폭우는 두 남자의 처절함과 치열함을 극대화시키고 보는 이의 만족감을 채우고도 남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신기한 점은 이 결투의 승자는 장성민, 즉 악당이 이긴 것이다. 그러나 장성민을 기다리는 것은 기동대와 쓰러진 줄 알았던 우형사였다. 결투에서 쓰러져도 다시 일어난 자가 이긴다는 낭만 있는 영화, 매력적인 주인공과 영화 내내 대사 한 줄 없이 눈빛연기만으로 관객을 압살 하는 안성기의 연기, 액션과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은 영화의 순수재미를 극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