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키안 스킴(The Phoenician Scheme) 리뷰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된 글입니다(스포포함)※
6번의 추락사고와 여러 암살 위협을 피해 가며 살아온 거물 사업가 자자 코다(베니시오 델 토로)는 점점 심해지는 암살 위협에 언젠가 죽을 자신을 예상하여 평생의 숙원 사업인 "페니키안 스킴"을 실행하려 한다. 계획 실현을 위해 수련 수녀인 자신의 딸 리즐(미아 트리플턴)과 만나 그녀의 어머니의 죽음에 책임이 리즐의 삼촌 누바르에게 있음을 알리며 그녀와 가정교사 비욘(마이클 세라)을 데리고 주요 동업자가 모여있는 페니키아로 향한다.
나는 모두가 그렇듯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 웨스 앤더슨의 이야기와 영상미에 푹 빠져 다음 작품인 "프렌치 디스패치"를 보고 나서 웨스 앤더슨 영화 도장 깨기를 할 정도로 애정이 깊숙했다. 그 후 재작년에 개봉한 영화"애스터 로이드 시티"또한 재미있게 보며 웨스 앤더슨만에 독특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했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단편 총 4편을 만들며 웨스 앤더슨이 열일을 한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눈 떠보니 이미 장편 영화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까지 온 것이다. 웨스 앤더슨에 사랑이 짙어지고 선명해지는 순간 이번 영화는 너무 기대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웨스 앤더슨은 전작인 "애스터 로이드"시티로 변함없이 독창적이고 다채로운 연출을 보여주었지만 현실과 연극이 오버랩되는 순간과 수사적인 인물들의 대사 때문에 이야기가 난해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훌륭하고 이해하기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인 "페니키안 스킴"은 주인공의 직업적 특성인 사업적인 단어와 이론으로 인해 주인공들이 말하는, 특히 자자 코다와 그의 동업자들이 말하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기도 하다 심지어 한 장면에 기본 세줄이나 되는 대사를 내뱉으니 자막을 보는 우리에게는 더욱 독이 되는 것 같다.
영화에 시작은 자자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암살을 당해 비행기가 추락하며 약 1분 30초간 죽어있고 몸에 내장이 나올 만큼 사고를 당하게 된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뒤 영화에서는 두 가지에 이야기를 보여준다. 첫 번째는 사고를 당하고 자신의 딸 리즐을 만난 뒤 페니키안 스킴을 실행하려 가는 메인 이야기와 자신이 사고를 당하 뒤 깨어난 천국으로 추정되는 저승에 이야기이다. 저승에서는 자자를 포함해서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저승에 재판관들에게 판결을 받는 장면이 처음으로 나오며 그 뒤로는 자자가 재판을 받게 되고 그 증인으로는 자신의 딸 리즐에 어린 시절이 그를 변호하는 듯한 장면과 빌 머레이가 맡은 신과 자자가 만나는 장면, 자자가 자신의 딸과 함께 저승의 금고를 열어 그곳에 자자의 조부의 재를 넣어놓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저승 장면들은 총 6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6이라는 숫자는 자자가 추락사고를 당한 6번과 일맥상통한다는 면에서 자자가 6번의 추락사고를 겪으면서 각각 저승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자는 거물 사업가이지만 무신론자에 총 세명의 아내와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고 아들만 9명에 딸은 거의 버리다 시피한 수준으로 이기적이고 오만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반면에 그의 유일한 딸인 리즐은 6살 때 수녀원으로 보내져 21살이 되고 수련 수녀가 되어 곧 있으면 영원히 수녀가 되게 되는 상황이다. 리즐은 내키지 않지만 자자가 동업자를 만날 때 일이 잘 풀리기 위해 기도를 하는 등 무신론자인 자자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즐은 자신을 버리고 무관심했던 자자를 원망하지만 수녀로써 그가 가진 외로움과 안쓰러움을 지나칠 수 없어서 그가 한 원망스러운 행동을 수녀원에서 배운 대로 용서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그 둘이 함께
기이한 여정을 떠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주요 이야기는 자자가 추락사고 후 후계자로 리즐을 지목한 뒤에 그를 견제하는 미국 정부가 그가 독점하는 시장에 저렴한 못을 판매하며 생긴 자자의 이익의 "갭"을 채우기 위해 자자의 동업자들이 있는 페니키아로 가는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반복되는 단어인 "갭"은 차이 혹은 간격으로 번역할 수 있지만 원어에서 느껴지는 리듬 때문에 원어 발음 그대로 갭으로 번역이 되었는데 갭은 영화에서 가장 주요한 설정이기도 하다. 자자는 동업자들 임에도 협상을 하며 자자의 갭을 메꿔주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서로 말싸움을 하며 자신들이 가진 지위와 상반된 애들 싸움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 자자에게 빚을 지며 자자의 제안을 들어주게 된다. 동업자들을 포함한 영화 속 어른들은 모두 돈에 집착하며 속물적인 모습을 보이며 웨스 앤더슨이 생각하는 돈만 밝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적 요소로 보여주기도 하며 자자가 동업자를 만날 때마다 나눠주는 수류탄을 대수롭지 않은 듯 받아내는 동업자들의 모습도 폭력과 파괴에 익숙해져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그것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자자와 리즐 부녀간에 성향이 오버랩되는 것이다. 자자는 무신론자로써 신에게 기도를 드리지 않지만 페니키아 여정 속에서 리즐과 함께 지내며 기도를 드리는 것에 거부감이 사라지고 리즐은 수녀를 포기함에도 기도를 놓지 않고 수녀와 비슷한 인생을 살려하지만 맥주를 시작으로 어느 순간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수녀에서 탈피한 상태에 이른다. 리즐과 자자는 서로 어느 한쪽에 지우 치지 않고 서로가 타협하는 그 정가운데에서 각각 기도와 술, 담배를 선택한 것이다. 자자는 리즐을 위해 기도를, 리즐은 자자와 함께 하기 위해 술과 담배를 선택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성장해 가는 부녀에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영화 제목과 영화 속 주요 장소인 페니키아는 고대 서유럽에 최초의 도시이며 그리스 로마 시대에 에우로파가 공주였던 지역이다. 그리고 성경과 연관이 있는 고대의 도시이기도 했다. 극 중에서 자자가 저승에서 본 세명의 아내와 신은 각각 복수의 세 여신과 제우스를 표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자는 아내가 있으면서 바람을 피워 아내에게 미움과 원망을 받게 되고 머지않아 아내는 사망하게 되는데 결국 그 세 아내가 자자를 원망하는 복수의 세 여신을 표현하는 것이며 그리스 로마 신화와 밀접한 관련을 띄운 이 영화에서 빌 머레이가 맡은 신또 한 예수보다 제우스의 더욱 근접한 모습을 보이기에 자자가 저승에서 본 신들과 아내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되어 있으며 자자의 집에 있는 다양한 그림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은유적으로 사용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웨스 앤더슨은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그의 색채와 독특한 연출은 극장에서 영화를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번 "페니키안 스킴"은 조금 어려운 면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