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お引越し) 1993 리뷰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된 글입니다.(스포포함)※
주인공 렌(타바타 토모코)은 외동딸로 부모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초등학교를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름없는 날 후에 아빠(나카이 키이치)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 렌은 아빠가 잠시 떨어져 살며 집이 두 개가 된 줄 알고 아빠가 떠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아빠가 떠난 후 엄마(사쿠라다 준코)는 자유라고 외치며 렌에게 이혼서류를 보여준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하게 됨을 깨달은 렌은 부모님을 다시 이어주겠다는 계획과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렌의 인생에서 가장 험하고 신비한 여름방학을 보낸다.
소마이 신지의 영화들 중에서 태풍클럽과 같이 가장 대중적인 영화인 "이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일본 특유의 산뜻하고 활발한 여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에서는 단순히 긍정적인 부분을 만을 담고 있지 않다. 성장이 주요한 주제로 다루어지는 "이사"에서 성장은 환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사"의 영화 흐름은 정적이고 요란스럽다고 할 수 있다. 오프닝 때 가족들의 대화를 제외하면 자연의 소리인 바람과 빗소리, 여름을 대표하는 매미의 소리로 채워 자연 상징을 사운드로 첨가해 여름의 이야기를 더욱 체험감 있게 만들어준다. 자연적 정적 말고도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요란스러움도 자연적 정적임과 대비된다. 렌과 엄마가 아빠가 이사를 간 것에 대해 말싸움을 하고 서로 추격전을 할 때 집안에서 바닥이 울리는 소리와 문이 흔들리고 엄마와 렌이 소리치는 소리까지 자연적 정적과 인공적 난동이 대비되는 "이사"는 정적이며 요란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에서 강조되는 것은 "불"이다. 아빠가 이사를 가고 짐정리를 도와주던 렌은 아빠가 불에다가 종이들을 불태우는 것을 본다. 그 종이들에서 렌과 엄마가 있는 가족사진을 보게 되고 렌은 아빠를 말리며 사진을 다시 꺼낸다. 그 이후 축제에서도 불을 지피며 짚과 배를 불태우는 축제도 나오게 되며 영화에서 불에 강조가 드러나게 된다. 불은 파괴에 상징이며 재를 남긴다. 아빠는 사진을 태우며 엄마와 렌을 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이후 축제에서 만난 할아버지도 인생에서 기억해야 할 건 손에 꼽을 정도면 되고 그렇기에 오래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축제에서 짚과 배를 태우는 것도 안 좋은 농사를 잊겠다는 것과 배를 태우며 긍정적인 의식을 치르는 축제에 내용에서 렌은 무언가를 잊으며 극소수만이 기억에 남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서 둘이 낳은 자식이 자신이라는 것과 아이를 임신했음에도 아이를 낳기 주저하는 후배의 여자친구, 극소수만을 기억해야 살기 편하다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렌은 어른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어른이 되기로 한다. 어른이란 무엇이 길래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는가에 궁금증이 생긴 그녀는 불꽃놀이 중 자신을 찾아온 엄마에게 자신 있게 말한다. "나 어른이 될게!"
어른이 되기를 소리친 렌에게 다가온 것은 험난한 야생길이다. 마치 베어그릴스의 생존을 연상시키는 렌의 야생 여정에서 렌은 끊임없이 걷고 또 걸으며 하얀 옷과 바지는 흙에 더럽혀진다. 도착지가 어딘지도 모르게 계속해서 걸어가며 밤을 바닷가 앞에서 보내게 된다. 렌이 어른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자마자 이런 야생길이 보이는 이유는 렌이 어른이 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았던 주인공이 영화 끝에 어른이 되었다는 추상적 전개가 아닌 직접 성장 영화에 주인공인 불편한 신발과 옷으로 야생길을 걷고 생존해 나가는 힘겨운 모습을 연출하며 진정한 성장에 모습을 표현한다. 시간이 지나 렌은 일어나 꺼지는 불을 뒤로하고 바닷가를 보며 깨어난다. 바다 너머에는 남자들이 끌고 오는 세 척에 배와 행복해 보이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신을 보게 된다. 서로 바다에서 장난을 치며 행복해하며 그것을 바라보는 렌도 같이 행복해하지만 이내 끌고 온 세 척에 배가 불이 붙어 파괴가 되며 엄마와 아빠는 배와 함께 사라진다. 그 장면은 회상이 아닌 렌의 상상이었다. 어린 렌이 현재의 렌에게 다가와 포옹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어렸던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포옹이며 어른이 되겠다는 현재의 렌이 그 의지를 이어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떠나가는 배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들며 "축하합니다"를 외치는 장면은 어른이 된 자신을 축하하는 파괴된 배와 사라진 부모라는 부정에 대비되는 긍정적 의미를 보여준다.
이후 이 이야기를 학교 여름 방학 숙제로 제출한 렌은 박수를 받게 된다.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나온 질주는 성장에 대한 과도기적 표현으로써 가장 인상 깊고 강렬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초반이 매우 밝고 발랄한 모습임에도 내용은 슬프고 따가운 이야기임에도 렌의 귀여운 모습과 소마이 신지감독의 여름이라는 축축하지만 가볍고 습하지만 투명한 습성을 제대로 사용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곧이어 재개봉할 "태풍클럽"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