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정원(夏の庭 The Friends) 리뷰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된 글입니다.(스포포함)※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야마시타는 학교친구 키야 마, 카와베와 함께 할머니가 죽은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카와베가 죽음을 직접 목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동네에 홀로 사는 할아버지를 관찰하며 죽음이 어떤 것인지 확인해보려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를 관찰하다 할아버지의 집을 들락거리며 쓰레기를 버려주거나 집을 청소해 주며 할아버지와 친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태풍이 불어닥친 날, 할아버지집에 모인 세 친구들은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전투에 참전하며 생긴 끔찍한 일들을 듣게 된다.
여름정원은 소마이 신지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우면서 감정선이 가장 잘 드러난 영화이다. "이사"도 정말 훌륭하지만 감정선과 후반부에 상징적인 장면들로 보는 이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름 정원과 큰 차이가 있다. 여름정원에서 보이는 죽음과 삶에 대조되는 부분이 이 영화에 주제가 인상 깊게 느껴진다.
영화에는 뚜렷한 목표가 부각되는 영화가 대부분 있다. 여름정원도 목표가 뚜렷한 영화인데 주인공 일행이 홀로 사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보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목표가 붕괴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아이들과 관객들은 할아버지에 대해 궁금해지고 친숙해진다. 영화 초반에는 할아버지가 언제 죽는지 지루해하며 시간을 때우다 어느샌가 마당에 잡초를 뽑고 집을 수리하는 순간에 다다르게 되자 끝내 할아버지를 위해 아내와 손녀를 찾아주기까지 한다. 중간마다 나오는 아이들의 순수한 행동이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장면이 인상 깊기까지 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 할아버지와의 우정이 최고에 도달할 때 뜻밖에 이별은 잃어버린 영화에 목표의식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할아버지에 참회이다. 젊은 시절 징집되어 필리핀으로 건너가 전쟁 중에 전우와 함께 어느 집에 들어가 그 집에 있던 남편과 아내, 딸까지 죽이게 된다. 영화에서는 이 장면이 할아버지에 독백으로 진행되며 자신이 저지른 죄를 혐오적으로 자세히 설명한다. 이 부분이 그동안 쌓인 할아버지와 관객에 우정이 금이 가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장면은 할아버지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응어리를 풀어내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홀로 살아가며 자신을 용서해 줄 사람 없이 살아가다 주인공 일행을 만나 자신에 죄를 고하는 죄인에 모습으로써 이 장면이 나온 것이다.
정원을 정리하고 할아버지와 아이들은 정원에 심을 새로운 꽃을 심기로 한다. 할아버지와 아이들이 꽃들에 이름을 나열하며 고민한 끝에 코스모스를 심게 된다. 코스모스는 가을의 전령으로 여름이 지나 가을을 맞이하는 꽃이다. 이 영화에서 코스모스는 단순히 시간에 흐름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볼 수 있지만 소녀의 순정이라는 꽃말로도 볼 수 있다. 할아버지의 유일한 가족은 아내와 손녀이지만 그마저도 아내는 치매이고 손녀는 할아버지가 전쟁터에서 죽은 줄로만 알고 있다. 할아버지가 죄책감에 그들을 찾아가기 꺼려하지만 영화 마지막에 아내를 만나기 위해 면도를 하던 중 사망하게 된다. 장례식 당일에 찾아온 손녀와 아내는 죽은 할아버지에 모습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남편에 모습을 몰라보던 할머니이지만 순간 정신이 돌아와 할아버지를 알아본다. 그녀는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그를 위해 진정 슬프게 운다. 이런 모습은 할머니이자 소녀의 순정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남편의 모습을 죽은 채로 보게 된 소녀의 순정이 코스모스를 뜻한 다고 볼 수 있다.
소마이 신지 감독은 아이들을 이야기에 화자로써 중요하고 중심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사에서는 성장, 여름정원에서는 죽음, 태풍클럽에서는 이성과 광기에 모습을 투영시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요소로 탁월하게 쓰인다. 여름정원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순수한 마음과 죽음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순수함이 죽음이 덮어 잠시 잊게 만드는 마술을 보여주기도 한다. 목표의식을 잃어버린 영화에 순수하 모습에 반하다가도 끝에 잃어버린 목표의식이 다시 상기되는 순간에 오는 절망이 이 영화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영화가 이제 태풍클럽만 남았다. 현재 개봉한 소망 신지 감독 영화 중에 가장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후에 태풍클럽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