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이른 아침 비밀스러운(?) 우리(아내와 나)만의 아지트를 즐기는 기쁨은 특별함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상쾌한 아침의 햇살과 봄내음이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멜랑꼴리(Melancholy)하거나 센티(Sentimental)한 날씨 또한 나름대로 특별함에 정감을 더하고는 했다.
주말의 아침은 무조건... 좋았다... 그냥..
놀이 공원 놀러 온 아이의 손을 떠나... 하늘로 두둥실 날아오르는 풍선(빨간 풍선)이 된 느낌...
땅아래 아이의 슬픔 따위는 개의치 않는 자유로움... 그런 거..
특별함이 더한다면... 더 좋았다...
재잘대는 아이들의 소리... 토닥토닥 다투는 귀여운 몸짓... 장난스러운 웃음기...
울다가 엄마얼굴 보고 씩 웃는... 아기의 눈망울... 채 마르지 않은 그렁그렁한 눈물...
길바닥에 차이는 작은 민들레(?)... 강모퉁이 물웅덩이에 비치는 버드나무 그림자... 그 위로 떠가는 구름...
주말 아침은 평범함 마저도 특별함으로 보이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았다.
비밀스러운 주말아침 아지트는 동네(Heidelberg)의 분위기 있는 조그만 카페로 보석처럼 잘 감추어져 있었다. 아지트는 공간 자체가 제공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청각(음악, 대화소리)과 시각적 요소(인테리어, 풍경)등 주변의 소음까지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도록 하는 마법을 부리고는 했다. 마법은 항상 작은 행복의 즐거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슬프게도, 이 강력한 마법의 힘은 주말의 오전에만 작동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아지트(카페) 선택기준은 첫 번째로 대중적이지는 않더라도 장소 자체의 특별함으로 컬트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로 손님과 직원(서비스) 사이에는 긴밀하고 친근감 있는 훌륭한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본조건 외에, 주인이나 직원의 자부심이나 친밀감이 높게 느껴지는 곳일수록 아지트 선호 순위에 높게 자리매김했다. 자부심 있어 보이는 주인이나 직원은 보기에도 사랑스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들로부터 제공받는 서비스에는 어떠한 가치라도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음식의 질 또한 중요했다. 아지트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기본적인 수준이상의 품질을 갖추었으나 음식 자체가 주인공은 아니었다. 주말의 특별함을 공연하는 공동주연 중의 하나임을 의미했다.
관광지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현지인과 단골들이 즐겨 찾는 우리의 아지트 세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살짝 참고하셨다가... 기회가 된다면 한번 들러보시기를 권한다.
1. Casa del Caffè: 아지트 #1
Heidelberg old bridge를 건너서 성령교회 (Heiliggeistkirche) 쪽으로 조금만 걷다 보면 바로 우측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특별한 매력과 매우 친절한 서비스가 있는 하이델베르크 구시가지 한복판의 귀엽고(?) 작은 카페라고 정의할 수 있는 곳이다. 하이델베르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카페이자 우리의 아지트였다.
공간 활용의 훌륭한 감각과 친절한 직원이 있는 아늑한 카페로 컬트적 요소에 흠뻑 젖어있는 클래식 카페라고 할 수 있다. 아늑할 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매우 멋진 곳이다. 바디감(Body)이 풍부한 커피와 훌륭하고 친절한 서비스가 있는 cafe 나 bistro(샌드위치, 와인, 맥주, 칵테일 제공)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처음 방문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커피와 가벼운 아침 식사로 파니니, 크라상과 케이크 등이 우리의 단골 메뉴였다.
우리에게는 특히 이른 아침의 분위기가 특별했다.
카페는 아침 여덟 시에 운영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은 관광객의 움직임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시간대라 아주 쾌적했다. 단골손님들 만으로 이루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흠뻑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의미했다. 이 독특한 분위기가 우리를 이곳으로 이끄는 원동력이자 즐거움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가장 편한 사 인용 소파자리에근 항상 신문을 읽는 노신사분의 차지였다. 차례차례 등장하는 단골손님마다 시시콜콜 인사와 아는 체를 하는 것으로 보아 서로가 이미 잘 아는 사이인 듯했다. 물론 우리에게도 아는 체를 했지만 우리와의 인사는 다른 단골 과의 그것에 비해 길지 않은 것이었다. 우리의 독일어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노신사분 다음으로 중년의 여자손님이 등장하고 한참을 노신사분과 대화를 나누고는 한다. 신문에 나온 기사가 대화의 주제 같았다. 독일어를 잘 모르는 우리는 신사분이 대화중 신문의 한기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기사의 내용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최선의 추측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한동안의 토론 끝에 고요함이 찾아오고 각자의 에스프레소와 신문, 책에 집중을 한다. 그사이 인상적인 단골 할머니가 등장을 한다. 움직임이 좀 불편한 할머니가 항상 강아지 한 마리를 대동하는데 누가 누구를 모시고 나오는지 헛갈리게 안쓰러워 보이고는 했다. 할머니 곁에 꼭 붙어 미동도 않고 앉아서 충성스러운 효도를 하고 있는 강아지가 대견스럽기도 했다. 할머니는 계산할 때 항상 꼬깃꼬깃한(?) 동전으로 계산을 하고는 했다. 일 센트짜리 동전까지 동원하여 테이블 위에 하나씩 밀어가며 천천히 계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유 없는 안쓰러움이 몰려오고는 했다.
직원들은 그사이 쉴 새 없이 단골들의 주문과 필요함을... 마치 기계가 돌아가듯이... 막힘없이 그들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머무는 시간이 얼추 한 시간 남짓밖에 안 되었는데 다시 한잔의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틀림없어 보였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몇 시간이고 자리를 차지하며 영업방해(?)하는 그런 일은 결코 없어 보였다. 설사 그렇게 한들 뭐라고 할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어 보일 정도로 모두가 다 정서적으로 여유로워 보였다.
이른 아침의 여운이 서서히 걷혀 갈 무렵, 카페자리의 주인이 단골에서 관광객으로 하나씩 서서히 치환되어 간다. 이쯤 되면 단골만으로 이루어지던 독특한 분위기가 조금은 더 시끄러워지는 관광객 모드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서서히 주말 아침의 마법이 풀리면서 일상적인 오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 장소의 본모습을 즐기고 싶다면 가능한 이른 아침에 방문하기를 권한다.
만약, 문간 옆의 가장 편한 자리가 비워져 있더라도 곧 나타날 노신사분을 위해 양보하기 바란다.
2. Fresko bar & cafe: 아지트 #2
비스마르크광장(Bismarckplatz)에서 도이치뱅크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길가 신호등 옆에 있는 카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좋은 카페지만 불행히도 항상 붐비는 편이다. 우리의 단골메뉴는 카페크리마(Cafe crema)와 아보카도 샌드위치(Avocado Sandwich, 바삭바삭한 토스트(Toast)였다. 바디감과 잔향이 좋은 커피와 Crispy 한 식감을 좋아하는지라 우리의 단골메뉴가 주말 아침의 가벼운 시작으로는 더할 나위 없었다.
이곳 직원들은 이미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여 아주 친절하다. 가게 내부의 분위기도 아늑한 편이나 안에 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 밖에 앉는 것을 선호하였다. 날씨가 서늘하지 않은 한 밖에 앉는 것이 우리의 기본선택사항이었다.
야외좌석은 그다지 편한 편은 아니고 길거리 쪽에 붙어있어 혼잡해 보이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쾌한 아침의 거리풍경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 소음조차도... 즐거움으로 바뀌는 마법과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주변의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다는 그 자체로 살아(존재하고) 있음을 행복으로 느끼고는 했다.
아기를 자전거 앞에 태워서 가는 젊은 엄마... 땀 흘리며 조깅하는 사람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 오고 가는 자동차와 자전거 행렬... 스치는 거리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대화는 잠시 꺼놓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직원과 손님이 모두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곳...
하이델베르크에서 추천할 만한 좋은 카페임에는 틀림이 없다. 호사스럽거나 멋을 부린 그런 곳과는 거리가 멀지만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일수록 자리 잡기가 어려우니 서두를 필요가 있는 곳이다.
3. Florian Steiner Kaffeerösterei: 아지트 #3
하이델베르크성(Schloss Heidelberg) 아래쪽 Ob. Neckarstraße 18에 위치한 커피 로스팅(roasting) 전문 카페이다. 주인은 커피 전문가로서 매우 개성 있고 마음과 영혼을 담아 커피를 만들어 준다. 커피에 대한 훌륭한 조언이나 추천과 함께 자신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친절한 직원과 매우 질 높은 커피를 제공하지만 아주 조그만 공간이다. 잘 관리된 원두를 전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는 커피 외에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 스페셜 커피샾이라고 할 수 있다. 커피가격이 다른 곳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부좌석이라고 할 것은 없는 편이고 야외에 앉아서 마실 수 있는 의자 몇 개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경우, 커피를 투고(to go)로 주문해서 성 주변을 천천히 돌며 산책과 함께 커피를 즐기고는 했다. 성 쪽으로 돌거나... Neckar강 쪽으로 걷다가... 경치 좋은 벤치에 앉아 커피와 함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은 또 하나의 주말아침으로부터 받는 특별함이었다.
이 카페의 가장 아쉬운 점 한 가지는 토요일에만 카페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한번 기회를 놓치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되는 흥미로운 곳이다. 토요일 에만 운영하기 때문에 더욱 기다려지고 꼭 방문하게 되는 곳이다.
집에서 매일 내려마시는 드립커피의 원두가 이곳 사장님 작품이었다. 이 카페의 원두가 우리 기준으로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최상의 원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