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이웃작가님의 댓글에 영감을 받아 몇 년 전 고이노보리(鯉のぼり)에 관련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떠올라 잠깐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출처 : 필자 강의자료중 일부
일본에서는 5월 5일 이날을 맞아 남자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달라는 뜻으로 고이노보리(鯉のぼり)라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고이(鯉)’는 ‘잉어’, ‘노보리(登り)’는 올린다는 뜻의 합성어인 잉어 올리기’로 해석할 수 있겠는네요.
‘고이노보리’는 중국의 ‘등용문’이라는 고사에서 유래합니다.
등용문 중국 황하강 상류의 용문(龍門)이란 지명을 말하며, 황하강을 거슬러 올라간 잉어가 상류의 용문에 오르기만 하면 그곳을 통과한 모든 고기들은 용이 된다는 뜻의 등용문(登龍門)에서 유래했답니다.
힘찬 물살을 헤치고 힘겹게 용문에 올라간 만큼, 입신양명의 관문으로 성공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는 관문이기도 한데요. 우리는 과거급제나 성공이란 말로 많이 사용하고 있답니다.
출처 : 필자 강의자료중 일부
필자가 몇 년 전 일본의 7개 대학 학생들에게 한국의 문화체험을 시키고자 잉어모양이 달린 깃대를 들고 아이들을 인솔한 적이 있었습니다. 백여 명 남짓한 학생들을 청와대 앞뜰에 풀어놓고 모일 시간이 되어 깃대를 잡고 있었는데, 옆으로 똑같은 잉어 깃발을 든 중국인 가이드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일본 학생들이 신기해하던 기억이 나는군요.
일본 학생들로서는 고이노보리 관습은 일본이 원조라 생각해왔겠지만, 막상 그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한국인의 제 눈에는 한자를 쓰는 중국인 가이드 역시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 것도 무리는 아니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의 기억이 꽤나 흥미로운 추억으로 남아 있답니다.
한.중.일 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관습들은 대부분 이렇게 비슷하거나 아예 생소하게 해석되는 것들이 많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이 날은 '잉어의 듬직한 용맹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천이나 종이로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장대에 높이 매달아 놓는 행사가 바로 '고이노보리' 입니다. 즉, 바람자루 깃발과 같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 경관이 정말 장관이 아닐 수 없답니다.
이날은 ‘고이노보리’이외에도 집안에서는 '사무라이 인형'이나 '갑옷과 투구'를 장식하기도 하고, 대나무 잎이나 떡갈나무 잎으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요.
대나무는 올곧은 바른 성품과 바람에 부러지지 않는 씩씩함을 의미하며, 떡갈나무의 꽃말은 공명정대, 강건함과 같은 어린이날의 의미에 부합하기 때문에 이 관습이 내려오는 것이겠지요. 떡갈나무의 효능 또한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한 몫을 하는 것이겠네요.
출처 : 필자 강의자료중 일부
즉, 한국에서는 ‘떡갈나무’, 중국은 ‘박라병’, 일본은 ‘가시와모찌’라 말하며, 이 떡갈나무 잎으로 싸서 떡을 찌어먹으면 갈잎 향이 배어 오래도록 변질되지 않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 우리의 약밥과도 같은 찹쌀떡을 먹기도 하는데요. 대나무 잎을 말아서 쪄낸 ‘치마키(粽)’란 치마키 또한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으며 면역력 향상과 병이나 재난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의미가 있으니, 어린이날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되겠네요.
일본은 남자 어린이날인 5월 5일 ‘단고노 셋쿠(端午の節句.단오절)’ 이외에도, 3월 3일에 행하는 여자아이들만의 행사인 ‘히나마츠리(ひな祭り)’와 ‘시치고산(七五三)’이라는 어린이를 위한 날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