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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Oct 24. 2023

일본 영화 :  내일의 기억(明日の記憶)

<알츠하이머 소재>


  "내일의 기억(2006)"오기하라 히로시(荻原浩)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일본의 국민배우 '와타나베 켄(渡辺謙)'이 영화화하기를 열망해 영화제작에 모든 것을 관여하며 직접 주연과 프로듀서를 맡아 열연한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일본영화이다.


작품에는 사라져 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병마와 대치하고 있는 주인공의 사투가  섬세히 그려져 있다.


직장 중년 남성의 희미해져 가는 기억너머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 직장 동료들의 믿음과 우정, 이를 받아들이며 이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장면 장면마다에 아프게 녹아있다.  





  광고 대행사 영업부장으로 근무하는 49세 ‘사에키 마사유키’는 큰 클라이언트의 계약이 성사되는 등 분주하지만 순탄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부터인지 거래처 담당자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동차 키를 잃어버리는 등. 하루하루 일상이 힘들어져가고 때때로 두통까지 동반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항상 다니던 길을 헤매기도 하고 수시로 잠이 쏟아지는 등의 이상 이상증세가 시작된다.


직장인으로 가장 심각한 증세중 하나는 미팅 날짜를 깜빡하거나 회의 시간을 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 탓이겠지 라는 위안도 잠시, 직원들과 함께 한 식당에서는 음식을 담아 돌아오던 중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해 어리둥절 하기도 한다. 회사 직원들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들을 보지만  그들 옆을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그들이  자신의 직원인 것조차도 인지할 수 없는 상태까지 와버린 것이다.


그는 퇴근후 자신에게 이상 증세가 있다고 판단, 건망증 등 자신이 겪고 있는 증세의 원인들을 찾아보기에 이른다.


한편, 같은 물건을 계속 사들이는 남편의 증세를 수상히 여긴 아내는 남편을 설득해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는 간단한 테스트가 끝나고 다시 회사에 돌아와 회의를 하지만, 그 자리에서도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


급기야는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등 평소에 없었던 의외의 반응을 보였고 이에 직원들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검사결과를 확인하는 날.  부는 사로부터  청천병력 같은 병명(청년성 알츠하이머)을 듣게 된다. 하지만 이를 부인하는 사에키.


미국의 의사이자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환자가 자신의 병을 선고받고 이를 인지하기까지의 과정을 5단계(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로 구분하고 있다.


이 영화 역시 초기 단계에서 주치의의 실력을 부정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착란과 자포자기의 상태로 병원 옥상에서 투신까지 시도한다. 하지만 의사의 진정어린 설득으로 가까스로 마음을 추슬려본다.  


결국 사의 권유로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옥상에서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병과 마주할 각오를 다짐한다.


 심각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처음 가는 곳이 아니었음에도 어느 날은 길을 잃고 헤매다가 회사에 전화를 걸어 간신히 여직원의 도움으로 회의 장소를 찾아간다.  이렇게  서서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안타까운 장면들은 곳곳에서 일어난다.


결국 사에키는 회사에 보인 이런 저런 빌미를 통해  그의 병명은 회사 전체로 퍼지고 더 이상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없음을 알게 된 그는 희망퇴직을 권유받고 사표를 제출한다.  



시간은 흘러 2004년 여름, 잠깐 기억이 온듯한 남편 '사에키'는 도자기를 굽던 젊은 시절의 아내 '에미코' 기억하며 청혼했던 당시를 떠올리고. 아내 에미코는 남편의 증세가 악화됨에 따라 집안의 모든 물건에 이름을 써 붙이는 등 간병에 주력한다.


그리고 사에키는 하루하루 일기를 쓰며 기억을 붙잡으려 노력한다.

출처 : 야후재팬


 이렇게 기억을 붙잡는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흐르는 시간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수명 연장으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는 다양한 병명들이 생겨난지 오래이다.


 갑자기 자신에게도 이와같은 증상이 찾아온다면 어떤 심정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기억을 상실해가는 주인공의 모습 속 중년의 삶 속에서 영화는 우리 앞의 삶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그를 지키려는 주인공을 둘러싼  회사 직원들과 그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고뇌는  물론.  이를 곁에서 지켜봐야하는 아내의 헌신적인 노력이  눈물과 감동을 안겨준다.


‘내일의 기억’이라는 동명영화가 많이 선보이고 있지만, 50대 중년 직장인이 기억을 상실해 가는 과정의 애환을 가감 없이 잘 녹여낸 작품은 흔치 않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도 알츠하이머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는 가운데 환자는 물론, 환자를 둘러싼 가족들의 애환과 사회적인 시선, 그리고  사회 복지차원의 시스템의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한 논의가 높아지고 있다.


이 영화는 작품상으로는 2005년 '야마모토 주고로 상(山本周五郎賞)'을 수상한 동시에 같은 해, 원작소설도 서점 대상 2위를 차지해 문학성을 인정받은 바 다.


하지만 이 영화가 훌륭한 점은 알츠하이머에 대한 관심을 '사회적인 현상으로까지 확대시키는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영화'이기에 더더욱 의미있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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