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청수사에서 느꼈던 일본의 시치고산(七五三, しちごさん) 이란 것에 대해 적어볼까 해요.
출처 : 필자사진 및 네이버
얼마 전 우연한 계기로 다시 교토를 찾게 되었는데요. 일본과 관련된 일을 하는 필자가 자주 찾게 되는 곳 역시 오사카 지역이랍니다. 그 곳에 가면 빼놓을 없는 곳이 ‘청수사(清水寺청수)’란 곳인데요.
하지만 이번 교토지역의 ‘청수사(기요미즈테라)’의 느낌은 예전 모습과는 사뭇 달라보였어요. 예전처럼 그리 가파른 느낌도 없고(내가 건강해진 걸까) 정망대인 정상까지 다 돌고 내려오는 길 바로 우측 모퉁이에 빨간 앞치마라고 해얄지, 아기 턱받침을 한 것 같은 석고동상에 발길이 묶였답니다.
여행의 깨달음은 발견하는 자의 몫이라고 했던가요.
출처 : 네이버 (필자편집)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바로 죽은 아이들을 기리는 빨간 앞치마를 두른 ‘지장보살(地藏菩薩)’이었습니다. 아기가 죽으면 지장보살이 된다는 말도 있는데요.
앞치마보다는 아이의 턱 보호대라는 설이 가까운 것 같네요.
일본의 에도 시대에는 7살까지는 어린 아기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었기 때문에 호적에도 쉽게 올리지 않았고, 7살을 넘기면 비로소 가족들과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식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때문에 ‘시치고산’은 지금까지 아이가 살아남았음을 신령에게 감사드리고 비로소 가족과 지역의 일원으로 받아들임을 축하하는 행사인 셈이죠.
출처 : 네이버
시치고산(七五三, しちごさん)은 숫자를 세는 말의 7,5,3이란 뜻으로, 3, 5세가 된 남자아이와 3, 7세가 된 여자아이의 건강함을 축하하는 전통행사인 것이죠.
사담입니다만,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란 필자는 요즘 들어 아버지 혼자 사시는 시골집을 자주 찾곤 하는데요. 어릴 때 뛰어놀던 곳이 예전에 ‘애장터’라는 것을 아버지에게 듣고 깜짝 놀랐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까만 돌무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던 그곳이 죽은 아이들을 묻어두었던 곳이었다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천사가 되었을까. 어린 영혼들과 뛰어 놀았던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시대 아이들의 사망률에 의구심이 들었답니다.
일본에서도 영아 사망률이 높았던 시기가 있었고, 오죽하면 “七歳までは神のうち”란 말로 ‘아이의 생명은 7살까지는 신에게 달린 것’이라는 말이 나왔을까요.
일본에서 부모님들은 이 날(음력 11월 15일로 정하고 있지만, 홋카이도 같은 추운 곳에는 10월 중순에 행사가 열린다고 함), 대부분 작은 기모노 비슷한 조금은 편한 ‘히후(被布)’라는 조끼를 입은 아이들을 가까운 절이나 신사에 데리고 가서 참배를 한답니다.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했던 부적 ‘오마모리(お守り)’를 다시 신사에 ‘봉납(捧納)’하고 사진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답니다. 내가 낳은 아이지만 '7살 까지 아이는 신에게 속해 있는 뜻'으로 이날 참배가 끝나고서야 비로소 내 아이가 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어떤 행사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날 아이에게 홍백 나비 매듭의 ‘미즈히키(水引)’라는 끈으로 장식한 봉투에 축하금을 넣어주기도 하는데요. 앞서 ‘단무지 편’에서 설명했듯이 4(죽음), 6(불길), 9(죽음)의 불길한 의미의 숫자는 피해서 준답니다.
또한 아이에게는 긴 봉투 안에 붉고 흰색으로 물들인 ‘치토세아메(千歳あめ)’라는 것을 선물로 담아주기도 하는데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천년동안 무병장수'를 바라는 사탕 또는 엿이라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왜 3,5,7이라는 홀수 나이를 택한 걸까요.
이 역시 짝수보다 홀수가 더 길한 숫자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나이를 지정해서 그때까지 만이라도 건강해 주었으면 하는 염원이 담긴 아이를 위한 날이기에 이것 또한 ‘어린이 날’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5월 5일 남자 어린이날, 3월 3일 여자 어린이날에 이어 11월 15일에 행해지는 ‘시치고산’ 역시 어린이의 안녕과 무사를 신에게 비는 날이기 때문에 어린이날이라 해도 무방하겠네요.
여러 백신이 나온 현대의학에 고마움을 표하며 예전 사람들의 고난했던 삶을 돌아보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