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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Oct 21. 2023

일본의 ‘설날(お正月)’에는 부엌일을 안 한다구요?

<많은 의미가 담긴 ‘오세치(お節)’요리>

출처 : 야후재팬


 그동안 일본의 새해모습은 워낙 커다란 고유 명절이다 보니 누구나 알고 있을 것 같아 언급을 피해왔었는데요. 우리와는 다른 것이 있어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설날'이나 '추석명절'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여러 가지 '음식장만'이 문제인데요. 이 시기가 한국 여자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만은 않은 기간이었지요. 지금은 시대가 변해 가족여행이나 성묘 등으로 간소화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도 대소사가 많은 집안의 며느리들로서는 명절이란 것이 부담스러운 날이기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보통 일본의 설날인 ‘오쇼가츠(お正月)’는 주말은 해에 따라서는 12월 28일부터 1월 5일, 혹은 12월 27일부터 1월 4일까지 쉬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선 설날 아침에는 ‘오조니(お雑煮)’라는 떡국을 먹고 새해 인사를 나눈 후, 아이들은 어른에게 세배를 올리고 ‘오토시타마(お年玉)’라는 세뱃돈을 받습니다.

그리고 기모노를 입고 절이나 신사에 가서 한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하쓰모우데(初詣)’를 하지요.   


 이 날은 온 가족이 모여 ‘오세치 요리(おせち料理)’를 먹거나, ‘오토소(お屠蘇)’라는 축하주를 마신답니다.


출처 : 야후재팬


그런데 '일본의 ‘설날(오쇼가츠)’에 여자들이 부엌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럼 남자들이 그 일을 대신하냐구요? 아닙니다.      


설날에 먹을 ‘오세치요리’를 12월 말부터 하나씩 만들어 두었다가 새해 3일 동안 두고 먹는 음식으로, 주로 오래두고 먹기 위한 '조림요리'들로 장만해 놓습니다.  이 날은 '신성한 날이기 때문에 집안에 불을 지피는 것은 삼가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어차피 미리 요리를 준비한다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정초부터 분주함은 없으니 여자들로서는 좀 반가운 일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상황에 맞춰 각자 만든 요리를 들고오기도 하고 가정에 따라 약간의 요리 정도는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여자들이 쉴수 있는 명절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처 : 야후재팬(좌측: 가미다나, 우측: 카도마)


  또한 가정에서는 신을 모시는 선반이나 제물상이라 할 수 있는 ‘가미다나(神棚)’에 음식을 놓고 새해 인사를 하는데요. 이 기간에 좋은 일을 하면 1년 동안 행운이 따른다고 믿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가정이나 상가 입구에는 사업번창이나 행복을 다져다 주는 한해의 ‘연신(年神)’께서 잘 찾아오시라는 의미인 소나무 장식의 ‘카도마쯔(門松)’를 장식하기도 하고,


 필자가 자란 시골에서도 아기를 낳은 집 대문에는 하얀 종이의 금줄이 쳐져 있었던걸 기억하고 있는데요. 이와 같이 재앙을 가져오는 악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집안 곳곳에 ‘시메카자리(注連飾り)’로 금줄을 치는 장식을 하기도 한답니다.   


출처 : 야후재팬 (시메카자리)


  이때 먹는 '오세치 요리' '경사가 겹친다'라는 의미로 좋은 의미가 담긴 음식들을 층층이 포개진 찬합에 담아 먹는데요.      


찬합의 기본은 '4단'으로 윗단에서부터 이치노주(一の重), 니노주(二の重), 산노주(三の重), 요노주(与の重)라고 부릅니다. 숫자 4는 발음이 다르게 불려지는데요 (‘시(四)’가 ‘시(死)’ 죽음을 연상시켜 불길하기 때문)     


   예쁘고 아름다운 층층마다의 각기 다른 음식을 담고 있지만 우선 음식이 갖고 있는 의미를 적어볼까 해요.    

출처 : 야후재팬

 

  '새우'는 허리가 굽혀 장수를 의미하며,  ‘청어알’은 자손의 번영을 ,  ‘검은콩 조림’은 재물운을 상징하고,

'흰살 생선' '무와 당근'을 채 썰은 무침은 홍백색으로 '경사스러움'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청어에 다시마로 말아서 익힌음식'은  '다시마(콘부·コンブ)'와 '기쁘다'의 ‘요로코부()'의 발음이 비슷해서이며, '토란'은 알 줄기로 번식해 많은 자손번영을 기원하는 뜻으로,

그리고 ‘멸치볶음’ 예로부터 멸치가 고급비료로 사용되었기에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는 뜻이 담겼기 때문이랍니다.

'뚫려진 구멍으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의미의 ‘연근조림’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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