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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Oct 21. 2023

일본 소설 속 ‘라쇼몽 효과’를 들어보셨나요?

<라쇼몽 효과의 배경>

출처 : 네이버


  오래 전 흑백영화인 ‘라쇼몽’ 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요.

알고 있는 소설 "라쇼몽(羅生門)"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그 영화는 원작이 "덤불숲(薮の中)"이란 소설이었고, 거기에 단편 "라쇼몽(羅生門)"을 덧붙여 만든 영화였던 것이지요.

     

  이 두 작품은 일본 근대문학 작가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竜之介)’의 단편소설로, “라쇼몽(羅生門)”은 (1915)년, 뒤이어 “덤불숲(薮の中)”은 1921년에 발표되었고, 워낙 아쿠타가와를 대표하는 소설 ‘라쇼몽’ '덤불숲'이란 두 작품을 빌어 영화를 만들었고 이후 영화계에서 큰 파급력을 미친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출처 : 네이버(편집)


  ‘라쇼몽(羅生門·옛 도성의 성문)'은 헤이안시대(794~1185) 폐허가 되어 시체를 버리는 곳이었지요.


영화에 앞서 '소설'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기근에 시달려 얼마 전 주인집에서 쫓겨난 한 하인이, 하룻밤 지세우고 자신의 거처를 생각하려고 '라쇼몽 누각'으로 올라갔지만, 한 노파가 전염병으로 죽은 여자의 머리카락을 뽑는 것을 목격합니다.  


죽은 여자는 생계를 위해 뱀을 말려 건어물로 팔다가 전염병으로 죽었으니 자신도 살기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죠.


하인은, 시체를 두고 이런 짓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그 말을 듣고 급히 노파의 옷을 벗겨 들고 도망쳐 버리는데요. 이 역시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인지,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 소설이었지요.    

  

영화는 이러한 '라쇼몽'이 갖는 강력한 메시지에 전혀 다른 내용의 ‘덤불숲’을 붙여 새로운 영화의 한 장르로 거듭 탄생된 것이었는데요.  


  영화는 과거 사건을 이야기하는 '플래시백' 기법으로 진행되어 갑니다. 영화가 흑백이라는 점은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당시 칼라 기술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오히려 플래시백 효과를 더욱 높여주는 장치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요.


영화의 내용은, 사무라이 부부가 말을 타고 숲속을 지나가다 산적을 만나고, 산적이 무사의 아내를 범하고, 무사가 죽는 살인사건의 발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이 사건의 전말을 증언하지만, '각자의 이기적인 진술'로 끝내 진상은 밝혀지지 않은 채 끝이나고 말지요.


이 영화는 사건의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각 인물마다 왜 진술이 모두 다른지 그 이유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는데요.


진실은 하나일지라도 얼마든지 사람마다 그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해석하는 데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세상의 원리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특히 사람의 '이기심'이 진실을 왜곡하게 만든다고 꼬집고 있다고해요.   

  

    잠시 내용을 살펴보자면,

출처 : 영화컷(네이버)


'도적은', 무사를 죽일 마음이 없었지만 무사의 아내가 두 남자를 따를 수 없다는 말에 멋지게 결투를 하다 무사를 죽였다고 증언하며 자신의 강인한 남성성을 강조하고 있지요.   

  

'무사의 아내'는 도적이 자신을 겁탈한 후 그냥 가버렸다며 남편에게 돌아가려 했지만 겁탈당한 자신을 경멸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남편에게 차라리 죽여달라며 단검을 내민 후 기절했다고 진술하죠.


그리고 '죽은 남편인 무사'는 무당의 몸을 빌어 빙의되어 진술을 하는데요.

아내가 도적에게 자신을 죽여달라 요청했다고 진술을 합니다.

이에 자신은 땅에 떨어진 아내의 단검으로 스스로 자결을 했다고 하지요.   

   

그리고 사건을 목격한 '나무꾼'과 '스님'은 또 다른 진술을 합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입체적인 '플래시백'을 통해 하나의 사건을 여러 가지의 시각으로 재현하는 방식인데요.

 

이 기법은 거짓된 플래시백으로 관객들에게 진실의 실체를 가리고,

또 변형하여 전달하는 효과를 지닌다는 점에서 후대 영화인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하네요.

    

한편, 이와 같은 기법을 '라쇼몽 효과(Rashomon Effect)', 또는 '라쇼몽 기법'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이 현실에서 적용될 때는 '라쇼몽 현상'이라고도 한답니다.

이 용어들은 '기억의 주관성'에 관한 이론으로 정의된다고 하네요.  

  

‘구로사와 아키라(黒沢日)’ ‘하시모토 시노부(橋本忍)’가 공동으로 쓴 시나리오에 감탄하면서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에 ‘라쇼몽 효과’란 말까지 탄생시킨 점이 영화사에 놀라운 업적을 남기게 된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아주 짧은 소설이니만큼 영화와 함께 보실것을 추천드리며,  오늘은 ‘라쇼몽 효과’의 배경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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