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채소가게를 야오야(八百屋)라고 부르는 이유
<셀 수 없이 많은 채소>
오전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안의 라디오에서는, 김장철을 맞아 소비자 입장에서 채소 값은 오르고 현지 농가에서는 팔면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무밭을 갈아엎고 싶어도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농부의 씁쓸한 고충이 들려왔는데요.
요즘 채소 값이 고공행진 하고 있기에 농촌은 살맛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해왔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생각하다가 일본에서 채소가게라는 '어원'을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일본에서는 야채를 '야사이(やさい·野菜)'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일본에서 야채가게란 이름은 좀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일본어로 빵집은 ‘팡야(パン屋)’, 약국은 ‘구스리야(薬屋)’와 같이 어떤 물건 이름에 집이나 가게를 뜻하는 ‘옥(屋)’이나 ‘점(店)’을 붙이면 간단할텐데요.
그럼 어떤 이유로 야채가게에 한해서는 ‘野菜屋’나 ‘野菜店’와 같은 한자를 사용해 간단하게 부르지 않는 건지 궁금하셨을 텐데요.
일본에는 '수많은 것'을 말할 때는 여덟팔(八)자를 사용함으로써 ‘팔(八)’이란 글자 모양이 점점 넓어지는 모양에서 '수 없이 많아지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답니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신도(神道)’의 나라답게 ‘수많은 신(神)’ 을 뜻하는 ‘뭇신’이란 말도, '야오요로즈노가미(八百万·やおよろず)の(神·かみ)'라 하고 있는 것처럼, 채소가게에서는 채소 뿐 아니라, 그 외의 파는 종류가 엄청 나게 많았기 때문에 한자의 八을 사용하여 ‘야오야(やおや·八百屋)’라는 한자를 붙였다고 합니다.
예전의 우리와 같이 일본에서도 헤이안(793~1185)시대 당시는, 자신이 키운 채소류를 마을에 팔고 다니다가 에도(1603~1867)시대에 들어와서는 채소류 판매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는데요.
그 무렵부터는 채소류 이외의 부식물, 즉, 건어물, 해조류, 나무열매나 나무뿌리 등까지 채소가게에서 취급하게 되면서 그 종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해요. 때문에 결국은 가게에서 판매하는 종류가 수 없이 많아 '야오야(八百屋)'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설은, 총체적으로 파란물건 ‘아오모노(あおもの·青物)’을 파는 가게이기 때문에 ‘파랗다’는 ‘아오이(あおい·青い)’의 단어를 ‘아오(青)’가 ‘야오(八百)’란 발음으로 차차 바뀌면서 ‘야오야(やおや·八百屋)’가 되었고, 이것이 지금의 채소가게가 되었다는 설도 있답니다.
아무튼 야채의 종류가 수도 없이 많고, 또 채소는 파란 색(파란색에 대해서는 신호등에서 언급한 바 있음)을 띠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파란 채소가 있는 가게' 즉, ‘야오야(やおや·八百屋)’로 명명된 것이라고 하네요.
이와 같이 가게 이름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일본인들의 마음이 느껴지는데요.
참고로 ‘야채(野菜)’는 일본말이기 때문에, 우리는 ‘채소(菜蔬)’라고 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