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KTX를 타고 기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차창 밖으로 도시락을 먹고 있는 여자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답니다.
일본이라면 역 밖이나 기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는 게 익숙하겠지만 이 추운 날에 더구나 기차 밖에서의 도시락이라니 오전에 무척 바쁜 일로 식사를 거르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벤토’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답니다.
도시락의 일본말인벤토(べんとう·弁当)라는 단어는 무언가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락과는 어떤 의미도 통하지 않는 한자로 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일본어를 공부하다 보면 종종 이런 단어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벤토의 유래는 중국의 남송시대(1127~1279)에 속어로 사용한 ‘편당(便當)’인 ‘편리한 것’이란 뜻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일본어 한자인 '편당(便当) 이나 변당(弁当)'등의 한자가 만들어졌다고 해요.
이렇게 생긴 ‘벤토(변당·弁当)’란 말은 가마쿠라 시대(1185~1333)부터 존재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도시락을 애용했다고 하는데요.
일본의 전쟁이 잦았던 전국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식사를 나누어주면서 간단한 그릇에 담아 ‘배당을 가려준다(配当を弁ずる)’는 의미에서 '벤토(弁当)'가 되었다는 설도 있답니다.
이설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아즈치 성(安土城)'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때 '각자 나눠주는 간단한 식사'라는 것이 뒷받침해 주고 있는데요.
아무튼 이렇게 탄생한 현재 맛있는 벤토의 비밀은 쌀에 있다고 해요.
벤토 안에는 휴대가 편리한 주먹밥을 만들어 안에 매실을 말린 우메보시(梅干し)를 하나 넣기도 했는데요. 흔히 알고 있는 매실 짱아치인 우메보시는 살균작용이 있어 부패방지와 식중독 예방의 효과가 뛰어나 배탈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요.
처음에 이 도시락을 봤을 때 매실이 달랑 하나밖에 들어있지 않아서 절약정신의 대표인 ‘자린고비’설을 떠올리며 살짝 놀라기도 했었는데요.
출처 : 야후재팬(우: 짧은 자포티카 쌀과 길죽한 인디카쌀)
그런데 벤토의 맛은 ‘자포니카 쌀’도 한 몫 한다고 하네요. 이 쌀은 다른 품종에 비해 짧고 둥근 것으로 길쭉한 ‘인디카 쌀’에 비해 윤기와 찰진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이 쌀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주식으로 재배되는 쌀로 밥이 식어도 맛있는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도 하는데요.
이와 같이 벤토의 어원은 간단히 먹을 수 있는'편리한간단한 것' 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