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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바쓰J Mar 10. 2022

라이프가드와 응급처치

DRSABC를 알면 당신도 누군가의 라이프가드

<커버 이미지 Copyright-pinterest.com>

그대로 직역하면 ‘생명 경비원’ ‘ 경호원정도가 되는 lifeguard-라이프가드 처럼, 우리 모두가  가지 지식과 기술로 나와 타인의 생명을 경호할  있기를 소망하며.




익수자의 고통을 맛보라는 이유


대학 1학년 여름방학, 수영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라이프가드(lifeguard) 자격증을 땄다.

주변에서는 체대생도 아니고, 왜?라고 의아해했지만 막상 훈련장에 가보니 회사원 아저씨, 의대생 오빠, 또 다른 전공자 언니 등 생각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였다.


2주 동안 꼬박 하루 8시간 이상 물에서 훈련을 하고, 자격증 최종관문 담력 테스트로 올림픽 다이빙 경기장 꼭대기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다이빙 보드 끝에 주저앉아 도저히 못 뛰어내리겠다 우는 사람도 어차피 강사분이 가차 없이 밀어버렸다.)

참 무식해서(!) 용감했고, 패기 넘치는 20대라 했지 지금 하라면 다시는 못 할 것 같다.



그때 만난 여러 강사분들 중 지금도 기억나는 한 사람이 있다.


일단, 그는 덩치가 마치 하마처럼 컸다. 그리고 교육생들에게 가장 먼저 ‘익수자의 고통을 알아야 한다' 말하며 직접 체험(?!) 교육을 서슴지 않았다.


라이프가드 교육생들은 기본적인 수영법 및 잠수로 꾸준히 기초를 단련하면서 실제로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는 기술들을 배우게 된다.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면 가장 좋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익수자를 발견했을 때는 어떡하든 맨몸으로 그를 뭍으로 데려와야 하는 고난도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익수자를 하늘 향해 눕힌 자세로 나(구조자)는 그의 머리 끝쪽에 위치한다. 내 가슴에 익수자의 머리를 얹듯이 놓아 물에 빠지지 않게 하고, 그의 왼쪽 어깨 위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사이로 나의 팔을 끼워 넣는다. 이렇게 왼팔로 익수자의 가슴팍을 꽉 껴안은 채,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다리는 킥을 차고 다른 한 팔로는 물을 저으며 그 사람과 나 스스로를 같이 끌고 나와야 한다.

그러니 삼십 분, 한 시간을 제자리에 서서 떠 있어야 하는 ‘입영’ 훈련은 ‘해병대 기합’이 아니라 라이프가드에게 가장 중요하며 필수로 갖추어야 하는 수영법이다.


훈련 중 익수자 대역(?)은 강사분들이 했다.

‘하마 선생님’은 키가 꽤 큰 나도 그의 몸을 감아 안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몸의 부피가 워낙 크니 그의 겨드랑이 깊숙한 곳까지 팔을 넣기에 내 팔 길이가 모자랐다. 그냥도 물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축 늘어진 사람을 끌고 오는 것이 힘겨운데, 겨우 그에게 팔을 두르고도 제자리에서 낑낑댈 뿐 전진을 못할 수밖에.

그러면 그 선생님은 곧바로 교육생의 몸을 덮쳐 물귀신처럼 수면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럴 때 마다 속수무책으로 '죽을 뻔'을 경험하며, 수영장 물과 익수자의 고통을 동시에 맛보았다.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혼신의 몸부림과 함께 켁켁거리며 물 위로 튀어올라 거친 숨을 몰아 쉬어야 했다.  


그러나 분명히, 그가 미쳤거나 악덕 강사여서 그런 짓(!)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 아닌 전봇대도 뽑아버릴 기세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익수자는 말 그대로 '죽기 살기로’ 손에 잡히는 무엇(+누구)에든 올라탄다. 강력한 생존 본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그런 무서운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그 강사님의 깊은 뜻이 있었던 거다.

(*TMI: 이런 이유로 육지에 닿기까지 너무 멀거나 위험한 지점에서 혼자 맨몸으로 익수자를 구조해야 할 경우를 만나면, 아무리 뛰어난 라이프가드라도 덥석 그를 구하려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거리를 두고 해병대 수영으로 주변을 맴돌면서 그의 힘이 좀 빠질 때까지(=물을 더 드실(!)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혹시 둘 다 익사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위험 상황에 대한 인지' '위험에 빠진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스스로를 지키고 돕는 게 가장 우선이라는 것'은 그 어느 응급/구조상황에서나 전제되어야 할 부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한 이후로 이것들이 신체적 뿐 아니라 정신적인 응급상황에서도 똑같이 중요한 전제들이라고 믿게 되었다.




<Copyright-Protector Firstsafety India PVT. LTD. >


응급처치 순서-DRSABC


먼저 신체적인 응급 상황에 대해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응급처치(퍼스트 에이드; First Aid) 매뉴얼 액션 플랜(action plan)을 한 번 살펴볼까 한다.

 

순서대로 디알에스에이비씨(DRSABC) 혹은 외우기 쉽도록 닥터스에이비씨(DRsABC)라고 하기도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D: Danger(위험)- 사고 현장 주변이 당신에게, 주변인들에게 그리고 환자(재난자)에게 안전한지 확인한다.

R: Response(반응)- 환자의 반응을 체크한다. - 이름을 물어본다. - 양쪽 어깨를 가볍게 쥐어 의식이 있는지 본다.

*반응이 없을 경우: S로 이동) 지원을 요청한다.

**반응이 있을 경우: 환자를 편안하게 하고, 부상이 없는지 살피고, 계속해서 반응을 살핀다.


S: Send for help(도움 요청)- 119 구급대로 연락한다. 혹은 주변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부탁한다.


A: Airway(기도 확보)- 환자의 입을 벌린다.

*이상 물질이 있을 경우: 몸을 옆으로 돌려 손가락으로 제거해 기도를 확보한다.

**환자의 머리를 살짝 젖히며 턱을 당겨 기도를 개방한다.


B: Breathing(호흡)- 호흡을 확인한다. - 보고, 듣고, 느낀다.

*이상 호흡의 경우: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다.

**정상 호흡의 경우: 휴식 자세를 취한다. 계속해서 호흡을 관찰한다. 부상을 처치하고, 쇼크상태에 대처한다.


C: 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심폐소생술)-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흉부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 구급대가 도착하거나 또는 환자의 호흡이 돌아올 때까지 CPR을 계속한다.    

(D:Defibrillation - 가능한 경우 심장제세동기 사용)


이 순서를 사진과 함께 정리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리의 응급구조 연락처는 119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이니, 알파벳 순서와 내용을 기억하시면 좋겠다.

   

<응급처치 행동 계획 순서; copyright www.stjohn.org.au>


여러가지 응급 상황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지식 그리고 지체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기술들이 위험에 빠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작은 관심과 기술을 함께 배우고 기억하면 좋겠다. 그럼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이웃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라이프가드(lifeguard)’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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