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드와 응급처치

DRSABC를 알면 당신도 누군가의 라이프가드

by 세바쓰J

<커버 이미지 Copyright-pinterest.com>

그대로 직역하면 ‘생명 경비원’ ‘삶 경호원’ 정도가 되는 lifeguard-라이프가드 처럼, 우리 모두가 몇 가지 지식과 기술로 나와 타인의 생명을 경호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익수자의 고통을 맛보라는 이유


대학 1학년 여름방학, 수영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라이프가드(lifeguard) 자격증을 땄다.

주변에서는 체대생도 아니고, 왜?라고 의아해했지만 막상 훈련장에 가보니 회사원 아저씨, 의대생 오빠, 또 다른 전공자 언니 등 생각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였다.


2주 동안 꼬박 하루 8시간 이상 물에서 훈련을 하고, 자격증 최종관문 담력 테스트로 올림픽 다이빙 경기장 꼭대기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다이빙 보드 끝에 주저앉아 도저히 못 뛰어내리겠다 우는 사람도 어차피 강사분이 가차 없이 밀어버렸다.)

참 무식해서(!) 용감했고, 패기 넘치는 20대라 했지 지금 하라면 다시는 못 할 것 같다.



그때 만난 여러 강사분들 중 지금도 기억나는 한 사람이 있다.


일단, 그는 덩치가 마치 하마처럼 컸다. 그리고 교육생들에게 가장 먼저 ‘익수자의 고통을 알아야 한다' 말하며 직접 체험(?!) 교육을 서슴지 않았다.


라이프가드 교육생들은 기본적인 수영법 및 잠수로 꾸준히 기초를 단련하면서 실제로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는 기술들을 배우게 된다.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면 가장 좋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익수자를 발견했을 때는 어떡하든 맨몸으로 그를 뭍으로 데려와야 하는 고난도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익수자를 하늘 향해 눕힌 자세로 나(구조자)는 그의 머리 끝쪽에 위치한다. 내 가슴에 익수자의 머리를 얹듯이 놓아 물에 빠지지 않게 하고, 그의 왼쪽 어깨 위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사이로 나의 팔을 끼워 넣는다. 이렇게 왼팔로 익수자의 가슴팍을 꽉 껴안은 채,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다리는 킥을 차고 다른 한 팔로는 물을 저으며 그 사람과 나 스스로를 같이 끌고 나와야 한다.

그러니 삼십 분, 한 시간을 제자리에 서서 떠 있어야 하는 ‘입영’ 훈련은 ‘해병대 기합’이 아니라 라이프가드에게 가장 중요하며 필수로 갖추어야 하는 수영법이다.


훈련 중 익수자 대역(?)은 강사분들이 했다.

‘하마 선생님’은 키가 꽤 큰 나도 그의 몸을 감아 안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몸의 부피가 워낙 크니 그의 겨드랑이 깊숙한 곳까지 팔을 넣기에 내 팔 길이가 모자랐다. 그냥도 물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축 늘어진 사람을 끌고 오는 것이 힘겨운데, 겨우 그에게 팔을 두르고도 제자리에서 낑낑댈 뿐 전진을 못할 수밖에.

그러면 그 선생님은 곧바로 교육생의 몸을 덮쳐 물귀신처럼 수면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럴 때 마다 속수무책으로 '죽을 뻔'을 경험하며, 수영장 물과 익수자의 고통을 동시에 맛보았다.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혼신의 몸부림과 함께 켁켁거리며 물 위로 튀어올라 거친 숨을 몰아 쉬어야 했다.


그러나 분명히, 그가 미쳤거나 악덕 강사여서 그런 짓(!)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 아닌 전봇대도 뽑아버릴 기세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익수자는 말 그대로 '죽기 살기로’ 손에 잡히는 무엇(+누구)에든 올라탄다. 강력한 생존 본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우리들에게 그런 무서운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그 강사님의 깊은 뜻이 있었던 거다.

(*TMI: 이런 이유로 육지에 닿기까지 너무 멀거나 위험한 지점에서 혼자 맨몸으로 익수자를 구조해야 할 경우를 만나면, 아무리 뛰어난 라이프가드라도 덥석 그를 구하려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거리를 두고 해병대 수영으로 주변을 맴돌면서 그의 힘이 좀 빠질 때까지(=물을 더 드실(!)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혹시 둘 다 익사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위험 상황에 대한 인지' '위험에 빠진 사람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스스로를 지키고 돕는 게 가장 우선이라는 것'은 그 어느 응급/구조상황에서나 전제되어야 할 부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한 이후로 이것들이 신체적 뿐 아니라 정신적인 응급상황에서도 똑같이 중요한 전제들이라고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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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처치 순서-DRSABC


먼저 신체적인 응급 상황에 대해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응급처치(퍼스트 에이드; First Aid) 매뉴얼 액션 플랜(action plan)을 한 번 살펴볼까 한다.

순서대로 디알에스에이비씨(DRSABC) 혹은 외우기 쉽도록 닥터스에이비씨(DRsABC)라고 하기도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D: Danger(위험)- 사고 현장 주변이 당신에게, 주변인들에게 그리고 환자(재난자)에게 안전한지 확인한다.

R: Response(반응)- 환자의 반응을 체크한다. - 이름을 물어본다. - 양쪽 어깨를 가볍게 쥐어 의식이 있는지 본다.

*반응이 없을 경우: S로 이동) 지원을 요청한다.

**반응이 있을 경우: 환자를 편안하게 하고, 부상이 없는지 살피고, 계속해서 반응을 살핀다.


S: Send for help(도움 요청)- 119 구급대로 연락한다. 혹은 주변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부탁한다.


A: Airway(기도 확보)- 환자의 입을 벌린다.

*이상 물질이 있을 경우: 몸을 옆으로 돌려 손가락으로 제거해 기도를 확보한다.

**환자의 머리를 살짝 젖히며 턱을 당겨 기도를 개방한다.


B: Breathing(호흡)- 호흡을 확인한다. - 보고, 듣고, 느낀다.

*이상 호흡의 경우: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다.

**정상 호흡의 경우: 휴식 자세를 취한다. 계속해서 호흡을 관찰한다. 부상을 처치하고, 쇼크상태에 대처한다.


C: 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심폐소생술)-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흉부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 구급대가 도착하거나 또는 환자의 호흡이 돌아올 때까지 CPR을 계속한다.

(D:Defibrillation - 가능한 경우 심장제세동기 사용)


이 순서를 사진과 함께 정리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리의 응급구조 연락처는 119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이니, 알파벳 순서와 내용을 기억하시면 좋겠다.

<응급처치 행동 계획 순서; copyright www.stjohn.org.au>


여러가지 응급 상황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지식 그리고 지체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기술들이 위험에 빠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작은 관심과 기술을 함께 배우고 기억하면 좋겠다. 그럼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이웃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라이프가드(lifeguard)’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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