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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May 16. 2023

대학원생 인터뷰 #2

로스쿨생과의 너무 솔직한 인터뷰

다음 인터뷰는 대학생 때 만난 동기 실망이. 평소에 그에게 실망을 많이 했기에 실망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바 있었다. 실망이는 로스쿨에 다니고 있었으며 sns에 자주 공부하느라 초췌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sns로 인터뷰이를 구했을 때 흔쾌히 승낙해준 그와 만남을 가졌다. 워낙 둘 다 공부하느라 바쁘고 학교가 서로 멀어서 줌으로 만나게 되었다.







감자: 현재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실망이: 로스쿨 2학년 재학 중에 있습니다.


감자: 대학원 전공은 무엇인가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실망이: 전공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입니다. 이름에 법 들어가는 건 다 배웁니다.


감자: 전공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실망이: 솔직하게요? 아니면 후배나 멘티들에게 말하듯이요?

감자: 마음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실망이: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직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지 않았어요. 로스쿨로 가면 전공을 선택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서 말하자면 다른 진로보다 법조인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감자: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실망이: 저는 사람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원래는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경영학은 돈만 좇는 학문이라. 저는 돈만 생각하는 차가운 마음이 싫었거든요. 그래서 이중전공을 뭘 해볼까 하다가 법 관련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학부 입장에서는 법학을 하면 이것저것 해볼 수 있기도 하고, 뭘 하든 법은 알아야 하니까요.


실망이: 말하고 보니까 특별한 계기가 없네요. 살다 보니 제가 한 활동이 이 전공을 가리키고 있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난 로스쿨생들은 다 똑같았어요. 대의를 위하기보다는 취업이 무섭고, 학점은 있지만 스펙을 쌓지 않아서 쓸 데가 없고. 리트 점수가 잘 나오면 로스쿨이 짱이죠. 너무 현실적인가요?

감자: 전문직이라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실망이: 물론 아예 사명감이 없으면 안 되죠. 한 사람의 사건을 깊이 알아야 하는 직업인데,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들을 수 없으니까요.


감자: 학위과정 중 가장 좋았던 일은 무엇인가요?

실망이: 좋은 점? (고민) 소소한 재미는 많은 것 같습니다. 맨날 공부하니까 고등학교 3학년 같아요. 동기들이랑 만난 지 1년 됐는데 10년 친구 같아요. 거기서 오는 재미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술 먹는 기숙사 고등학생들.


감자: 학위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실망이: Everyday...

감자: 슬프다.


감자: 변시 시험도 횟수제한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는데 정말인가요?

실망이: 5번 횟수 제한이 있어요. 그중에 붙겠지 싶긴 한데. 생각보다 어렵고 탈락률이 생각보다 높아서... 재수를 하기 시작하면 힘들어지니까 어지간하면 초시에 한 번에 가라고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졸업은 3년에 바로 시켜주는데 졸업한다고 졸업이 아닌 거죠. 5번 탈락하면 진짜 힘들 것 같으니까 쉬어도 되는데 공부하곤 해요. 평소에 마음 편히 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감자: 놀았다는 변명거리를 만들기 싫어서..


실망이: 그렇지만 건강까지 나빠가면서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요즘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변호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거부감이 있다고 최대한 혼자 이겨내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중독이 되면 안 되지만 이럴 때 필요한 약이니까 한번 생각을 해보시라고 하셨어요.

감자: 오래 앉아있고 성과를 내야 하는 사람의 숙명 같아요. 필요하다면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감자: 대학원생이 가장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실망이: 버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 상태를 버티는 것.

감자: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말씀하시나요?

실망이: 불만을 가져도 바로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일단 버티는 마음가짐? 공부 많이 해야 하고 힘든데 못 버티는 사람은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죠.

감자: 뭔가 슬프다.

실망이: 연구실 생활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냥 하는 거잖아. 그 김연아짤 있죠. 저는 그것도 제법 버티는 거라고 생각해요. 딴짓하거나 때려치우는 게 아니라 버텨서 남아있는 태도가 필요해요.



감자: 그렇게 존버하다가 광기가 돌아버리는 거죠. 보통 대학원 생활에서는 박사과정이 정말 존버의 대표 격이에요. 몇 년이 걸릴지 모르기도 하고.

실망이: 정말로? 몰랐는데.

감자: 박사 졸업 요건이 보통 논문을 일정 수준 이상의 학술지에 올려야 해서, 연구 퀄리티가 좋아야 하죠. 그런데 거기에는 운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또 연구 분야마다 달라서 운이 나쁘면 길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실망이: 아니, 난 탈출할 거야. 난 탈출이 꿈이야.


감자: 대학원 과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다면?

실망이: 처음에는 오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로스쿨은 사실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오고 싶으면 와서 죽어라. 근데 죽을 거 각오하고 오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도 너무 힘들다는 말을 엄청 들었었고, 그게 지금 생각하면 최고의 조언이었는데 저도 오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해보고 싶은 사람은 와서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근데 정말 힘들어요. 와서 한번 죽어봐라. 너는 이제 끝났다. (웃음) 근데 이걸 듣고도 지원을 한다니까? 그게 저예요.


감자: 이게 대학원생 특징인 것 같기도 하네요. 저도 요즘은 오지 말라고 하거든요. (웃음) 경험한 사람은 오지 말라고 하는 게 대학원인 것 같네요.

실망이: 이렇게 사는 게 인간의 삶이 맞나? 하는 생각 들지 않으세요?

감자: 당연히 들죠.

실망이: 현타 올 때가 많아요. 한 번은 세수하는데 제 자신의 얼굴이 너무 오랜만인 거예요. 그래서 올해는 일부러 화장을 좀 하고 다녔습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요. 학부 때는 내가 공부를 하지 않아서 힘들다는 걸 알았는데, 지금은 열심히 해도 힘드네요.


감자: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대학원 진학을 하실 건가요?

실망이: 근데 사실 할 것 같아요. 언니도 할 거잖아.

감자: 하죠.

실망이: 미래가 두렵긴 한데 그래도 변시 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감자: 10년 후 당신의 모습은 어떨 것 같으세요?

실망이: 돈을 잘 벌고 싶어요. 먹고 싶은 음식을 아무 고민 없이 먹을 수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그 음식이 햄버거가 아니라 오마카세인.

감자: 맞아요. 제 꿈과 똑같네요. 잔고 걱정 없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생활이 제 오랜 꿈이었어요.

실망이: 그때면 아마 7-8년 차가 되어있을 테니까. 그땐 우리 지역 1 짱이 되겠습니다. (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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