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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May 24. 2023

내가 처음으로 투고한 논문

논문 리뷰가 도무지 올 생각을 안 한다

올해 1월, 나는 인생 첫 논문을 해외 학술지에 투고했다. 운이 좋았다. 수강하고 있던 강의의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을 주셨기 때문이다.

교수님께서는 실적이 필요했고, 학생들에게 가르친 내용을 실습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 하셨으며,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논문을 일찌감치 만들 기회가 생기는 셈이니 여러모로 윈윈인 셈이었다.


지도교수님께는 미리 양해를 구했다. 교신저자로 들어가시는 교수님이 지도교수님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꼬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생각보다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단,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개인 프로젝트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일과 후 연구한다는 조건으로. 타당한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논문에서 다룰 문제 및 데이터셋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은 교수님께서 주셨고, 학생들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여 추가적으로 분석방법을 고안하고 결과를 해석했다.


당시 내 목표는 이 작은 프로젝트로 작성한 논문에서 1 저자를 따는 거였다. 장래에 하고 싶은 연구 분야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내 CV에 한 줄이라도 더 적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논문 준비 과정 동안 결과를 한 자라도 더 해석해보려고 했고, 새로운 방법으로 분석해 볼 수 있을지 제안을 했다.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참여한 건 수강생들 중 나뿐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데이터셋과 분석 방법이 잘 맞지는 않았는지 내가 낸 결과 중 일부는 논문에 올라가지 않았지만 기여도를 인정받아 논문의 제일 첫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림을 예쁘게 만든 학생과 함께 공동 1 저자였지만 내가 더 앞에 있었다.

Preprint 된 논문을 검색하면 내 이름이 가장 앞에 적혀 있었다. 이게 어찌나 기분이 묘하던지... 제일 첫 번째로 적힌 내 이름이 너무 신기해서 자꾸 다시 읽어보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논문 준비를 해본 적은 많았어도 정말 투고한 건 처음이었다. 논문을 투고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다소 얼떨떨하게 진행되었다. 내 작고 소중한 논문. 처음으로 내가 공부한 결과물이 손에 잡히는 기분이었다.


실은 논문이 아예 억셉되면 짠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놈의 논문 리뷰가 대체 오지를 않았다. 투고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 왜 이렇게까지 감감무소식인지 목 빠져라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이게 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불안했다.


교수님께 혹시나 리젝 메일이 왔는지 여쭈어보니 원래 투고한 학술지가 리뷰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답변을 받았다. 연구는 인내의 연속이라더니 마지막까지 진을 쏙 빼놓는다. 2주에 한 번씩 괜히 메일을 한번 더 봤으니 지금까지 열 번은 더 기다렸다.


그래도 좋다. 언젠가는 소식이 올 거니까.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가 된 심정으로 4달 내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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