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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Mar 06. 2022

대학원생과 지도교수님, 그 미묘한 관계에 대하여

대학원생은 지도교수님이 항상 어렵고 또 어렵다

나에게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4-5명이 결성한 대학원 신세한탄 모임이 있다. 다들 바빠서 자주 만나기는 어렵지만, 모이면 꼭 소주든 맥주든 간에 술을 까야한다. 대학원생은 술 없이는 눈물겨운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십중팔구는 교수님 얘기로 시작해서 교수님 얘기로 끝난다. 그만큼 지도교수님은 대학원생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대학원생들과 얘기하다 보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연구실이 있고 다양한 지도교수님이 계신다는 걸 알게 된다. 대체적으로 대학원생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지도교수님을 그리며 입학하게 되고, 그 이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따라 호불호를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


모임에서 A양이 교수님이 너무 세미나와 미팅을 자주 시킨다고 한탄한 적이 있었다. 배움의 기회가 많은 것은 좋지만 연구, 코스웍, 세미나, 미팅을 전부 따라가려니 너무 벅차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A양의 지도교수님은 전형적인 통제형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던 B군은 슬며시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사실 자신은 그러한 환경이 너무 부럽다고 했다. B군의 연구실은 거의 연례행사급으로 미팅이 있어 조금 더 공부하고 지도받을 기회가 있었으면 했다. 자신이 생각해왔던 교수님은 A양의 지도교수님 같은 분이라고 했다. B군의 지도교수님은 전형적인 방목형이었다.

서로 불만을 얘기하는 부분이 아예 대척점에 있어서 참 흥미로웠다.


처음 봤을 때 깔깔 웃었던 지도교수님에 대한 밈



대학원생에게 지도교수님은 언제나 어렵다. 지도교수님은 학생인 나의 많은 것을 결정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게는 학점부터, 크게는 진로까지 말이다.


나는 교수님께 유능한 학생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복달 내던 때가 있었다. 미팅 때 교수님께서 "공부 열심히 했나 보네?" 툭 던진 한마디로 나는 뛸 듯이 신나 일주일은 그 기억으로 먹고살곤 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교수님이 더 어려웠다. 교수님께서 무심코 쓴 표현에 깊이 상처받기도 했다. 


연구실 생활을 한지 시간이 꽤 흐른 지금은 그때만큼 긴장하지는 않는다. 옛날 같았으면 상처받을 수 있었던 표현들도 이젠 적당히 흘러 넘길 줄 알게 되었다. 여전히 지도교수님께는 유능한 학생이고 싶다. 달라진 점은, 교수님께서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교수님도 연구 외의 방면에서는 서투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많은 점을 웃어넘길 수 있었다.






연구실 생활을 하다 보면 지도교수님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 애증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도교수님과 대학원생 사이가 오직 신뢰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모든 인간관계 또한 그렇듯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연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교수님이 원하는 방향성과 나의 연구가 일치하지 않는 등 이런저런 힘든 일이 생기면 관계는 쉽사리 그렇게 흘러간다.

아쉬운 일이지만 지도교수님과 대학원생 관계는 수직적일 수밖에 없다. 학계에 몸담는다고 선택한 이상 지도교수님이 나의 많은 것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시작해야 하는 것 같다.


전국의 대학원생들이 좋은 지도교수님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행복한 연구 생활하기를 바랄 뿐이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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