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실패로부터 나를 건져 올리는 방법

그래도 연구는 계속된다

by 웨지감자

짧게나마 연구 생활을 하면서 나는 연구가 절대로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척하면 척, 하기만 하면 뚝딱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절대! 절대로 연구는 순순히 흘러가지 않았다.


결과는 언제나 기대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운이 좋을 때는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코드를 한 줄 잘못 썼다거나 하는 단순 실수를 했을 때가 있었다. 그러면 짜증은 확 나지만 꾹 눌러 참을 수 있다. 실수는 바로잡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많은 경우 원인조차 알 수 없었다. 힘든 과정을 거쳐서 겨우 결과를 내고 보니 완전히 가설과는 반대로 나왔던 경우도 왕왕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어느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어떻게든 이 연구를 소생시켜야 하는데.... 일단 문제를 발견한 그날은 멘탈이 박살이 난다. 정말 "때려치우고 싶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실패는 누구나 한다. 실패하지 않는 연구란 없다. 이것은 어떤 교수님이라도, 어떤 대학원생일지라도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어렵지 않고 쉬운 연구는 연구가 아닌 거 아니야?" 언젠가 내가 머리를 부여잡고 있을 때 동료가 얘기한 말이다. 지당한 말이다. 쉬운 게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더군다나 우리는 세상에 없었던 지식을 발굴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벽에 부딪히고 넘어진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자.


또한, 실패로부터 알게 되는 점은 무조건 있다. 나는 최소한 "이렇게 접근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곤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련의 시행착오들이 전부 쓸모없는 시간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적어도 한 가지 선택지가 걸러졌으니 말이다. 왜 내 실험 결과가 엉터리로 나왔을지에 대해 고찰하면 또 새로운 접근방법이 떠오른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위대한 발견은 때때로 실패로부터 비롯되곤 한다. 그러므로 가설과 달라도 과정이 옳았다면 결과를 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혹시 모르니까! 이것이 훗날 위대한 발견의 단초가 될지.






그러나 이 모든 걸 알아도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나는 우울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때는 일단 하던 일을 멈추고 연구실을 벗어난다. 내게 불행한 감정을 들게 한 그 공간을 벗어나는 것이다.


무엇을 해도 좋다. 맛있는 커피를 사러 가기도 하고, 친구를 불러 잠깐 수다를 떨기도 한다. 멍때리면서 산책을 하기도,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기도 한다. 괜히 도서관에서 책도 한 권 빌려본다. (더 힘들 때는 술도 한잔하지만 개인적으로 힘들 때 알코올은 자제하려는 편이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은 산책이었다. 산책하러 나가면 많은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운동복을 입고 파워워킹으로 걷는 어르신들. 3분에 한 번씩 샛길로 빠지는 강아지들과 그런 강아지에게 끌려다니는 반려인들. 조잘조잘 수다 떠는 친구들과 연인들. 내가 모르는 새 색이 더 짙어진 풀빛. 눈 깜짝할 새 바뀐 계절. 모두 연구실 안에만 앉아 있어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연구실 건물 안에서는 내 연구가 삶의 전부인 것 같지만 사실 조금만 나와 보면 여전히 밖에서도 삶은 흐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실수하거나 연구 결과를 망쳐도 시간은 흐르고 삶은 계속된다. 연구는 실패했지만 내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또 실패하고 또 방황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연구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에 따라 내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더라도.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악을 지르더라도. 어떤 때는 진짜 다 때려치우자며 소주병을 따게 만들더라도.

그래도 한참 걷고 나면 또 기운 내서 도전하는 게 나의 석사 생활의 전부다. 망망대해를 걷다 보면 언젠간 보석을 건져 올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패배감에 나를 침잠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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