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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Jun 25. 2023

대학원생 인터뷰 #7

당신의 인생 2막을 응원해요!

최근에 디펜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숨 돌리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한창 카드 잔고가 부족해서 쪼들리는 나날을 보냈기에 함께 학식을 먹자고 제안하자 그는 도저히 학식은 못 먹겠다며 자기가 사겠다고 해서 나는 쫄래쫄래 따라나섰다. 오래간만에 먹는 학교 앞 크림리조토는 정말 맛있었다.


그는 석사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도 성공했다. 학교에서 벗어나 사회로 내딛는 첫걸음을 이제 막 띄운 것이다. 앞으로 빛나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그를 만나보았다.







감자: 가명은 뭐로 하시겠어요?

???: 보라돌이로 할래요.

감자: 왜요?

보라돌이: 제가 보라색을 좋아하거든요.


감자: 현재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보라돌이: 석사 4학기이고 회사 입사 예정입니다. 갓 취준을 마친 신입입니다.


감자: 대학원 전공은 무엇인가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보라돌이: 면접 같다. (웃음) 저는 화학공학 전공인데요. 세부적으로는 열역학에 기반해서 화학공정설계 쪽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감자: 정말 하나도 모르겠네요.

보라돌이: 연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때 좀 더 쉽게 말해드릴게요.


감자: 전공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보라돌이: 원래 저는 기초 과학 전공이었어요. 그런데 그 전공에서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더라고요. 거기서 한계를 느껴서 공대를 갔습니다. 그 안에서 근원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다 보니 화학공학 안에서 가장 기반이 되는 학문인 열역학에 관심이 생겼고요. 사실 공대를 가게 된 이유로는 취업을 잘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주변에서 많이 하는 이중전공이 화학공학이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좋더라고요. 그래서 쭉 했죠.


감자: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요?

보라돌이: 저는 관심 있게 다루는 물질들이 언제 고체가 되는지, 여러 물질이 섞여있을 때 녹는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해서 공정을 설계하고 결정화를 시켜서 필요한 물질을 고순도로 분리하는 기법을 연구했습니다. 예를 들면 설탕물에서 온도를 낮추면 물만 어는 것처럼요. 또, 정확한 상평형 데이터를 얻어서 이 정보가 공정 설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습니다. 이게 제 석사논문 주제이기도 했어요.

감자: 엄청 실용적인 학문이네요.

보라돌이: 사실 전공을 바꾸면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게 지도교수님께서 실용적이지 않으면 연구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었어요. 실용적인 주제를 다루고 현실에서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이게 공학의 매력이죠.

감자: 저는 기초학문이 좋아요.

보라돌이: 저도 그래서 힘들었지만 또 매력적이기도 했어요. 당장 가치가 있고 성과가 보이니까 연구 동기를 잃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자: 학위과정 중 가장 좋았던 일은 무엇인가요?

보라돌이: (한숨) 좋았던 일?? 어제 졸업심사 합격받았던 거요.

감자: 인정합니다.

보라돌이: 졸업이 최고입니다.

감자: 그리고 취업도 하셨잖아요.

보라돌이: 맞아요! 겹경사죠.


감자: 학위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보라돌이: (눈물) 석사학위논문 수정 기간에 저의 역량이 부족했고, 교수님의 예민함이 더해져서... 디펜스 이후의 시간들이 고되고 험했습니다.

감자: 대체 얼마나 밤을 새우셨죠?

보라돌이: 한... 한 달 정도는 소파에서 잤어요. 푹 쉬지 못했습니다.

감자: 정말 고생했어요...

보라돌이: 감사합니다...


감자: 졸업요건에 논문 투고가 있잖아요. 첫 논문 투고 소회를 듣고 싶어요! 언제 하셨나요?

보라돌이: 5월 말에 했습니다. 행정상 그때 했죠. 이제 조금 대학원생 같아요.

감자: 지금까지 연구를 2년 하셨잖아요. 처음 받는 손에 잡히는 성과이신 것 같은데. 어떠세요? 저는 첫 논문을 내면 엄청 감동할 것 같아요.

보라돌이: 저도 참 감동이었어요.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실적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으니까요. 심지어 제가 자주 찾아보던 저널에 투고했어요.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리비전도 해야 하지만요. 세상의 모든 대학원생이 이 과정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존경스럽고, 기특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다들 힘냈으면 좋겠어요.


감자: 대학원생이 가장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보라돌이: 너무 어렵다. 너무 많아. 하나만 말해야 하잖아? 그러면 성실함이죠. 결국에는 성실한 사람이 나중에 웃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감자: 때에 따라서 아닐 수도 있는 게 대학원이긴 하지만요.

보라돌이: 당연히 그럴 수도 있죠. 그렇지만 성실함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타고난 재능은 바꿀 수 없는 거고, 그걸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네요.


감자: 대학원 연구실 선택할 때 제일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보라돌이: 석사냐 박사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석사라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요.

감자: 사람답게 사는 기준은 뭔가요?

보라돌이: 인격적으로 대우받을 수 있고,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급여를 받으며, 연구를 통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곳입니다. 교수님이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을 수도 있고, 돈을 못 받을 수도 있고, 잡무만 처리하느라 시간이 다 갈 수도 있는데요. 석사는 대학원 생활 찍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구란 무엇인지 느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감자: 박사는요?

보라돌이: 박사라면 무조건 실적이 좋은 곳이죠.


감자: 대학원 과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다면?

보라돌이: 운동하는 습관을 들인 채로 진학하세요. 가서 습관을 들이면 늦어요. 특히 석사는 기간이 너무 짧거든요. 그리고 초반에 지식을 얻는 올바른 경로와 방법을 습득하는 걸 추천드려요.

감자: 무슨 의미인가요?

보라돌이: 저는 스스로 필요한 논문을 찾아서 읽는 능력이 3학기 때부터 생긴 것 같아요. 이전에는 사수 선배님이 주시는 논문을 읽는 것도 힘들었어요. 연구를 위해서 논문을 스스로 찾아볼 줄 아는 능력을 너무 늦게 갖춘 게 아쉬웠어요.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모르는 걸 찾아보고 레퍼런스를 타고 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다른 분들은 빨리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감자: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대학원 진학을 하실 건가요?

보라돌이: 네! 당연하죠. 저는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크거든요. 저는 연구직이 하고 싶어서 대학원 학위가 필요했어요. 연구직은 최소 석사 이상을 요구하니까요.


감자: 10년 후 당신의 모습은 어떨 것 같으세요?

보라돌이: 직장인? 대리인가? 모르겠네. 애엄마...? 커리어 욕심이 있다는 사람치고는 무미건조하네요. 앞뒤가 다른 사람인가?

감자: 개 웃기다

보라돌이: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나 이런 사람인가?

감자: 마음이 지친 상태라 그래요. 디펜스를 막 치렀으니까 충분히 휴식을 취합시다!! 고생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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