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소설의 힘을 확인한 책이다. 책을 통해 자국을 이해시킬 수 있는 힘이 할레드 호세이니 저자의 저력이다. 그는 아프가니 스탄에서 자라 미국으로 이민 간 후 의사이자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아프가니 스탄의 전쟁과 난민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치부했었다. 그의 소설 속 아프가니 스탄인의 삶은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무너지는 개인들을 덤덤하게 보여준다. 대 자연 속 나무들이 폭풍 속에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떨어져 나가는 것을 순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순응적 자세로 살아가듯 그들도 그렇게 현세를 받아들이고 있을 수도 있겠다.
소설 초반부는 아미르와 하산의 유년시절에 중심을 둔다. 주인공 아미르가 이야기하는 그의 삶은 참으로 유복하다. 부자 아버지 덕분에 물질적인 풍요와 하인 알리와 그의 아들 하산과의 가족 같은 관계가 주인공 어머니의 부재를 가려 준다. 초반부는 슬픔이 아지랑이 피듯이 올라왔다. 아프가니 스탄의 평온한 삶과 주인공 내면의 변화와 장난기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온전한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 여린 소년 주인공의 삶에서 보이는 불평등이 슬펐다. 80%가 수니파인 파쉬툰인이 아프가니 스탄의 주류로 살고 있다면 나머지 시아파인 하자라인은 하급층으로 온갖 불평등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아르미에 대한 하자라인 하산의 태도는 사랑과 충성이 섞인 슬픔 복종 같은 느낌 때문에 진한 회색빛 하늘을 연상시킨다. 이 책은 아르미가 성장해 가며 소년 시절 자신의 비겁함과 거짓으로 인해 마음 깊이 신뢰하고 아끼던 하산을 떠나게 만들고 그 이후 그 내면 속에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미국 이민 후 결혼하고 그의 아버지를 암으로 잃고 아이를 기다리지만 15년 결혼 생활이 점점 무감각 해질 무렵 한통의 전화가 그의 삶을 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게 한다.
유년기의 아버지, 바바의 친구 라헴 칸이 숨겨진 비밀을 알려 주기 위해 아미르를 파키스탄으로 부른다. 그를 통해 하산과 자신의 관계를 알게 되고 미국에서의 소라야와 평온한 삶을 뒤로하고 무법 천지인 아프가니 스탄에 있는 고아가 된 하산의 아들 소랍을 데리러 간다.
소설 속에서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아프가니 스탄인들의 삶에서 신의 섭리는 무엇일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평화롭던 아프가니 스탄에 소련군이 점령하고 뒤이어 탈레반이 신이라는 이름으로 시아파인 하자라 인들을 대량 학살하고 비 무장한 일반인들을 죽이는 이야기에 생이 순식간에 인간에 의해 지옥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신에 대한 해석과 맞지 않는 다른 인간들을 죽여도 된다는 비이성적 합리화 속에 유년기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을 보여 준다.
우리 역사도 뼈아픈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 우리만큼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가 많다. 또한 지금도 그런 아픈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인간의 신과 닮은 이타성과 악마를 닮은 파괴력을 새삼 느낀다. 책을 읽는 중간에 아프카니 스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떠한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났다. 소설책 속 삶의 배경인 나라에 대한 관심과 연민을 갖게 된다.
여전히 힘들게 살아가는 듯하지만 911 테러 주범으로 아프가니 스탄을 지배하고 있던 탈레반이 미국의 공격으로 철수한다. 소설 후반부에 전직 장군이었던 아르미의 장인이 아프가니스탄 제건을 위해 떠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힘겨운 홀로 서기를 준비하는 어린아이의 걸음마를 닮았다.
무사히 미국으로 데려온 소랍을 통해 유년시절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고 성장하지 않은 마음속 유년기의 상처가 치료되어 간다. 실어증을 앓고 있는 소랍과 연 날리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 시절 아르미는 연날리기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아버지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기대했었다. 하산의 무한한 충성심을 보여 주던 그 시절의 대사가 바뀌었다. 하산은 아르미에게 연싸움에서 마지막으로 떨어진 연을 '천 번이라도 주인님을 위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는 연놀이를 통해 세상과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희망을 보여 주는 하산의 아들 소랍에게 아르미는 같은 말을 한다. 네가 원하면 천 번이라도 연을 가져다 주마라고..... 아르미와 소랍의 관계를 소설을 읽을 사람을 위해 살짝 가려둔다.
오랜만에 가슴속에 오래 남을 소설을 만났다. 평온한 일상 속은 영혼의 나태를 불러올 수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의 숨 가쁜 삶을 통해 다시 한번 평화로운 삶에 감사함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