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공지영
글은 힘이다. 잠들어 있는 양심을 깨우고 지각하지 못했던 진실들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지영의 소설을 읽으면서 우울했다. 아니 슬펐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 수 없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었던 것 같다. 사람 사는 사회도 이런 원리인가?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다고 한 사람도 있다. 단지, '환경에 의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킬 뿐이다'라는 논리다.
공지영의 소설은 사람들이 관심 갖지 않은 혹은 애써 외면했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날생선 올리듯 세상의 식탁에 올렸다. 처음은 '설마 그럴 리가'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이럴 수가' 그리고 '이게 인간사회야?'라는 여정을 밟게 만든다. 법과 상식의 외면을 그녀의 글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었고, 배우 공유가 출연한 영화까지 만들게 만들어 무관심의 바다를 건너 제도권이 보호하지 못한 이들의 삶을 충격적으로 보여 준다.
청각장애자 학교에서 2000년부터 5년간 일어난 폭행과 성폭행 사실이 알려져도 학교 교장과 교사들이 다시 복직할 수 있는 악의 꽃이 무섭다. 사업 실패 후 아내 친구의 연줄로 무진에 있는 청각장애자 자애 학교로 첫 출근하는 강인호의 심정은 안개로 표현한 것 같다. 길을 가야 하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안갯속에서 헤맬 수밖에 없는 그의 지친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학교에서 일어난 충격적 사실을 인권보호 센터 간사인 대학 선배 서유진과 세상에 알리는 과정이 고단해 보인다. 그들 각자의 삶도 버거워 보이는데 마주친 부조리를 알리기 위해 뛰어다니는 이들이 오히려 이 과정 속에서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것 같다.
글 중 경찰인 강경사가 서유진에게 '당신이 이런다고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에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변하지 않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다'라는 말이 인상 깊다. 누구나 푸른 꿈이 있었고 노력하면 자신의 의지로 삶의 언덕을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시절이 있었으리라. 인생의 코너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역경들은 주변에 일어나는 불합리를 눈감고 외면 하도록 만든다.
인간의 선함도 나약함도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하나의 힘이 되어 살아갈 힘을 준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한 악의 힘이 가난한 자가 갖기 위해 노력하는 의지의 힘 보다 2배는 강하다는 작가의 말이 재판 결말을 보여 준다.
사람들의 비난보다 더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 했다.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이들을 어리섞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나마 그 시선이라도 잠시 그들에게 던진다. 하지만, 무관심한 다수는 악을 만들어 내는 조직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넣어 주는 형국을 만들어 낸다.
인권이라는 말이 낯설던 시절 자신의 온몸을 던져 세상의 무관심을 깨고자 했던 개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한 계단씩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올라가는 것 같다. 소설 마지막 부분은 두 주인공의 결정은 나뉜다. 서유진은 끝까지 진행 중이고, 강인호는 가족을 위해 소용돌이치는 그 사회를 나오게 된다. 하지만 강인호의 결정을 비난할 수가 없다. 서유진이 강인호에 보내는 이메일에서 보듯이 그녀는 그녀 방식으로 변하지 않기 위해 강인호는 그의 방식으로 변하기 위해 살아가는 개개인의 인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