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남미 히피 로드]- 노동효

by 조윤효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세상에는 좋은 책들도 너무 많다. 노동효 여행 작가의 글은 읽다 보니 여행 방법에 대한 해답을 준다. 참 좋은 책이다. 여행을 통해 사람들은 새롭게 태어나고 여행은 또 다른 형태의 독서이다. 유명 관광지 위주로 사진 찍고 그 풍경만을 가슴으로 담아 오는 건 선물의 포장지만 보고 그 알맹이를 보지 않는 것과 같다.


대학 시절 한 달 간의 유럽 배낭여행은 포장지만 본 선물이었다. 여행 방법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환경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를 배워보는 것이다. 관광객과 일반인들의 삶이 분리된 여행은 참된 여행이 아니다. 그의 여행 철학에 깊게 공감한다. 그곳에 장기간 투숙하되 갑싼 호스텔 위주로 숙소를 정하고 되도록 이면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차나 배 그리고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숙박비를 절감하기 위해 야간 여행을 하지 않고 그곳의 환경을 환히 보고 가슴으로 새겨 넣을 수 있도록 낮 동안 이동한다는 원칙이 있는 여행 가이다.


남아메리카의 나라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 브라질, 그리고 쿠바 10 나라의 여행을 소개한다. 지역을 소개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곳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현지에서 작가에게 떠오르는 생각들 그리고 책과 음악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간간히 소개되어 나온다.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이다. 주말에 아들 녀석 도서관 따라갔다가 기다리기 지루해 빌린 책이다. 다시 사서 봐야 할 책이다. 페루 여행 편에 소개된 메르세데스 소사의 노래는 자유에 대한 삶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노래다. 작년에 읽었던 책 중 병실에서 그녀의 노래가 위로가 많이 되었다는 한 작가의 이야기로 알게 된 노래인데 가끔 들었던 노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의 이름을 잊고 있었는데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


볼리비아 여행에서는 ‘체 게바라’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 그리고 그가 게릴라 전을 펼쳤던 지역에 대한 소개가 들어 있다. ‘체 게바라 평전’을 봐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읽어 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바로 구입해 읽어야 할 것 같다. ‘인간은 여행을 하고, 여행은 인간을 만들어 냈다’라고 혁명가 체 게 바르가 한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가 첫 번째 남아메리카 여행이 끝난 후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파라과이를 거쳐 아르펜 티나 여행 일화도 재미있다. 스페인과 프랑스 영 각각으로 나누어진 독립을 꿈꾸는 바스크라는 나라를 처음 알게 되었다.

탱고를 추는 사람들 속에서 춤의 기원을 소개하는 부분도 재미있다. 탱고 하면 섹시한 여인과 남자가 추는 관능적인 움직임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기원이 아프리카 남민들의 아메리카 정착 때 남자와 남자끼리 추는 춤이었다고 한다. 탱고는 몸으로 추는 춤이 아니라 스텝보다 음악이 먼저라고 한다. 음악 속에 담긴 가사가 하나의 시라고 한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직업에 대한 정의가 독특하다. 직업을 묻는 저자에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종사하는 일 대신에 ’ '자신이 마냥 좋아서 하는 일'로 대답한다. 그렇다면 그들 기준으로 내 직업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저자 노동효가 이야기하는 '여행이란 단 한 번의 인생에서 여러 겹의 생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여러 겹의 생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우루과이 여행에서 나타나는 저자의 생각들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의 말들은 삶에 대한 자세를 다시 한번 교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 가진 게 적을수록 사람은 경계심이 적다.‘라는 말과 함께 무히카 대통령이 했던 두 마디를 가슴속 깊이 넣어 두고 싶어 진다. ’ 당신은 뭔가를 살 때 돈을 주고 사는 거 같지만, 사실 당신이 지불하는 것은 그 돈을 벌기 위해 쓴 당신의 인생이다. ‘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 내 인생의 소모로 얻어지는 물건들에 대한 집착에서 더 벗어나야 한다. 삶을 누릴 수 있는 힘을 길러내는 중이다.

정신없이 살았던 지난 10년이 빠르게 느껴진다. 이렇게 빠른 시간을 5~6번 보내고 나면 나 또한 영원한 영혼의 집으로 갈 것이기에 누리고 느낄 수 있는 삶을 더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다음으로 칠레에 대한 소개에서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낯선 이름이라 그와의 인연도 곧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의 말처럼 `지구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는 말을 새삼 느낀다. 이 책을 지구 위에 살포시 올려둔 저자 또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에콰도르에서는 여행에 대한 기원을 알려 준다. '여행하다'의 'travel'은 '여가나 휴가'가 아니라 '힘든 일, 고생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에서 나오는 대사를 소개해 준다. ’ 진리가 무엇인지, 인생이 어떤 것인지는 각자 스스로 깨달아야 해. 이런 것들은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콜롬비아 여행 중 서커스 학교 이야기는 낯설지만 친근하다. 저자의 저글링 솜씨와 외줄 타기 연습이 상상이 가지 않지만 그곳에서 만난 히피들과 길거리 공연 후 생긴 수입으로 그날 하루 숙박비 내고 맛있는 저녁을 해서 나누어 먹는다. 삶은 이렇게 단순해도 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충만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 세상을 충만하게 할 수 있으며, 설령 세상을 충만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충만하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라는 저자의 말이 여운처럼 남는다.


브라질의 축제 이야기는 흥미롭다. `삶은 곧 축제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권력의 앞잡이는 힘이 세다. 그들을 두들겨 패 보아야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우리 쪽이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싸움이다. 나는 그 싸움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라는 무라카미 류 <69>에 나오는 글귀를 소개한다. 이 책도 필독으로 넣어 두어야 겠다. 영화 <문라이트>의 대사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돼. 그걸 남에게 맡기지 마.'라는 말도 인상 깊다.


마지막으로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나라 쿠바'. 지구 상에 남은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한 나라, 한 도시가 전혀 다른 곳으로 변하지 '.라고 한국의 여행 소년 차차에게 들려주는 저자의 말이 책 곳곳에 놓여 있다.

`인생을 실험하는 방법 중에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기 자신을 거는 것이다.'라는 인도의 간디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걸고 있고 삶의 시간 축과 공간 축을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 내는 저자의 또 다른 꿈에 놀랬다. 자신의 뼈를 우주에 묻겠다는 그 엉뚱한 기질과 삶의 방식이 매력적이다. 스페인어가 영어 다음으로 많이 쓰인다는 말을 이해할 듯하다. 저자의 여행이 자유로웠던 건 그의 열린 사고와 사람들에 대한 순수한 관심 그리고 여행하며 배워간 스페인어라고 생각한다.


여행의 정의를 내려준 이 책에 감사하다. 그리고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새의 날개'와 `나무의 뿌리'를 가진 저자처럼 정착과 유랑을 즐기는 삶을 가슴 깊은 곳에 또 하나의 소망으로 묻어 둔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생각의 단호함이 만날 때 저자처럼 그렇게 용감하게 떠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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