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1Q84] 2 - 무라카미 하루키

by 조윤효

9월 초에 1편을 읽고 10월 마지막 주말에 2편을 읽어 내려갔다. 1편과 2편 사이에 많은 책들을 읽다 보니 1편에 어떤 느낌이었는지 잠깐 잊었었다. 심지어 초반부를 읽을 때는 왜 이 책을 재미있게 봤지?라는 의심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전반부를 읽고 중반부로 들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쏙 빠져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는 다음 3편으로 가는 최단 시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교차적 사랑 이야기가 흥미롭다. 1편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사랑은 오로지 아오마메의 고향에 대한 향수 같은 진하고 아련한 사랑만 느껴졌다. 하지만, 2부에서 덴고의 가슴속 한 구석에 조용하게 꽈리를 틀고 있는 사랑을 발견하는 느낌이다.


실제 세상과 동일하지만 어떤 통로로 달이 2개 뜨는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상상이 신선하다. 모든 것은 같다. 단지 달이 2개이고 실제인 나와 또 하나의 나가 각각의 다른 시공간에서 존재한다는 생각의 출발이 소설의 독특성을 살리는 것 같다.


세상의 어둠과 밝음이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어 살아간다는 전제하에 악의 형태인 리틀 피플에 대한 묘사가 2편에서는 구체적이다. 탄생의 비밀과 그리고 존재 방식을 조금씩 커튼을 열듯이 보여 준다. 덴고가 대필 해준 <공기 번데기>의 내용을 보여 주며 독자의 희미했던 시선을 순식간에 걷어 내준다.


2편 속의 인물들은 극히 제한 적이다. 덴고의 집에 은신하고 '공기 번데기'의 이야기를 실제 겪은 후카에리의 신비가 풀려 나간다. 그녀의 삶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소설가의 사회적 배경과 생각이 종이 위에 물 번지듯이 나타나는 게 소설이다.


하루키의 소설은 지극히 일본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적인 부분의 구체적 묘사와 조용하게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자하는 인물들이 또 다른 자아를 사회 속에 내보내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낸다.


'공기 번데기'를 통해 개인들의 다른 자아상을 만들어 주는 리틀 피플은 분명 그들 방식으로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자 한다. 사회로부터 자발적으로 경리 된 사람들인 종교 집단속에서 그들의 힘을 키워 간다.


삶이라는 배경 속에 가장 나약한 인간을 선택해서 나타나고 그들의 힘을 키워나가는 리틀 피플을 상대로 덴고, 후카에리 그리고 아오마메의 세 축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어떻게 밝은 희망을 끌어낼지 궁금해진다.


1편은 이야기가 전개될 전반적인 아우트라인을 잡고 있다면 2편은 그 아우트라인을 명확하게 선을 그어 주듯이 보여 준다. 아마 3편은 각 구역의 구체적인 모습이 보이며 전반적인 그림을 한꺼번에 쏟아낼 것 같다.


2편에서 아오마메와 덴고는 서로 보지는 못하지만 강한 끌림으로 서서히 연결되어 간다. 서로 지척에 두고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달을 보며 덴고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아오마메가 드디어 그를 본다. 하지만, 그들의 직접적인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인공들과 관계된 사람들의 삶의 발자취에 대한 소개는 인상적이다. 특히, 노부인의 집사 다루마의 인생 이야기가 그렇다. 그의 부모가 사할린에서 굶주림과 노동으로 시달린 한국인이라는 부분에 묘한 안쓰러움이 생겼다. 소설의 줄거리를 다 쓰는 행위는 다음 독자에게 예고편으로 영화의 전부를 보여주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자제하고 있다.


하루키는 글을 쉽게 잘 쓴다. 그리고 독자의 궁금증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문을 닫아버렸다. 아직 두 남녀가 어떻게 만나게 될 것인지, 리틀 피플과 이들의 힘겨운 싸움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2편은 다양한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다.


삶의 마지막 종착역에서 이루어지는 덴고와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는 서로에게 마지막 숙제를 풀었다는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견고한 남녀 간의 사랑 그리고 엉성하지만 끈이 긴 부자간의 사랑 속에 현실과 똑같은 가상의 세계에서 존재의 방식을 배워가는 주인공들이 어떻게 이 삶을 풀어 갈지 궁금해진다.


아오마메의 편 마지막 장에서 그녀는 1984년 엣 1Q84로 들어간 고속도로로 들어가 그 출구를 찾지만 그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아오마메가 입에 총구를 겨누며 끝나는데 당연히 그녀가 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아직 덴고와 만나지 못했기에.....

아직 작가 하루키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가 없다. 3편과의 만남이 작가의 생각을 알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나라는 존재의 핵심에 있는 것은 무가 아니다. 황폐하고 메마른 사람도 아니다. 나라는 존재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변함없이 덴고라는 열 살 소년을 그리워한다. 그의 강함과 총명함과 다정함을 그리워한다. 그는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육체는 멸하지 않고, 서로 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 아오 마메의 사색 속의 중얼거림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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