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by 조윤효

'오, 나의 영혼아, 불멸의 삶을 갈망하지 말고 가능의 영역을 남김없이 다 살려고 노력하라.' 핀다로스 , <아폴로 기념 경기 우승자에게 바치는 축가 3>로 시작하는 글이 무대 시작 전 웅장한 음악처럼 들린다. 남김없이 살려고 노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어릴 적 크게만 보였던 어르신들이 노년의 문턱에서 지치고 외롭고 쓸쓸함을 쏟아내는 장면을 보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 온 가족이 모여 김장하고 나서 한 편의 따뜻한 군고구마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외가댁 갔다. 김장 김치와 찰밥 그리고 오징어와 녹두로 만든 죽을 들고 엄마와 함께 외삼촌 혼자 사시는 외가댁에 15년 만에 가본 것 같다. 외숙모는 요양원에서 이 세상과의 완벽한 단절된 홀로 섬에 자신의 존재를 잊고 수많은 모래알들 중 하나처럼 그렇게 존재감 없이 사라질 준비를 하시고 계신다. 엄마는 홀로 사시는 엄마의 오빠가 안쓰러워 음식을 종종 가져다 드린다.


어떻게 존재하다가 생을 마감해야 할까? 카뮈의 책 '시지프 신화'는 주된 화재가 죽음과 삶의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노벨 문학상을 타고 49세의 짧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세상에서 사라진 그의 육체와 달리 그의 정신은 이렇게 책으로 전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 그의 외침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라는 말로 부조리와 죽음에 대한 화두로 글을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인생이 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죽는 것을 본다. 그런가 하면 역설적이게도 자신에게 살아갈 이유를 부여해 주는 이념 혹은 환상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내가 판단하건대 삶의 의미야말로 질문들 중에서도 가장 절박한 질문인 것이다.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자살이란 삶을 감당할 길이 없음을 혹은 삶을 이해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라는 카뮈의 말이 복잡한 미로처럼 엉킨다. 아직 이해력이 깊지 않아 읽는 동안 소리 내서 읽어 보기도 하고 줄을 죽죽 그어 보기도 하면서 읽어 갔다. '인간과 그의 삶, 배우와 무대 장치의 절연, 이것이 다름 아닌 부조리의 감정이다. 부조리와 자살의 관계를 밝히고 자살이 어느 정도로 부조리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데 있다.' 그의 말들은 어렵다. '우리는 생각하는 습관보다 살아가는 습관을 먼저 배워서 익힌다.' '인생을 살 만한 보람이 없기 때문에 자살한다는 것, 그것은 필경 하나의 진리다.' '집요함과 통찰이야말로 부조리와 희망과 죽음이 서로 응수하며 벌이는 비인간적 유희를 구경하는 특권적 관개들이다. '


'세계의 두꺼움과 낯섦, 이것이 바로 부조리다.' 카뮈의 관심은 부조리의 발견이 아니라 거기서 이끌어 낼 귀결 쪽에 있다고 했다. 정신의 첫걸음은 진실과 허위를 구별하는 일이라는 그의 말은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 죽음이라는 당연한 진실과 허위처럼 개인의 입장에서 세계를 이해하고 그 세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환원시켜서 인간의 낙인을 찍고 있는 게 삶이라는 저자의 말이다. '부조리는 일단 인정되는 순간부터 하나의 열정, 모든 열정 중에서 가장 비통한 열정이 된다. 부조리의 사유에 대한 의미 있고 괴로운 주제들은 그치지 않고 잇달아 등장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보는 방법,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다시 배우는 일이며, 자신의 의식을 인도하여 생각 하나하나, 영상 하나하나를 프루스트처럼 특권적 장소로 만드는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이 특권적 지위를 가진다. ' 생각하는 법을 과연 우리는 알고 있는가? 카뮈의 말처럼 살아가는 습관을 먼저 배워서 익힌 우리에게 쉼이라는 표를 찍어 잠시 시어 가야 한다. '사유한다는 것은 보는 방법을 다시 배우고 자신의 의식이 향하는 방향을 정해주며 개개의 이미지가 특권적인 장소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세상에 불변의 진리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여러 가지 진리들이 존재할 뿐이라는 원초적 주장에 있어서 현상학은 부조리의 사상과 일치한다.' '모든 것이 특권적이란 말은 결구 모든 것의 가치가 동등하다는 의미가 된다.' '부조리는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명철한 이성이다.'


'아는 것이 죄가 아니라 오히려 알기를 원하는 것이 죄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부조리의 인간이 자신의 유죄와 동시에 무죄를 이루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는 단 하나의 죄다.' '욕망하는 정신과 실망만 안겨 주는 세계의 절연, 통일에의 향수, 지리멸렬의 우주 그리고 그 양자를 한데 비끄러매 놓은 모순이 바로 부조리다.' 세계와 카뮈의 정신의 갈등과 마찰의 근본을 이루는 것은 바로 그에 대한 그의 의식 자체라고 한다.


인생이 관연 살 의미를 가지는 지 어떤지가 문제다. '인생에 의미가 없으면 없을수록 더 훌륭히 살아갈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곧 부조리를 살려 놓는 것이다. 부조리를 살린다는 것은 곧 부조리를 주시하는 것이다. 부조리는 우리가 그것을 주시하던 눈길을 딴 데로 돌릴 때 죽어 버리는 것이다... 부조리는 죽음에 대한 의식인 동시에 죽음의 거부라는 점에서 자살에서 벗어난다... 자살은 삶의 진가를 몰라서 저지르는 행위다. 부조리의 인간은 오직 남김없이 소진하고 자기 자신의 전부를 마지막까지 소진할 뿐이다.' 줄을 그으며 읽어 가면서 그의 생각의 흐름을 이해하고 자 했다. '부조리가 나의 모든 영원한 자유의 기회를 소멸시킨다면 그것은 반대로 나의 행동의 자유를 나에게 돌려주고 강화시킨다. 이 희망과 미래의 박탈은 곧 인간의 정신적 개방성의 증대를 의미한다. '


부조리의 추론, 부조리한 인간, 부조리한 창조 그리고 시지프 신화의 순서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읽을수록 이해라는 수렁이 속에서 맴도는 느낌이다. '나의 삶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리하여 삶에 의미가 있다고 시인한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나는 스스로에게 온갖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 나의 삶을 가두는 것이다. 나는 내게 오로지 혐오감밖에 주는 것이 없는, 정신과 마음을 다스리는 무수한 관료들과 다름없이 행동한다. 그 관료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오직 인간의 자유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뿐이다. 부조리는 나에게 이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즉,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부터 이것이 바로 나의 깊은 자유의 이유다. ' 인상 깊은 구절들이 생각보다 많다. 한 문장씩 일을 때는 그 깊이가 느껴지다가도 다 같이 조합해 생각해 보면 난해지는 문장들이 많다.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가 이방인임을 확실히 느낌으로써 그 삶을 확장시키고,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근시안이 되지 않고 삶을 관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떤 해방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 가끔 자신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힘듬과 기쁨을 요란하지 않게 받아 내는 훈련이 이방인이 되는 연습일 것 같다. 책 중 니체의 말이다. '중요한 것은 영원한 삶이 아니라 영원한 생동감이다.' 자신의 삶을 조금 떨어져 관찰하고 생동감을 잃지 않는다면 삶의 부조리를 인식하는 존재는 허망할지언정 영원할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장인 '시지프의 신화'는 인상 깊다. 제우스의 비밀을 누설한 시지프는 무용하고 희망이 없는 노동을 한다. 산꼭대기로 돌을 굴려 올리면 다시 돌은 아래로 내려간다. '시지프가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산 꼭대기에서 되돌아 내려올 때 그 잠시의 휴지의 순간이다.... 아무리 해도 끝장을 볼 수 없을 고뇌를 향해 다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본다. 이 시간이 바로 의식의 시간이다. 그가 산꼭대기를 떠나 제신의 소굴을 향해 조금씩 더 깊숙이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강하다. 이 신화가 비극적인 것은 주인공의 의식이 깨어 있기 때문이다.' 시지프의 부조리한 삶의 묘사가 기억에 남는다. 과연 운명은 오직 의식이 깨어 있을 때만 비극일까? 극복되지 않는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의 깊은 자유다.'라는 카뮈의 말을 곱씹어 본다. 글을 쓰면서도 눈먼 장님이 길을 이끄는 심정이다. 다시 정독해 읽어야 할 책 중하나이다. 그가 글을 쓸 때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 갔을까? 그의 정신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을 가진 사람만이 삶의 더 깊은 맛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읽고 나서도 숙제를 받은 듯한 기분이 드는 책이다.

B120.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한 권 독서